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DJ매니지먼트 제공
사진= DJ매니지먼트 제공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축구 ‘변방’이라고 생각한 동남아 축구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그들의 경쟁력을 확인했다. 그 중심에 있는 베트남 V리그는 이제 한국 선수들에게도 의미있는 선택지다. 베트남 명문팀 호앙아인잘라이(이하 HAGL FC)에서 뛰고 있는 김동수는 베트남 이적을 축구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꼽았다. 

김동수는 경희대 1학년을 마치기도 전 함부르크SV로 넘어가 독일 생활을 시작한 케이스다. 함부르크에서 3년간 머물렀던 김동수는 이후 일본 J리그1 오미야아르디자, 독일 4부리그 VFB뤼베크를 거쳐 2020년 K리그2 FC안양에 입단하며 첫 K리그 무대를 밟았다. 안양에서는 6개월 정도만 머문 뒤 곧바로 해외 이적을 타진했다. 이때 만난 팀이 바로 베트남 HAGL FC다. 성공적으로 베트남에 정착한 김동수는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 HAGL FC의 리그 1위를 이끌었고 올해는 ACL 무대에서 활약하며 전북현대를 상대로 큰 인상을 남겼다.

자신도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베트남 생활이 축구인생에 변곡점을 가져올 줄은 몰랐다. 베트남 생활도 처음이었지만  익숙한 해외 경험이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 13일 ‘풋볼리스트’와 통화한 김동수는 “회사 통해 베트남에 처음 왔다. 처음에는 베트남 리그가 어떤지 몰랐고 의아한 점도 많았다. 막상 와서 뛰어보니 내가 가졌던 선입견과는 다르다. 선수들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뛴다. 피지컬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많이 떨어지지만 대부분 기술이 있고 열심히 뛴다. 수비할 때도, 공격할 때도 포기하지 않다 보니 수비할 때 굉장히 힘들다. 다행히 적응은 잘했다. 오히려 외국에 오래 있어서 마음이 더 편한 거 같다. 와이프가 함께 오지 못해 지금은 팀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혼자 있을 때 운동하고 쉬는 게 전부인데, 쉴 때는 약간 외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동수는 자신이 경험한 베트남 축구에 대해 자세하게 들려줬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축구 열기가 뜨거운 곳 중 하나다. 2017년부터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을 크게 높이자 축구 인기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자국 리그 발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스타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선수들의 실력이 상승하고 있고 축구 인기를 실감한 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리그가 발전하고 있다. 

“베트남 국민들이 축구를 진짜 좋아한다. 응원도 정말 많이 오신다. 관중이 만 명 넘게 올 때도 많다. 우리팀에는 베트남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은데 이 선수들은 경험이 많고 배울 점이 많다. 어린 선수들도 이들을 보면서 자란다. 아직 한국이나 J리그 수준에는 많이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베트남 내 축구 인기가 높다 보니 2, 3년 지나면 더 많은 기업들의 스폰이 들어올 거 같다. 규모가 더 커지고 좋은 선수들도 많이 나오다 보면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다. 우리 아카데미만 해도 구장이 5개, 6개다. 시설이 잘 돼있는 편이다. 잔디도 다시 깔고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몇 팀은 훈련장 시설이 미흡하기도 해 아직 구단별 편차가 크다.” 

ACL에서 전북현대를 만난 건 김동수에게 기회였다. 김동수는 전주에서 나고 자란 전주토박이다. 완주중 시절에는 전북현대 볼보이를 하면서 꿈을 키웠다.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는 해외 생활을 하면서 전북과 더욱 멀어졌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향팀을 만나게 됐다. 소속팀 입장에서는 ACL에서 K리그1 챔피언 전북과 만난 건 악재지만 김동수에게는 강한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전북전을 바라보고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결과, 두 번의 맞대결에서 2실점 밖에 내주지 않는 수비를 펼치며 전북을 괴롭혔다. 

“전북전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전북과 꼭 하게 해달라고 기도도 했다. 나는 전주 출신이다. 전북현대 볼보이 하면서 매주 경기를 봤다. 전북이라는 강팀과 했을 때 내 어떤 실력인지, 경쟁력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었다. 경기도 정말 많이 돌려보면서 준비했다. 경기장에서 더 간절하게 뛰었던 거 같다. 아무래도 우리 홈에서 경기하다 보니 팬들 응원 덕분에 더 힘도 더 났다. 상대는 한국팀이고 나는 한국사람이다보니 더 잘해서 김동수라는 선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쉽게 골대 앞에서 득점 기회를 놓치기도 했는데, 그 장면을 보고 팀 선수들, 주변 친구들이 왼발 연습 좀 하라고 하더라. 그걸 넣었으면 우리가 이겼을 수도 있다. 경기 중에도 정말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끝나고 후회하는 마음은 없었다. 10점 만점에 9점 정도 주고 싶다. 3-0, 4-0으로 져서 ‘수준이 낮다’ 같은 이야기를 듣기 싫었다. 골을 안 내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후련하다. 나라는 사람을 더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김동수의 베트남 시계는 이제 끝을 바라보고 있다. 1995년생으로 병역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나이다. 1년 정도 머물렀지만 그의 축구인생에 베트남은 특별한 장소로 남았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해 은퇴까지 생각했기에 베트남에서 시간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다시 찾은 자신감으로 늦더라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이 마지막 목표다.

“지금은 휴가 중이다. 휴가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팀을 정해야 되기 때문에 몸을 다시 만들어야 할 거 같다. 베트남은 내 축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축구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좋은 기회였다. 사실 몇 번이나 축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도 많이 도와주셔서 베트남에 올 수 있었고, 축구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최종목표는 국가대표다. 서른이 넘어서라도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 최진철 선수도 서른 살 넘어서 국가대표가 됐다고 들었다. 전북에 있을 때 경기도 많이 봤다. 다소 늦더라도 국가대표는 축구선수로서 마지막 꿈이다.”

사진= DJ매니지먼트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