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규(FC서울). 김정용 기자
한승규(FC서울).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승규는 그토록 원했던 서울에서의 축구를 만끽하고 있다. 왜 서울이어야 했냐고 묻자, 한승규는 팀의 현재부터 미래까지 통틀어 자세한 대답을 들려줬다.

올해 한승규는 유망주 시절의 기대에 부응할 기회를 잡았다. 프로 2년차였던 2018년 울산현대에서 5골 7도움을 기록하며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지만, 이후 그만한 활약을 재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전북현대로 이적해 1년을 보낸 뒤 서울과 수원FC로 연달아 임대됐다. 결국 이번 이적시장 막판에 극적으로 전북을 떠나 서울로 완전이적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팀에서 안정적으로 뛸 수 있게 됐다. 

한승규는 서울 완전이적 후 첫 골을 넣은 뒤 엠블럼을 입에 물고 세리머니를 했다. 임대 신분일 때도 서울 유소년팀 출신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한 애정을 보인 이유는 뭘까. 10일 한 카페에서 만난 한승규는 “서울이 가장 편했다”고 했다. “왜 그랬는지 설명하긴 어려운데 처음부터 서울이 훈련이나 라커룸이나 편한 느낌을 줬어요. 경기장에서 기량을 다 발휘하려면 편한 게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임대 시절부터 애착이 갔고, 임대가 끝난 뒤에도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한때 서울에 비해 전북을 등한시하고, 전북에서 힘들다는 티를 냈다며 오히려 반감을 사기도 했다. 한승규는 지난 5일 전북 원정 경기에서 서울 소속으로 플레이했다. 경기가 끝난 뒤 전북 벤치로 달려가 김상식 감독에게 예를 갖췄고, 이어 전북 서포터석으로 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전북 팬 사이에는 한승규를 반겨주는 사람과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손을 내젓는 사람도 있었다. 한승규는 “나이를 먹고 많은 일을 겪으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예전엔 서투른 행동도 경솔한 행동도 있었는데 이젠 달라져야죠. 반겨주지 않는 분도 계시지만 그건 제 탓이고, 전북 팬들께 감사한 마음은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 안익수 감독의 팀이 편한 이유

서울이 편하다는 말을 듣자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서울 감독은 안익수 감독으로 바뀌었다.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안 감독 아래서 편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승규는 해명과 각오를 섞어 답했다.

“일단 훈련량이 많긴 해요. 그건 제가 최선을 다해 소화하고 있는 부분이죠. 그런데 무턱대고 무리한 운동을 시키진 않으시더라고요. 노장 형들에게는 강도 조절을 많이 해 주시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몸만 힘든 게 아니고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는 게 감독님 훈련의 특징이에요. 계속 생각하면서 뛰어야 해요. 제가 예전에는 경기 중 상황마다 떠오르는 본능적인 플레이의 비중이 높았는데 안 감독님 아래서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훈련이에요.”

두 번째 의문은 현재 서울 전술이 한승규가 선호해 온 것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는 점이다. 한승규는 연세대부터 프로 초창기까지 자유도가 높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맡곤 했다. 2020년 서울 임대 때도 공격의 중심으로 대우 받을 때 경기력이 유독 좋았다. 반면 안 감독은 약속된 플레이를 중시하는 전술가다. 과거의 한승규라면 갑갑함을 느낄 수도 있는 환경이다.

“제가 공격만 좋아한다는 건 고정관념 같은데, 물론 예전에는 공격수처럼 뛰기도 했죠. 하지만 프로 생활을 거치면서 어디까지나 미드필더로서 뛰려고 노력해요. 동료들 사이에서 공을 연걸해 주고, 수비할 때도 제 위치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 하고요. 지금 서울 전술은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공격적인 방향으로 조직적이기 때문에 즐겁게 뛰고 있죠.”

한승규(FC서울). 서형권 기자
한승규(FC서울). 서형권 기자

▲ ‘레전드’부터 ‘제2의 김민재’까지, 한승규의 새 동료들

한승규는 서울이 세대 조화가 잘 된 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간판 스타들은 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33세 기성용, 한승규와 같은 세대인 26세 국가대표 나상호와 황인범, 차세대 대표로 자주 거론되는 20세 이한범과 이태석 등 다양한 연령대에 스타가 있다. 그 중 기성용에게는 축구로 정점에 오르기 위한 마음가짐을 배운다.

“성용이 형은 축구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느껴요. 가정도 있으시고 실제로는 신경쓸 게 많으시겠지만, 저와 함께 있을 때는 축구밖에 모르시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해도 축구 이야기를 하고, 어떤 행동도 경기력에 지장이 갈 만한 건 없어요. 그걸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레전드가 될 수 있는지 배우는 거죠.”

또래 중 황인범과의 관계는 특이하다. 황인범은 러시아 리그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임시 규정을 적용 받아 서울에 합류했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약 2개월만 뛰고 떠날 예정이다. 대체로 환영 받고 있지만 포지션이 정확히 겹치는 한승규 입장에서는 주전 경쟁의 걸림돌처럼 느껴질 만도 하다. 황인범은 현재까지 2경기 투입됐는데, 그 중 한 번이 하프타임에 한승규와 교체된 전북전이었다.

“아뇨. 인범이가 온 건 무조건 저한테도 이득이죠. 일단 팀 입장에서는 덥고 힘든 여름 일정을 앞두고 인범이가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게 좋고요. 인범이가 들어온다고 제가 무조건 빠지는 것도 아니에요. 둘이 중앙에서 같이 뛸 수도 있고, 우리 팀 전술상 둘 중 한 명이 전진하거나 측면으로 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인범이 역시 배울 게 많은 선수라 환영하는 마음밖에 없어요.”

2년차 센터백 이한범에게 받은 인상도 물었다. 이한범은 신체조건과 기술을 두루 갖춰 ‘제2의 김민재’로 불리는 센터백이다. 한승규는 연세대 시절 이한범과 비슷한 나이였던 김민재와 오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같은 나이의 민재와 비교한다면? 누가 더 나은지 따지긴 힘들지만, 둘이 많이 다르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제2의 김민재는 아니에요. 민재는 센터백이지만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선수였어요. 굉장히 화려하고 적극적이죠.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한범이는 말 그대로 센터백이랄까, 딱 필요한 플레이만 해서 덜 돋보이는 성향이에요. 태석이와 마찬가지로 나중에 국가대표가 될 수 있고 ‘제1의 이한범’이 돼서 민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미래가 더 기대된다

한승규는 서울의 현재가 마음에 들뿐 아니라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고 했다. 안 감독의 전술 철학이 갈수록 뿌리를 내리면 팀 전체가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한승규는 점차 발전해 마침내 우승하는 서울과 그 속의 자신을 꿈꾼다.

“감독님 축구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고, 거기 맞는 선수들을 꾸준히 육성하면 갈수록 팀이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이 노선을 바꾸지 말고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울산에서 뛰던 시절이 ‘철퇴축구’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던 시기였는데, 그걸 꾸준히 몇 년 동안 이어가니까 지금은 K리그 2강이 됐잖아요. 서울도 시간을 더 갖는다면 어떻게 될지 보고 싶어요.”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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