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광주] 윤효용 기자= 광주FC와 FC서울의 개막전 주인공은 제시 린가드가 아닌 이정효 감독이었다. 

오후 2시 광주 축구전용구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4’ 1라운드를 가진 광주가 서울에 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린가드의 데뷔전이 모든 관심을 가져갔다. 지난 시즌 각각 리그 3위, FA컵 우승을 차지한 이정효, 김기동 감독의 맞대결도 린가드의 존재에 가려졌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이며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오래 활약했던 선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 축구의 중심에 있었다. 이정도 커리어의 외국인이 K리그에 온 건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의 이목도 집중시켰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린가드 질문이 이어졌다. 김기동 감독은 린가드 출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몸 상태가 70%라고 하더라”라며 “지금으로서는 안 넣고 싶다. 경기 흐름을 봐야겠지만 지금은 들어가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대는 안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효 감독은 “FC서울이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고 칭찬한 뒤 “린가드를 출전하게 만들 것”이라며 린가드를 경기장으로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경기 전까지 주인공은 린가드였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된 뒤 ‘진짜’ 주인공은 이정효 감독이 됐다. 이정효 감독은 축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전반전 경기력은 완벽했다. 전반 초반에는 전방 압박으로 상대 빌드업을 방해했고, 이후 서울이 조금씩 올라오자, 체계적인 움직임과 역습으로 괴롭혔다. 전반 20분 후방에서부터 패스로 풀어나온 뒤 이희균의 중거리 슈팅으로 마무리 된 선제골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여기에 신입 외국인 공격수 가브리엘의 활약까지. 광주의 축구는 린가드의 존재를 잊게 할 정도였다. 

후반전에는 이정효 감독의 특유의 ‘샤우팅’이 씬스틸러가 됐다. 서울의 반격에 광주가 조금씩 물러서기 시작하자, 이정효 감독의 ‘샤우팅’이 시작됐다. 이정효 감독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반응했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크게 고함을 치며 선수들을 다그쳤다. 양 팀 서포터들의 크게 응원전을 펼쳤음에도 이정효 감독의 목소리는 중계 카메라를 타고 전파됐다. 열정적인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던 포르투갈 출신 조세 무리뉴 감독의 K리그 버전을 보는 듯했다. 열이 오른 이정효 감독이 입고 있던 목도리, 코트를 하나씩 벗어던지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단순한 쇼맨십이 아니었다. 경기 후 이정효 감독은 “홈팬들이 많이 찾아오셨다. 이겨서 다행인 것 같다. 많이 실망스러웠던 경기였다. 전반전과 후반전이 일관성 있어야 하는데, 저희 가슴 조금만 한 구석에 지키고 싶어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이런 마음까지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할 거 같다”라며 쓴소리를 남겼다. 이정효 감독의 열정은 그만큼 진심이었고, 린가드를 보러 왔던 팬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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