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축구는 선수 놀음이다. 좋은 선수가 많을수록 감독이 쓸 수 있는 전술이 늘어나고, 팀 전력은 증가한다. 명장이라 평가 받는 주제 무리뉴와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도 새 팀에 부임하거나 새 시즌을 맞으면 새로운 선수를 요구한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2차전(중국, 시리아)을 앞두고 21명만을 선발했다. 석현준과 손흥민은 각각 1경기씩 만 뛰기로 했다. 결국 20명인 셈이다. 시리아전 경기 장소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마카오로 변경되면서 석현준은 아예 소집하지 않기로 했다. 슈틸리케는 대체 선수를 선발하지 않았다. 시리아전은 큰 변수가 없는 한 19명으로 경기한다.

 

앞서 언급한 축구계 정서로 보면, 슈틸리케 감독이 내놓은 명단은 합리적인 질문을 불러 일으킨다. 최대 4명을 더 소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선수 충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바라는 중국은 8월 초에 쿤밍에서 1차 전지훈련을 했고, 2차로 22일부터 선양에 25명을 모아 훈련했다. 마지막 옥석 가리기를 한 셈이다. 중국은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25명 중 23명만 데리고 들어왔고, 그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23명을 뽑지 않은 이유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밝혔다. 주된 이유는 배려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뛰지 못하고 돌아가는 게 팀에도 좋지 않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6월 유럽에서 치른 친선 2연전에도 20명만 데려갔다. 유럽까지 이동해서 경기를 뛰지 못하면 선수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석현준 대체자를 뽑지 않은 이유는 에둘러 밝혔다.  

 

"다들 알다시피 선발 멤버는 11명, 교체 한도는 3명이다. 계산해보면 우리 20명 중 중국전에서 6명이 못 뛴다. 20명 안에 대안이 많다고 생각했다. 손흥민, 지동원, 구자철, 황희찬 등 많은 옵션이 있어 공격수가 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슈틸리케 감독 리더십은 따뜻하다. 선수들을 감싸 안으면서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무실점 전승 기록을 세웠다. 슈틸리케는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 리더십 뿌리에는 기준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열린 선발 가능성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혀 주목 받지 않았던 이정협을 선발해 중용했고, 지난 대표팀에서 은근히 소외 받았던 차두리, 곽태휘 같은 베테랑을 선발했다. ‘잘하면 뛸 수 있다’는 메시지가 사방으로 퍼졌다.

 

#선발 자체가 메시지, ‘너도 뛸 수 있다’

 

이번 명단도 메시지다. 월드컵으로 가장 마지막 관문이기에 그 강도는 더 강하다. 대표팀 선발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다. 돈은 소속팀에서 벌지만, 대표팀에서는 명예와 유명세를 얻을 수 있다. 프로팀 감독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대표팀에 다녀온 뒤로는 자세가 달라졌다.” 가장 처음 21명만 선발하고, 석현준이 빠진 이후에도 대체선수를 선발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해석될 가능성이 클까? 대표팀 선발로 가는 문이 거의 닫혔다는 생각이 우세할 수 있다.

 

배려는 분명히 필요하다. 팀을 관리할 때 선발선수보다 벤치에 앉은 선수를 잘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 대표팀은 조금 다르다. 대표팀에서 대표팀 감독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배려는 공정한 경쟁이다. 모두에게 잘하면 뛸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면 된다. 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하고도 팀 분위기를 해하는 선수는 제외하면 된다. 물론 과거 대표팀에서도 잡음이 난 적이 있었다. 이는 공정한 경쟁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뛸 선수가 정해져 있는데”, 누가 열심히 뛰겠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런 공정성 시비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슈틸리케호가 승승장구한 이유가 개방성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려를 이유로 스스로 지켜온 개방성을 해칠 이유는 없다. 23명을 선발해 훈련시키고, 부상 등 여러 가능성을 대비해도 그를 비난할 이는 없다. 이번 A매치를 앞두고 축구 FIFA랭킹 1~20위 나라 중 누구도 23명 보다 적은 인원(*자료 하단에 첨부)을 부르지 않았다. 23명 선발은 감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권리다. 경기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감독은 '아끼는' 자리 아니라 '쓰는' 자리 

"중국전 끝나고 변수가 있으면 대기명단 7명 중에서 추가 발탁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고려할 것이다." 변수를 고려해도 23명 선발이 더 낫다. 중국전이 끝나고 대체선수를 뽑는 것보다는 같이 훈련하다 시리아전까지 함께하는 게 당연히 조직력에 더 좋을 수 있다. 최종예선은 2경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에 훈련만하고 뛰지 못하더라도 다음에 출전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 축구를 더 많은 선수가 이해하는 게 좋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많은 대표팀 선수가 감기몸살로 고생했었다.  기자는 현장에서 그 시기를 함께했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뛸 선수를 꾸리기도 어려웠다”라고 말했었다. 한국이 감기몸살에 시달릴 때 선수단은 이청용 부상으로 22명이었다. 단 1명이 아쉬울 수도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게 축구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며 수많은 가능성을 준비한 것으로 유명하다. 롱스로인 상황을 대비해 선수를 선발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재정난을 겪는 구단 감독이 아니다. 그런 구단 감독은 최소 투자로 최대 효율을 뽑는 방법을 가장 깊이 고민해야 한다. 대표팀은 그렇지 않다. 좋은 성적은 더 큰 투자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국 같은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하라는 게 아니다. 정해진 범위 내에서 쓸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가장 좋은 결과를 내는 게 감독 역할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쓸 수 있는 카드를 전부 써서 좋은 성적을 내라고 슈틸리케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우리는 친선전이 아닌 월드컵으로 가는 길 앞에 서 있다. 

 

#FIFA랭킹 1~20위 9월 A매치 대비 선발인원 

23명 : 독일, 잉글랜드, 프랑스, 브라질, 웨일스, 우루과이, 크로아티아, 폴란드, 스위스
24 명: 스페인(친선 1경기, 실전 1경기), 포르투갈(친선 1경기, 실전 1경기), 멕시코. (실전 1경기) 
25 명: 벨기에(친선 1경기, 실전 1경기), 터키(친선 1경기, 실전 1경기)
26 명: 이탈리아(친선 1경기, 실전 1경기), 칠레(실전 2경기), 콜롬비아(실전 2경기) 
27 명: 아르헨티나(실전 2경기) 
31 명: 에콰도르(실전 2경기)
32 명: 헝가리(실전 1경기)

* 칠레 : 파라과이전 27명, 볼리비아전 25명 선발.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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