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서형권 기자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표 감독 선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인데, 다른 이야기로 샐 때 가장 답변이 구체적이고 활기가 넘쳤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국가대표 사령탑을 논의하는 첫 자리의 브리핑은, 클린스만 선임 당시와 비슷한 풍경을 보였다.

축구협회는 21일 새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1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후 정해성 신임 위원장이 내용을 브리핑했다.

정 위원장은 클린스만의 뒤를 이을 새 감독 선임에 대해 절차에 따라 진행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후보를 추리고 접촉해야 하는데, 감독 선임까지 주어진 시간이 2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3월 21일 태국전(월드컵 예선) 선수 선발에 지장이 없을 거라는 예고에 따르면 감독 선임이 3월 6일 즈음에는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또한 선임 조건을 추상적으로 제시하고 ‘국내파 외국인 다 열어놓았다’고 말하더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국내감독일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말이 바뀌었다.

그러다가 최근 소셜미디어(SNS)로 사과와 화해를 선언한 이강인, 손흥민이 거론되자 정 위원장은 유독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저는 올림픽 대표팀에서 10년 동안 코치를 역임했다. 두 선수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타까웠다. 오늘 아침에 소식을 듣고 어떤 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처럼 흥분되고 기뻤다. 두 선수를 뽑고 안 뽑고는 지금부터 상황을 보겠다. 새로운 감독이 선임이 뒨 뒤 감독과 선발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는데 어렵게 이야기하던 다른 질문들과 달리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이강인이 거론됐을 때 유독 활발한 모습을 보인 정 위원장은 약 1년 전 같은 자리를 맡고 있던 마이클 뮐러 전 위원장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당시 여론의 반대를 뚫고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발표하던 뮐러 위원장은 정작 중요한 ‘선임 이유’와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알맹이 없고 긴 답변으로 일관해 ‘말을 돌린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선임을 앞두고 말한 조건에는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철학과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있었지만 선임 발표 때 “특정 감독의 축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한국적인 축구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다 국제축구연맹(FIFA) 어워드에서 공석이었던 감독 대신 투표권을 행사한 뮐러 위원장이 왜 주드 벨링엄을 꼽았냐는 질문이 나오자 유독 밝은 표정을 지으며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왜 리오넬 메시가 아니고 벨링엄인지 구체적인 이유를 여러 개 들어 설명했다.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서형권 기자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서형권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서형권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서형권 기자

 

당시에는 클린스만 감독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강한 의지로 이미 정해져 있었고, 선임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일던 시기다. 뮐러 위원장이 감독 선임에 대해 시간때우기식 답변을 하다가 다른 화제가 나오자 유독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은 ‘탑다운 방식이었다’는 여러 보도에 힘을 실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홍명보 울산HD 감독 등 국내파 특정 감독이 1순위 후보로 정해진 뒤 강화위가 구성됐고, 회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 위원장의 브리핑 풍경은 처음부터 뒤로 갈수록 말이 바뀌는 양상과 말을 돌리고 싶어하는 기색 두 가지 모두 ‘국내파 선임으로 결정돼 있다’는 여러 매체의 관측에 힘을 실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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