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투헬(바이에른뮌헨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마스 투헬(바이에른뮌헨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강팀이 승리를 놓치는 경기 중에는 그날따라 슛이 다 빗나가 어쩔 수 없이 승리를 놓치는 패턴이 흔하다. 하지만 최근 바이에른뮌헨은 경기 지배력 자체가 떨어지면서 중위권 수준의 경쟁력에 그치고 있다. 바이에른만큼 상대도 원더골을 넣을 수 있다면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 프라이부르크전이 전형적인 중위권 수준 경기였다.

2일(한국시간)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유로파파크 슈타디온에서 2023-2024 독일 분데스리가 24라운드를 치른 바이에른이 프라이부르크와 2-2로 비겼다. 앞선 23라운드에 강적 RB라이프치히를 잡았으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최근 리그 5경기로 보면 2승 1무 2패의 부진이다.

공식 이날 바이에른의 기대득점(xG)은 1.88이었고, 프라이부르크는 1.42였다. 경기 xG는 각 팀이 한 경기 내내 기록한 모든 슛이 얼마나 넣기 쉬운 상황들이었는지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수치다. 1.88은 결정력 요인을 제거하고 본다면 1.88골을 넣을 만한 질의 득점기회들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날 바이에른의 슛이 20회 대 17회로 근소한 우세에 그쳤는데, 그 질도 그다지 압도적이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즉 바이에른은 좋은 공격작업으로 넣기 쉬운 기회들을 만들어냈고, 프라이부르크는 득점 확률 희박한 슛으로 원더골을 넣은 게 아니라 경기력 자체도 고만고만했다는 걸 뜻한다.

경기력 부진은 이번 시즌 내내 계속된 문제다. 개막 직후부터 지배력이 충분치 않았다. 그러나 바이에른을 지탱한 건 스타 선수들의 활약이었다. 수비에서는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분전하며 전술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비라인을 끌어올렸다. 공격에서는 해리 케인이 역사상 최고 몸값으로 합류한 선수답게 전반기 기준 분데스리가 역대 최다골 페이스로 엄청난 결정력을 보여줬다. 중원에 아무리 문제가 커도 앞뒤에서 잘해주면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케인이 득점 페이스가 ‘역대 최고’에서 ‘그냥 득점왕 수준’으로 떨어지자 자꾸 승리를 놓치고 있다.

투헬 감독은 컵대회 포함 3연패 행진 후 바이에른 수뇌부로부터 계약기간 단축을 통보 받았다. 이번 시즌만 마치고 팀을 떠나기로 했다. 원만한 합의가 있었다고 발표됐지만 투헬 감독은 이후 인터뷰에서 우회적으로 불만을 내비쳤다. 또한 “오히려 상황이 확실해지니까 자유를 얻었다. 이제 선수들이 화내든 말든 올여름부터는 알 바 아니다”라며 의욕 저하를 노골적으로 이야기했다.

투헬 감독은 경기력 개선을 포기하고 적당히 시즌을 마치겠다는 식의 전술로 돌아섰는데, 앞선 라이프치히전은 오히려 이 변화가 실리적인 축구로 이어지며 승리를 따냈지만 프라이부르크 원정은 그렇지 못했다. 바이에른의 중원 지배력이 약한 가운데 프라이부르크가 좌우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크로스를 올리며 장신 공격자원을 활용했는데 이에 대한 대처가 전혀 없었다.

자신이 고른 선발 멤버에 따라 세부전술을 조정하는 모습도 전혀 없었다. 투헬 감독은 전반기에 중용하던 좌우 풀백 알폰소 데이비스와 콘라트 라이머를 빼고 라이프치히전부터 하파엘 게헤이루, 요주아 키미히를 좌우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 측면수비 조합은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대신 빌드업과 패스 순환에는 훨씬 강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을 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게헤이루의 주고받는 움직임이나 키미히의 날카로운 킥 등 장점을 활용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키미히에게 노마크 크로스 기회만 노골적으로 만들어 줘도 전방의 케인에게 몇 개는 연결될 정도로 확실한 공격루트인데 이를 살리지 않고 선수들의 개인기량에 맡겨놓는 식의 공격이 이어졌다. 결국 두 골은 좌우 날개의 개인기량에서 나왔다.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마스 뮐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마스 뮐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투헬 감독은 앞선 라이프치히전에서도 두 골 중 첫 골이 들어갔을 때나 실점했을 때 별다른 감정변화를 보이지 않았는데, 프라이부르크전 역시 득점과 실점 때 담담했다. ‘의욕 없음’이라고 얼굴에 써붙인 듯한 경기였다. 오히려 교체되어 나가는 베테랑 토마스 뮐러가 격정적으로 의견을 냈다. 강팀은 화려하기만 한 게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남들보다 강한 팀인데, 바이에른은 감독부터 이 측면을 완전히 상실한 듯 보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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