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FC서울). 서형권 기자
린가드(FC서울).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FC서울의 홈 개막전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린가드 유니폼을 판매하는 ‘린가드존’이었다. 한국을 찾은 영국 취재진이 놀랄 정도였다. 

10일 오후 4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2라운드를 가진 서울이 인천과 0-0으로 비겼다. 지난 원정 개막전에서 광주FC에 0-1로 패했던 서울은 홈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경기력과는 별개로 이날 경기는 한국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썼다. 무려 51,670명의 관중이 몰리며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후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2013년 K리그 승강제 이후 K리그 단일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이기도 하다. K리그1 홈 개막전으로도 최다 관중이다. 

이만큼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건 서울 홈 개막전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린가드 효과가 컸다. 잉글랜드 출신인 린가드는, K리그 역사상 최고의 커리어를 가진 외국인 선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최다 우승에 빛나는 명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고,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히 발탁되던 선수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준수한 활약으로 잉글랜드의 4강행을 돕기도 했다. ‘피리 세리머니’나 ‘댄스’ 등 다양한 세리머니로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선수다. 린가드의 서울행은 K리그를 넘어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린가드의 인기는 경기장 밖에서도 엄청났다. 린가드의 서울 유니폼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서울은 지난달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유니폼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준비한 수량 1000장이 2시간 만에 매진됐다. 서울 공식 유튜브 구독자 수는 순식간에 10만 명을 돌파했고, 린가드가 출연하는 매 콘텐츠가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광주와 개막전 티켓은 2분 30초 만에 매진됐다. 

린가드 열풍에 서울은 홈 개막전에 ‘린가드존’이라는 특별 판매 부스까지 열었다. 서울은 경기 하루 전인 9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북측 광장에서 린가드존을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린가드 유니폼,  마킹지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구역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후 12시부터 시작된 린가드존과 마킹 센터는 곧바로 팬들로 가득 찼다. 무려 경기 4시간 전이었음에도 팬들은 장사진을 이뤘다. 경기 2시간 전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게 줄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대기줄이 길었다. 마킹 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이 찍어내는 유니폼 등번호는 모두 린가드의 ‘10번’이었다. 

서울 관계자는 린가드존을 운영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 구단은 K리그에서 유일하게 매일 상설 매장을 열고 있다. 그러나 린가드 유니폼을 찾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그래서 린가드존을 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린가드(FC서울). 서형권 기자
린가드(FC서울). 서형권 기자

영국에서 린가드의 첫 홈 경기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도 린가드존을 보고 린가드의 인기를 실감했다. 이날 ‘디애슬레틱’, ‘데일리메일’ 등 영국 매체 소속 기자 3명이 월드컵경기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경기 전 린가드존을 흥미롭게 취재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직접 린가드에게 관련 질문을 건넸다. 한 기자가 “경기 시작 전 밖에 린가드존이 있었다. 사람들이 4시간 이상 기다릴 정도로 엄청난 열기였다.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느끼고 있나”라고 질문했다.

린가드는 “제 존이 있다는 걸 경기 시작 전에 알았다. 4시간씩 팬들이 줄 섰다는 건 알지 못했다. 첫 날부터 환영 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공항에서 입국하는 날부터 많은 팬들이 환영해줬다. 많은 팬들의 응원 속에 빠르게 적응했고, 자신있게 경기하는 큰 힘이 됐다. 제가 하루 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팬들도 자신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보답해야 할 거 같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팬들의 유니폼에 사인하고 사진 찍어드리고 싶다. 서울 팬이라는 부분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팬들의 사랑을 느끼고 있고,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답했다.

이러한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린가드의 활약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긍정적이다. 린가드는 아직 100%가 아님에도 경기에 투입되면 번뜩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전반 34분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강상우에게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줬다. 후반전에 큰 찬스를 날리긴 했지만, 움직임이나 패스 선택은 단연 돋보였다.

사진= 서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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