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대구FC). 대구FC 제공
홍철(대구FC). 대구FC 제공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대구FC로 간 홍철은 이번 K리그 겨울이적시장의 가장 놀라운 소식이었다. 경기 내외적인 문제로 울산현대를 떠나야 한다는 건 많은 이들이 직감했지만 새로운 행선지가 대구가 될 줄은 대부분이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여전히 신뢰하는 현역 국가대표 레프트백이 영입되자 대구 팬들은 새해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즐거워했다. 

현재 홍철은 5일부터 남해에서 시작된 대구의 동계훈련에 참가 중이다. 1월 터키 전지훈련과 월드컵 최종예선을 위해 소집되는 벤투호 명단에도 변함없이 이름 올린 그는 8일 팀을 떠나야 한다. 3일가량의 짧은 훈련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구단도 개인훈련을 하다 대표팀에 참가해도 된다고 했지만, 홍철이 남해로의 동행을 자청했다. 조금이라도 팀 분위기를 더 파악하고, 낯선 동료들과 친숙해지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한 홍철은 알고 있었다. 2021년 벌어진 여러 부정적인 이슈로 인해 자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유쾌한 사람에서 불쾌한 사람으로 변한 것을. 그에 대한 질문을 해도 되느냐는 얘기에 홍철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알린 2022년부터 축구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달라지겠다고 약속했다. 만 32세의 홍철은 어떻게 변하고 싶은 걸까? 긴 이야기를 나눴다. 

- 남해에서 3일 밖에 훈련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내려 간 이유는 뭔가요?
대구FC 선수단에서 아는 사람이 (이)용래 형, (이)근호 형 밖에 없어요. 상당히 젊은 팀이다 보니 함께 했던 선수들이 거의 없더라고요. 동료들 얼굴부터 익혀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경우라면 혼자 운동하다가 A대표팀으로 합류하는 것도 가능한데, 지금은 새로운 팀으로 이적한 상황이라서 제가 먼저 동계훈련을 따라가서 짧게라도 하고 가겠다고 구단에 얘기드렸어요. 

- 낯선 게 있을 거 같습니다. 대구는 남해 전지훈련을 가면 호텔이 아닌 펜션을 통째로 빌려서 숙소로 삼으니까요. 
그것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긴 한데 불편함은 전혀 없습니다. 저는 식사를 하면서 놀랐어요. 대구 숙소에서 오랜 시간 일해 오신 이모님들이 따라와서 해주시는 밥이 맛있다고 유명했는데, 먹어보니 진짜 그렇더라고요. 

- 첫 훈련을 한 소감은 어떻습니까?
외국인 선수들이 아직 안 들어왔고, 가마 감독님도 자가격리 중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다 얘기할 순 없지만 심적으로는 편했어요. 동료들과 즐겁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이적은 기정사실이었지만, 선수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높았죠. 선택지가 적진 않았을 텐데 대부분이 예상치 못한 대구행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에이전트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대구와 갑자기 연락이 닿았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까 조광래 대표이사님이 저를 A매치에 데뷔시켜주신 은사님이셨죠. 대구와 같이 해 보자고 했을 때 다른 생각 없이 바로 가겠다고 했어요. 첫 연락을 받고 사인하는데 이틀 정도 밖에 안 걸렸어요. 재거나 그런 건 없이요. 대구에 그냥 끌렸어요. 멋진 경기장을 갖고 있고, 팬들도 열성적이니까 그냥 그렇게 꽂힌 것 같습니다.

- 공교롭게도 성남을 떠난 뒤로는 수원, 울산, 대구로 이적하며 점점 옅은 청색으로 팀을 옮기는 중입니다. 서울의 양한빈 선수는 덜푸른 피라고…
그러네요. 점점 색깔이… 이러다가 파란색 옷만 입고 다녀야 하는지.

- 대구는 홍철이라는 선수의 강점을 살려줄 조력자가 많습니다. 특히 킥 능력을 마무리 지어줄, 소위 말하는 뚝배기형 선수가 즐비합니다.
대구를 상대할 때면 한 번씩 상상해 봤어요. 대구라는 팀에서 내가 뛰면 어떤 플레이가 가능할까? 에드가, 세징야, 그리고 젊은 선수들과도 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특히 에드가 선수가 제 크로스를 정말 잘 살려줄 거 같더라고요. 세징야는 어떤 선수인지 너무 잘 알고요. 팀에 합류하고 어린 선수들과 대화를 나눠 보니까 다들 정말 착해요. 대구는 3년 이상 호흡을 계속 맞춰 온 좋은 조직력의 팀이니까 더 기대되는 부분이 있죠. 저만 잘하면 된다고 봅니다. 

홍철(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홍철(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이제는 피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작년에 그라운드 밖에서 대중을 실망시킨 사건들(※사적모임 인원제한 관련 방역수칙 위반, 사생활 문제)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축구선수였기에 실망감이 배가된 것 같습니다. '유쾌한' 홍철이 '불쾌한' 홍철이 됐는데요. 
잘못을 인정합니다.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운동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어요. 울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을 때 그런 일이 생겼고요. 적어도 경기를 할 때만큼은 그 부분을 잊고 최선을 다 하고, 동료들과 함께 뛰어야 하는데 고개가 숙여지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안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왔습니다. 거기에 대해 바로 입장을 밝히지 못한 점도 사과드립니다. 

- 새로운 팀뿐만 아니라 실망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는데요. 단지 축구만 잘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닐 거 같습니다. 이제는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확실히 선을 긋고 행동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까지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선수로서든, 한 사람으로서든 이제는 그래야 할 나이고요. 특히 대구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까 이제는 모범이 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대구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을 계기로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나아진 선수와 사람으로서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 전소속팀인 울산 팬들에게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지 않을까요? 
1년 반 동안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건이 터지고,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게 없는 것 같아요. 울산 원정 경기를 가면 팬들께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 그래도 대구에 이근호, 이용래 같은 친한 선배들이 있는 게 다행입니다.  
제가 최고참이었다면 많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버팀목이 되는 형들이 있어서 고맙죠. 소속팀, 대표팀에서 함께 한 형들이라 대구로 온 걸 반갑게 맞아줬고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알려주는 롤모델들이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형들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고, 팬들에게 존중을 받으니까요. 형들이 하는 것만 잘 따라하기만 해도 많은 숙제가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 다른 선수가 그러더라고요. 두 선배가 홍철을 조용한 카페나 스크린 골프장에만 데리고 다니며 관리할 거라고. 동성로는 안 나가는 게 좋을 거 같고…
그래야죠. 대구 시내는 아예 안 나가야죠. 

- 대구 팬들이 격하게 환영해줬습니다. 깜짝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신난 모습이더라고요.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이번 대구행은 제 축구 인생에 너무 중요한 기회라서 부담도 됩니다. 하지만 대구 팬들이 크게 환영하며 긍정적인 기운을 보내주셔서 좋은 느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대팍에서 어서 대구 팬들을 만나 뵙고 싶어요. 대팍으로 홈을 옮긴 뒤 대구 원정을 갈 때마다 유럽에서 뛰는 게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었어요. 팬들이 너무 열정적이니까 그 안에서 뛰면 어떨까 기대가 됩니다.

- 대구 팬들이 벌써 기대를 하고 있고, 본인도 모든 면에서 새로 거듭나며 신뢰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새 시즌의 목표는 팀 내 유니폼 판매량 2위 정도가 어떨까요? 
왜 1위가 아닌 2위죠?

- 도움왕을 하더라도 세징야의 인기는 못 넘을 거 같으니까요. 
아, 세징야는 인정이죠. 저보다 형이죠? (※세징야는 89년생, 홍철은 90년생) 세징야 형은 무조건 인정해야죠. 그래도 잘 하면 혹시나… 아, 잠깐 상상해도 대구의 왕 세징야는 못 넘을 거 같아요. 태욱이 같은 어린 선수들도 인기가 많던데, 그래도 5위 안에는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 5위는 너무 약합니다. 의지가 안 느껴집니다.
네, 2위를 목표로 정말 열심히 해 볼게요. 

홍철(대구FC). 대구FC 제공
홍철(대구FC). 대구FC 제공

- 대구 이적과 함께 인스타그램을 재개했습니다. 운영 원칙은 바뀌었나요? 
다시 유쾌한 홍철로는 돌아가고 싶은데, 정신 못 차렸다고 혼 날까봐 걱정도 됩니다. 조심스럽게, 대구 위주로만 소통하려고 합니다. 

- 홍철이 다는 악플의 심리학을 나름대로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속마음은 안 그런데 표현을 늘 반대로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악플을 단순한 악플로서 단 건 아니었어요. 생각이 많이 짧긴 했죠. 저와 상대방만 그 의도를 이해한다고 해서 그걸 보는 모든 분들이 그런 뜻으로 받아들이시는 게 아닌데… 앞으로는 후배들에게 선플을 많이 달아주는 선배로 변화하도록 해보겠습니다. 

- 대표팀 소집 때문에 소속팀과는 한달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경기 감각과 체력은 올라오겠지만 개막 전까지 조직력에 녹아들 시간이 많이 부족하네요. 
동계훈련이 팀의 한 시즌 농사인데, 대표팀을 갔다 오면 제대로 소화 못하고 시즌에 돌입하거든요. 팀 플레이를 확실히 다 맞추지 못하고 들어가는 게 우려는 됩니다. 개막하고 대팍을 갔는데 혼자 원정 라커룸으로 들어가면 안되는데… 그래도 축구를 오래 했고, 이젠 경험이 있으니까 시간이 차근차근 지나면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부상 없이 대표팀 훈련을 마치고 오는 게 일단 제일 중요할 거 같습니다.

- 남은 선수 인생에서는 어떤 모습을 만들어가고 싶습니까?
대구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며 계속 계약 연장을 하고 싶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것처럼, 나이 먹을수록 팬들에게 큰 지지와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수원의 (염)기훈이 형이 늘 부러웠어요. 기훈이 형만큼의 입지는 당연히 어렵겠지만, 남은 커리어는 한 팀에서 오래 하고 싶어요. 대구가 더 좋은 성적을 내면서 더 큰 축구팀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한 선수로 기억되고, 대구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대구FC,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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