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서형권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미소를 보며 어딘가 어색해 보이고, 비꼬는 듯해 보였다는 건 괜한 기분이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 부임 후 첫 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비판에 시달렸다. 사우디전에 앞선 웨일스전에서 아들에게 주고 싶다며 상대 선수 애런 램지의 유니폼을 받은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더 큰 이유는 A매치 기간 도중 열리는 친정팀 바이에른뮌헨의 레전드 매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비판이 거세진 뒤 레전드 매치에 참가하진 않았고, 원래 유럽에 머무르려던 일정을 바꿔 일단 귀국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한 감상을 지난달 독일 ‘슈피겔’과 가진 인터뷰에서 상세히 밝혔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에게 불리한 내용인 레전드 매치 참가 관련 내용은 빠져 있고, 한국 여론이 유니폼 교환만 물고 늘어졌다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유럽에 머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여론 악화를 감지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일단 같이 귀국하자고 말한 걸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한 축구협회에서 “국가대표 코칭 스태프가 선수들과 함께 귀국해 공항에서 인터뷰하는 게 대한민국의 관례”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일방적인 시각이 반영된 이 인터뷰의 내용 자체도 사실과 다르다. 레전드 매치로 인해 들끓었던 여론이 누락돼 있을 뿐 아니라, 클린스만 감독의 귀국이 화두였던 이유는 공항 인터뷰가 아닌 국내 업무와 K리그 관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 인터뷰에서 단순히 공항 인터뷰 때문에 한국까지 끌려왔다는 식의 관점을 내비쳤다.

공항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준 표정에 대해 스스로 밝힌 속마음도 흥미롭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비판 여론이 빗발치는 가운데 웃는 얼굴로 “여러분이 오라고 해서 왔습니다”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서는 오히려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비판해 온 언론이 ‘왜 마음을 바꿔 여기에 왔냐’고 묻자 불쾌했다고 한다. 그리고 불쾌한 마음을 감추기 위한 나름의 기술을 써서, 이를 악물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여러분이 오라고 했잖아요”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서형권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서형권 기자

클린스만 감독이 늘 웃는 얼굴로 일관했지만 때로는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가면을 쓰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의아함을 자아냈는데, 이는 감정을 숨기기 위한 나름의 기술이었던 셈이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은 모른체 했는지도 잘 드러난다. 레전드 매치 관련 논란은 ‘슈피겔’의 기사에서 빠져 있다. 또한 한국 대표팀에서 K리거가 갖는 비중과 국내 선수 관찰의 필요성은 모두 누락되고, 별 의미도 없는 한국행과 파주행 원칙에 묶여있었던 사람처럼 스스로를 묘사하고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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