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 서형권 기자
붉은악마.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선수들은 용서를 받았지만, 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에 대한 팬심은 싸늘했다.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을 치른 한국이 태국과 1-1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 41분 손흥민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15분 교체로 들어온 상대 공격수 무에안타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대표팀은 아시안컵 이후 많은 논란에 시달렸다. 성적과 더불어 선수단 내 불화까지 밝혀지며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특히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기대주 이강인의 다툼은 축구팬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이강인은 하극상을 벌인 선수로 낙인 찍히며 많은 비난을 받았고, 광고 계약 취소 등 상업적으로도 많은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향한 팬심은 돌아왔다. 이강인은 런던까지 찾아가 손흥민을 만나 사과했고, 손흥민도 사과를 받아줬다. 태국전을 하루 앞두고는 이강인이 직접 공개적으로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강인은 “많은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고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라며 “이번 기회로 많이 배웠고,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는 좋은 축구선수뿐 아니라 좋은 사람, 팀에 도움이 되는 모범적인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강인(왼쪽), 손흥민(오른쪽). 서형권 기자
이강인(왼쪽), 손흥민(오른쪽). 서형권 기자

상암에서 팬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6만 4천여명의 팬들은 경기 시작 전 선수 소개 때부터 많은 함성을 질렀다. 선발 라인업에서 주장 손흥민이 마지막으로 소개되자 엄청난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어 후보 명단에 이강인의 이름이 나오자 역시 큰 함성이 나왔다. 함성만으로도 분노가 다시 응원으로 바뀐 걸 알 수 있었다. 

경기 중에도 두 선수의 이름은 자주 나왔다. 손흥민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팬들은 “손흥민!”이라고 외쳤다. 이강인도 마찬가지였다. 후반전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오른쪽 코너킥을 처리하러 이동하자 팬들은 “이강인!”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이강인도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경기 결과를 바꾸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플레이를 여러 번 펼쳤다. 

후반 43분에는 두 선수가 결정적인 기회를 합작하기도 했다. 손흥민이 이강인에게 패스한 뒤 뒷공간으로 돌아들어갔고, 이강인이 패스 센스를 발휘해 수비 사이 공간으로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이어 손흥민이 황인범에게 내주며 완벽한 기회가 나왔다. 황인범의 슈팅이 제대로 맞지 않으며 골키퍼에 막혔지만, 사실상 골이나 다름 없는 장면이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형권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형권 기자

두 선수는 용서를 받았지만, 정몽규 회장을 향한 팬들의 분노는 여전했다. 대표팀 공식 서포터인 붉은악마는 예고한 대로, 킥오프 전부터 걸개를 걸고 “정몽규, 나가!”를 외쳤다. 걸개에는 “정몽규 회장의 몽청행위’ 규탄한다”, “협회는 몽규의 소유물이 아니다”, “몽규가 있는 축구협회에 미래는 없다” 등 수위 높은 비판 문구가 담겼다. 전반전과 후반전에도 팬들은 ‘정몽규 OUT’을 외치며 계속 해서 정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 회장에게는 웃지 못할 밤이었다. 이날 팬심을 경기장에서 확인했고, 대표팀도 승리하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실패에 대한 여파만 돋보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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