[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조진호 감독은 승격 경험이 있다. 2014년 대전시티즌을 이끌고 K리그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올랐다. 2016년엔 클래식에서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다. 군 팀 상주상무를 창단 이래 처음으로 6강에 들였다.

2017년에도 조 감독의 상승세가 예상됐다. 상주에 막강한 신병들이 가세했다. 김태환, 김호남, 여름, 주민규, 홍철 등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상무에 입단했다. 기존 멤버까지 합하면 역대급 베스트 11을 꾸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좋은 만큼 성적을 기대할 만했다.

클래식에서 지도력을 입증했고 향후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조 감독의 선택은 다시 챌린지였다. 부산은 지난 11월 25일 조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기대되는 미래를 마다하고 클래식에서 챌린지로 내려왔다. 게다가 조 감독은 부산에 연고도 없다. 특별히 부산 지휘봉을 잡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조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건 부산의 승격 의지였다. 최만희 신임 대표이사는 “조 감독은 승격 경험이 있어 우리 팀이 원하는 부분과 부합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게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조 감독은 챌린지로 떨어진 부산이 가장 바라는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승격을 위해선 이번 겨울이 매우 중요하다. 조 감독은 부산에서 짐을 풀자마자 선수단 파악에 들어갔다. 내부 평가를 통한 영입 보강 계획도 마쳤다. 핵심은 외국인 공격수 영입과 수비에 있다. 조 감독의 ‘부산 승격 밑그림’은 지난 19일 제주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19대표팀이 부산에 두 차례 연습경기를 요청하면서 조 감독과 부산 선수들이 외출에 나섰다. 인터뷰는 첫 번째 연습경기 이후에 진행됐다. 조 감독의 입을 빌어 그의 선택과 향후 승격 계획을 전달한다.

# 조진호의 부산행 배경은?

"솔직히 부산은 생각도 못 했다. 제의를 받고 일주일을 ‘미친 듯이’ 고민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주 특성상 2017시즌에 대해 이미 구상을 마쳤고, 무엇보다 탐나는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리게 된 덕에 나도 꽤 흥분해 있었다. 언제 이런 구성으로 팀을 짜볼 수 있겠나 싶었다. 내년이라면 6강 진입은 물론 팀 사상 최고 성적까지도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부산으로 오게 된 건 구단의 승격 의지 때문이었다. 목표가 확실했고, 구단 차원에서 해야 할 일과 내게 바라는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내년 승격과 그 이후에 대한 투자 계획도 세워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도전 정신도 있었다. 2014년에 대전에서 승격한 뒤 이듬해 많이 아쉬웠다. 준비가 덜 돼 있었고, 원하는 방향으로 리빌딩 하지 못했다. 그때의 경험이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주변 기대가 큰 걸 잘 알고 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내겐 구단이 가장 바라는 승격 경험이 있다. 스스로 믿고 다시 시도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연고도 없는 부산을 선택한 이유다."

# 갑작스런 합류, 2주 동안 무얼 했나?

"5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2주 동안 정신없었다. 가장 급한 건 선수단 파악이었다. 겨울 동안 팀을 잘 만들어야 2017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다. 앞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했다.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팀 차원의 취약점도 찾아야 했다. 선수를 보강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었다.

부산은 대도시다. 그간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부산에 소속된 적이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기대도 컸다. 그러나 아직은 부산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평소 걷는 걸 좋아한다. 혼자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다. 자연을 피사체로 휴대폰 사진 촬영도 즐긴다. 아직까진 이런 여유를 즐길 시간이 없었다. 너무 갑작스런 이적이라 부산의 매력을 느낄 생각도 못했다. 현재 구단에서 마련해 준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뒤로 동네 산이 있던데, 팀 적응을 마치면 등산해봐야겠다. 부산은 날씨가 따뜻해서 참 좋다. 상주에선 상상도 못한 겨울 날씨다."

# 선수 파악,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됐나?

"선수들을 10일부터 불렀다. 24일에 휴가 보내기 전까지 나와 부딪힐 시간이 2주 정도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부산의 공격진이 좋다는 것이다. 이정협, 임상협과는 잔류에 관해 이야기 중이고, 김현성과 전현철도 믿음직하다. 김현성과 전현철은 잔뼈 굵은 선수들인데, 지난 시즌까지 부상과 부진 이유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현재는 몸을 만들고 있어 기대할 만하다.

공격 보강 계획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외국인 선수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영입 리스트로 7명 정도의 후보군을 추렸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2명 정도 보고 있고, 그 외 5명은 외국에서 활약 중이다. K리거 중엔 지난 시즌까지 부천에서 뛰었던 루키안도 포함돼 있다. 개인적으로 브라질 선수들을 선호한다. 매일같이 유투브 영상을 보며 후보군의 장단점을 파악 중이다. 외국에서 뛰는 선수들은 K리그 성공 여부가 보장돼 있지 않다.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국내 선수로는 박준태 영입을 확정했다.

특히 수비 포지션에 집중하고 있다. 홀딩 미드필더부터 시작해서 중앙 수비와 윙백 보강이 필요하다. 이적설이 난 센터백 임유환 영입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수비수라도 스피드 있는 선수들을 선호한다. 빠르게 빌드업할 수 있어야 재미있는 공격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 팀 전체 구성은 30~35명 정도 예상하고 있다."

# 승격 위한 월동 준비

"상주를 맡는 동안 챌린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대전 소속 시절의 챌린지와 지금의 챌린지는 완전히 다르다. 승강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클래식 급 챌린지 팀들이 늘어났다. 만만하게 볼 팀이 하나도 없다.

처음 팀에 합류해 선수들과 인사하면서 모두에게 생각부터 정리하라고 했다. 부산은 전통이 있는 클럽이다. 지난 시즌 강등된 이후에도 모두가 금방 올라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과정에서 팀 자체가 더 깊은 침체기를 맞았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시즌 초반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 부산이 우승과 멀어졌던 건 초반 부진 때문이었다. 시작점에 길을 잘 닦아 놓으면 시즌 중반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겨울 준비가 잘 돼야 한다. 우린 전지훈련지로 국내만 선택했다. 국내에 머물며 집중력 있게 체력과 전술 훈련을 겸하기로 했다. 연습경기 상대를 구하는 데도 더 수월할 거라 판단해 최종 결정했다.

간절하지 않으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 선수들의 눈이 반짝이길 바란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더 간절한 선수들을 골라낼 예정이다. 눈에 힘을 주고 클래식 승격을 목표로 해야 한다. 1월 6일 순천 훈련에서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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