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광주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가브리엘(광주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광주FC에서 성공하는 선수는 이정효 감독의 덕을 본다. K리그 ‘올해의 영입’ 1순위 후보로 떠오르는 가브리엘도 그렇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가 2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팀간 전력차가 적은 리그 특징을 반영하듯 전승팀은 2팀(광주, 울산)뿐이고 전패팀은 단 한팀(대구)이다. 무실점 팀이 하나도 없다. 광주는 6득점 2실점으로 울산의 4득점보다 앞서며 1위에 올라 있다.

현재 득점 선두가 유일하게 3골을 넣은 가브리엘이다. 가브리엘은 1라운드 FC서울전 막판 쐐기골을 터뜨렸다. 이어 2라운드 강원FC 원정에서는 멀티골을 터뜨렸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휘둘리며 선제실점을 했지만 후반전에 광주가 대반격하며 승리를 따냈는데, 가브리엘이 2골을 몰아쳤다. 맹활약한 가브리엘은 1, 2라운드 모두 K리그1 전체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렸다.

골만 잘 넣는 게 아니라 광주 전술에 결핍됐던 부분을 잘 채워주며 이정효식 축구에 녹아들었다. 딱벌어진 덩치에 몸싸움도 좋은 가브리엘은 오른쪽 윙어 자리에 배치돼 상대 압박을 등으로 버티며 공을 지킬 수 있다. 광주의 장점인 유기적인 패스가 잠깐 끊기더라도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이다. 힘과 속도를 조합해 측면공격과 중앙으로 파고드는 돌파를 번갈아 구사할 수 있는데다 이 감독이 요구하는 위치선정도 비교적 빨리 습득해 공의 순환에 동참한다.

기대 이상이다. 광주 영입 직전 포르투갈 3부 구단 카넬라스 소속이었다. 카넬라스는 3부에서도 하위권이었다. 유명 선수가 아니다보니 광주가 영입하기도 쉬웠다. 연봉도 외국인 선수 중 하위권이다.

그런 선수를 어떻게 찾았을까. 구단에 따르면 광주는 유독 공들여 구축해 둔 분석팀을 외국인 선수 영입에 활용, 한 리그의 해당 포지션 선수를 전수조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팀 기준에 맞는 선수를 찾아 범위를 좁힌다.

원래 다른 선수 영입을 고려하다가 가브리엘의 영상을 확인했는데 이정효 감독이 잘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기술과 신체능력을 겸비한 선수인데 잘못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가브리엘은 처음 영입됐을 때 스트라이커로 소개됐다. 탄탄한 체격으로 저돌적인 돌파가 가능한 선수라, 하부리그 팀에서는 ‘돌격대장’ 공격수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때만 해도 측면 기용은 옵션 수준이었다. K리그에서도 단독 돌파 능력이 있는 외국인 공격수는 최전방에 배치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가브리엘을 측면 미드필더로 두는 기용법을 통해 영입 즉시 숨겨진 기량을 끌어냈다. 한국 축구에 적응하거나 이 감독 아래서 더 성장하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 감독의 잘 짜여진 전술을 동계훈련 동안 익히고, 포지션을 바꾼 것만으로도 파괴력이 몇 배로 올랐다.

광주가 선수를 영입할 때 중시하는 능력은 이 감독의 축구를 소화할 수 있는 자질이다. 개인기량이 좋아도 팀 플레이가 서툴거나, 시야가 좁거나, 고집이 세면 팀에 녹아들 수 없다. 가브리엘은 본격적인 프로 커리어가 1년 반에 불과한 23세 유망주다. 이 감독의 축구를 잘 따라올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정효 감독(광주FC). 서형권 기자
이정효 감독(광주FC). 서형권 기자

광주는 이순민, 티모, 아론 등 주요 선수들이 떠났지만 새로 영입한 가브리엘, 최경록, 김진호, 포포비치 등이 즉시 주전급으로 활약하면서 공백을 최소화했다. 지난 시즌보다 스쿼드 두께면에서도 한층 개선됐기 때문에 부상자들이 돌아오면 다양한 전술 카드도 쓸 수 있게 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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