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그레도도 없고, 나바스도 없고...뉴 세비야의 구축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세비야가 유로파리그 역사상 첫 3연속 우승 및 통산 5회 우승을 차지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단 3년 만에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차지했다. 세비야의 유로파리그 정복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이어져 왔을까? ‘풋볼리스트’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대회를 3년째 정복 중인 세비야의 성공기를 요점 정리했다.

세비야가 2013/2014시즌 UEFA 유로파리그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어부지리’였다. 2012/2013시즌에 세비야는 2001/2002시즈에 다시 1부리그로 올라온 이후 두 번째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리그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유로파리그 3차예선 출전권은 굴러 들어온 떡이었다. 

#위기가 기회, 에미리 부임으로 반전 성공

코파델레이 결승전이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은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레알마드리드의 대결로 펼쳐졌다. 이로 인해 라리가는 5위부터 7위까지 팀에게 유로파리그 출전권이 주어지게 됐다. 그런데 6위를 차지한 말라가가 임금 체납으로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했고, 8위 라요 역시 재정 문제로 UEFA 라이선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로파리그에 나설 수 없게 됐다.

5위 발렌시아와 7위 레알베티스에 이어 9위에 그친 세비야가 유로파리그에 참가하게 됐다. 세빙의 전설은 역대 가장 실망스러운 시즌에서 시작되었다. 2012/2013시즌 미첼 감독 체제에서 세바야는 전반기 19경기를 마친 시점에 13위에 머물러 있었다. 5승 4무 9패는 세비야라는 클럽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순위였다. 

세비야는 2008/2009시즌에 3위, 2009/2010시즌에 4위, 2010/2011시즌까지도 5위를 차지하며 꾸준하 상위권에서 놀았다. 2011/2012시즌 마르셀리노 감독 체제에서 시작된 부진은 미첼 감독으로 이어진 와중에도 해결되지 않았다. 에메리 감독은 2012/2013시즌 후반기에 부임해 19경기에서 8승 4무 7패를 기록하며 팀을 정상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어쩔 수 없던 리빌딩, 3연속 우승 멤버 구축

문제는 2013년 여름이었다. 무려 25골을 몰아친 팀내 최다 득점자이자, 2012/2013시즌 스페인 국적 선수 최다 득점자인 알바로 네그레도가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했다. 홀로 떠난 것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윙어 헤수스 나바스도 함께 였다. 나바스 역시 6도움으로 팀의 측면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던 핵심 선수다. 중원의 파이터 가리 메델은 카디프 시티로 이적했다. 그 역시 2012/2013시즌 6득점 3도움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던 선수다.

구조 개혁이 단행됐다. 벨기에 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콜롬비아 공격수 카를로스 바카, PSG에서 자리를 잃은 프랑스 공격수 케빈 가메로를 영입해 네그레도의 공백을 메웠다. 측면 공격은 라스 팔마스에서 잠재력을 보인 비톨로 영입으로 대체했다. 포지션 마다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로 새 판을 짰다. 

플레이에 방점을 찍은 선수는 2012/2013시즌에도 준수한 활약을 했던 크로아티아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다. 4-2-3-1 포메이션에서 2선 중앙에 자리해 자유롭게 뛰며 세트피스 상황도 전담한 라키티치는 2013/2014시즌 리그에서만 12골 10도움을 몰아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다. 유로파리그에서는 공격 포인트가 1골 2도움으로 적었지만 경기 영향력을 높았다.

라키티치의 활약과 맞물려 가메로와 바카의 득점력이 폭발했다. 가메로는 유로파리그와 라리가를합쳐 20골, 바카는 18골을 넣었다. 가메로 보다 바카가 주목 받았다. 가메로는 교체 자원으로 나서 경기 분위기를 반전 시키는 역할을 주로 했다. 바카는 전형적인 9번 역할로 득점 상황뿐 아니라 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흔드는 무게감 있는 플레이로 주가를 높였다. 

#역전 드라마로 점철 된 2013/2014시즌 우승

세비야의 유로파리그 우승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예선전과 조별리그는 무패로 쉽게 돌파했지만 토너먼트 일정은 험난했다. 16강전에서 안달루시아 더비를 이루는 지역 라이벌 레알베티스와 혈투를 벌였다. 안방 라몬산체스피스후안에서 0-2로 완패를 당했다. 하필 이름이 세비야인 선수에게 두 번째 골을 내줬다. 

원정 2차전에서 기막힌 뒤집기에 성공했다. 레예스와 바카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차기도 드라마틱했다. 첫 번째 키커 비톨로가 실축했으나 베티스의 네 번째, 다섯 번째 키커가 연이여 실패했다. 골키퍼 베투는 경기 도중은 물론 승부차기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8강전도 역전극이었다. 포르투 원정으로 치른 1차전에서 0-1로 졌으나 2차전 홈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전반 5분 라키티치의 페널티킥 선제골을 시작으로 비톨로, 바카, 가메로 등 팀내 공격 자원이 모두 골맛을 보며 화끈하게 이겼다. 준결승은 또 한번의 고비였다. 스페인 클럽 발렌시아를 만났다.

1차전 홈 경기에서 2-0으로 이긴 세비야는 2차전 발렌시아 원정에서 1-3으로 졌다. 후반 추가 시간 4분에 나온 미드필더 음비아의 만회골이 아니었다면 결승 진출 티켓은 발렌시아의 몫이었다. 원정 득점으로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결승전에 갈 수 있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결승전 상대는 세비야와 마찬가지로 단단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올라온 포르투갈의 벤피카였다. 벤피카에겐 구트만의 저주라는 불길한 일화가 있다. 1959년부터 1962년 사이 벤피카를 이끌었던 헝가리 출신 감독 벨라 구트만은 두 차례 유러피언컵 우승을 해내고도 부당한 대우를 받아 팀을 떠나야 했다. 그는 떠나면서 “앞으로 100년 동안 유럽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실제로 그 뒤로 벤피카는 유러피언컵에서 5회 준우승, 2013/2014시즌 유로파리그까지 2회 준우승 등 유럽 대항전에서 도합 7차례나 결승전에서 미끄러 졌다. 120분간 무득점 혈투를 벌인 경기는 승부차기로 넘어갔고, 세비야는 베투 골키퍼가 또 한번 결정적 선방을 해내며 승부차기 4-2 승리로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차지했다. 

2013/2014시즌 우승 멤버는 2014/2015시즌은 물론 2015/2016시즌까지도 활약했다. 라키티치가 바르셀로나로, 바카가 AC밀란으로, 알베르토 모레노가 리버풀로 이적하는 등 이탈 자원도 있었지만 이때 구축된 구조가 꾸준히 유지됐다. 유로파리그 우승은 물론 라리가에서도 세비야는 리그 5위의 성적을 차지하며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글=한준 기자
그래픽=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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