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전 최규백 득점 상황에 대한 정리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내 해설이 틀렸다.”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이 최규백의 득점 상황에대해 잘못된 해설이었다고 밝혔다.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나이지리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후반 4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최경록의 프리킥 크로스를 수비수 최규백이 문전에서 마무리 슈팅으로 넣었다. 최규백은 수비 라인 뒤에서 달려 들어왔지만, 앞서 황희찬과 김민태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출발해 슈팅을 시도했다. 오프사이드 반칙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나 최규백의 득점이 인정됐다.

경기를 중계한 이영표 위원은 중계 방송 당시 문제가 없는 판정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공격에 관여하는 선수가 있다면 영향이 있어서 파울로 봤지만 지금은 룰이 바뀌었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선수가 공격에 적극 가담하더라도 볼을 터치하지 않으면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것만으로는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이영표가 말한 '달라진 오프사이드', MLS 경험 때문

이영표 위원의 설명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이 국제축구평의회의 의결 사항에 따라 지난 6월 1일부로 개정된 축구 규칙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는 오프사이드와 관련해 변경 사항이 있지만, 이 경기에 부합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니다. 새 규정 발표 시기가 맞물려 나이지리아전의 해설을 들은 이들이 혼선을 빚었다.

이영표 위원은 “내가 얘기한 부분은 이번에 규정이 바뀐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나는 최근에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에서 뛰고 은퇴했다. MLS의 경우 공격적인 축구를 유도하기 위해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공에 관여하더라도 공에 닿지 않으면 오프사이드를 불지 않는다. 내가 예전과 달라졌다고 한 것은 MLS에 진출한 시점을 기준으로 말한 것”이라며 해당 상황에 대해 다른 설명을 한 이유를 밝혔다.

이영표 위원은 “나는 몸이 기억하는 해설을 했다. MLS에서는 시즌 시작 전 전지 훈련장에 심판이 직접 찾아와서 새 시즌 판정 기준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그래야 선수들 사이에 혼란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스로도 궁금증이 있었던 이영표 위원은 경기가 끝나자 마자 경기를 진행한 심판관을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물었다. 정확한 판정 기준을 파악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 심판 강사 및 심판 관계자 등과 연락해 판정 기준 및 규칙에 대해 문의했다. 축구 규칙서도 다시 살폈다. “주심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싶었으나 대회 중이라 그럴 수는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최규백의 득점 상황은 오프사이드였을까?

오프사이드는 간섭, 방해, 이득 등 세 가지로 판정한다. 간섭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동료 선수의 패스 혹은 터치를 거쳐 볼을 이어 받았을 경우다. 방해는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상대 팀 선수의 시야 혹은 플레이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득은 슈팅 이후 골대를 맞거나 골키퍼의 선방 이후 흐른 볼을 취하는 등의 경우다.

최규백의 득점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방해’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지난 해 축구 규칙서에는 오프사이드 판정에서 방해 부분에 대한 지침이 추가되었다. 오프사이드 판정에 대해 논란이 많이 일기에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선수가 공과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가, 상대 선수를 명백하게 방해하였는가에 기준을 두고 판정을 내리라는 지침이다. 

강치돈 대한축구협회 심판강사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선수가 어떤 동작을 하였는가 보다 상대 팀 측에서 얼마나 방해를 받았느냐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이리지아전의 상황에 대입하면 황희찬과 김민태의 플레이 자체 보다, 나이지리아 골키퍼가 두 선수의 동작에 어떤 방해를 받았는가를 보고 판정이 내려지는 것이다. 

방해의 경우 수비수의 동선이나 플레이에 제약을 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판단이 이뤄지는데, 해당 상황에서는 나이지리아 수비수가 모두 뒤에 있었고, 골키퍼만 한 명이 남아 있던 상황이기에 골키퍼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결국 골키퍼가 두 선수가 쇄도하고 슈팅을 시도할 때 어떻게 반응했는가를 두고 오프사이드 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최규백의 슈팅을 막아야 하는 과정에 앞선 장면이 끼친 영향이 명백한가를 판단해야 한다. 여러 차례 비디오를 돌려보면 골키퍼가 움찔하며 두 차례 쇄도 상황에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강치돈 강사는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명확한 방해의 부분은 내리기 어려운 판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 심판으로도 활동 중인 현직 심판은 “심판들은 논란이 되는 판정에 대해 비디오를 보고 연구를 하고 토론을 갖는다. 이 장면에 대해서는 심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어려운 판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현직 심판은 “FIFA는 매년 규정을 완화하고 있다. 공격적인 축구를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치돈 강사도 “지난 월드컵에서도 그랬지만 논란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상황을 연구하고 심판들의 판정 기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침이 매년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경기를 중계한 이영표 위원은 확실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MLS에 가기 이전에는 나도 이 규정에 맞춰 선수 생활을 했다. 그때의 감각으로 돌아가 MLS를 지우고 생각한다면 최규백의 득점 상황은 당연히 오프사이드다.”

이영표 위원은 자신의 해설로 혼란을 느낀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내 해설로 인해 논란이 생겼고 이런 논란은 내 해설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영표 위원은 이번 일 많은 분들이 규정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이번에 열리는 코파아메리카에도 MLS에서 뛰는 선수들은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헷갈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6월 1일부로 바뀐 규칙은 킥오프시 공을 뒤로 차도 된다는 것을 비롯해 연장전에 추가 교체 선수투입 가능, 직접 프리킥 대상 확대 등 다양하다. 그러나 국내 축구 무대에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6월 1일부로 개정된 규칙은 추춘제로 운영되는 유럽 축구 리그나 곧 개막할 유로2016 등 국제 대회에 적용된다. 

K리그 등 춘추제로 진행 중인 아시아 리그에는 다음 시즌부터 적용된다. 이미 진행 중인 대회에 대해서는 도중에 규칙이 바뀔 수 없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심판들의 경우 새로 바뀐 규정을 전달은 받았지만, 공식적으로 교육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지금 교육이 진행되면 기존 규칙과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축구는 쉬운 듯 보이지만 규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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