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이철근 단장과 함께 한 심판 매수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하기보다 입장 표명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지금 많은 걸 말씀드릴 순 없다”면서도 사건 정황을 어느 정도 밝혔다.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멜버른빅토리를 2-1로 꺾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뒤 가진 인터뷰다. 최 감독의 말이 모두 사실로 확인된 건 아니지만, 이야기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다.

차 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시기는 최근이 아니라 "훨씬 전"이다. 안종복 전 경남FC 사장에 대한 용병 비리 수사가 지난해 11월 심판 매수 혐의로 번졌고, 이후 관련 수사가 진행돼 왔다. 최 감독은 차 씨가 조사를 받은 시기를 “오래 됐다. 1, 2주 정도가 아니고 훨씬 전이다”라고 말했다.

이때 차 씨는 최 감독을 비롯한 구단 측에 알리지 않고 조사에 응했다. 변호사도 대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받은 뒤에도 최 감독에게 곧장 보고하지 않았다. 최 감독에 따르면 차 씨는 “조사를 받고 와서도 이야기를 안 했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이야기를 했는데, 정확한 내용은 말하지 않고 ‘조사 잘 받았습니다’라며 큰 문제 없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에 최 감독은 조사 내용이 대수롭잖다고 생각하고 넘겼다. 당시 축구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소환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차 씨도 단순 참고인이겠거니 생각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최 감독은 조사 내용이 어땠는지 자세하게 파악하지 못한다고 했다. “(차 씨) 본인이 너무나 침통”하기 때문에 자세하게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오히려 다른 쪽에서 정황을 전해 들었다.

차 씨가 심판들에게 돈을 건넨 시기는 2013년이다. 최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가 있고 이흥실 감독대행(2012)에 이어 파비오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기였다. 최 감독은 “내가 팀을 떠나 있던 시기에 팀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차 씨의 개인 행동이라는 점에선 기존 구단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사무국이 하루 먼저 차 씨와 선을 그은 데 이어, 최 감독도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는 전제로 이야기했다. 차 씨가 팀을 위하는 마음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된 것 같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의 충성심일 수도 있고, (심판들과) 오랜 기간 지인처럼 지낸 관계로 안다. (…) 분명히 본인이 팀을 위한 방법을 잘못 선택했던 것 같다.”

최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코칭 스태프끼리 소통이 원활하다고, 어떤 어려운 이야기도 내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차 씨가 검찰 조사에 응하기 전이나 조사를 받은 직후에 최 감독에게 상황을 알려줬다면 더 잘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최 감독은 짧은 기자회견 동안 여러 차례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전적인 책임이 감독에게 있다”, “구단보다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 자신의 책임을 강조했다. K리그 전 구단 감독 중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최 감독의 입지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최 감독은 선수단에 대해 거의 전권을 갖고 있으며 차 씨는 최 감독과 특히 긴밀하게 일해 온 사이였다. 최 감독이 책임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우리 전북을 사랑해주는 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응원해 주셨는데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겨 드렸다. 돌이킬 수 없는 신뢰를 잃어버렸다. 언론이나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사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심판 문제는 내가 선수일 때부터 계속 K리그의 문제점이었다. 연맹도 분명 노력을 많이 하고 좋아지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우리 구단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나도 너무 충격을 받았고 믿어지지 않는다. 분명 전부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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