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페네르바체). 페네르바체 공식 소셜미디어  캡처
김민재(페네르바체). 페네르바체 공식 소셜미디어 캡처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럽 진출 이후 만나는 공격수마다 정면대결로 눌러 온 김민재였지만, 공격수가 경합을 피하는 바샥셰히르를 만나자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20일(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바샥셰히르 파티흐 테림 경기장에서 2021-2022 터키 쉬페르리그 5라운드를 가진 바샥셰히르가 페네르바체에 2-0으로 승리했다. 페네르바체로선 김민재 영입 후 첫 패배이자 첫 2실점 경기다.

김민재는 풀타임 활약했다. 9월 A매치 일정을 치르고 돌아간 뒤 3~4일 간격으로 열린 3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장거리 비행과 매주 2경기가 결합된 일정은 처음이다. 김민재로선 처음 느끼는 체력 부담이다.

힘든 일정이지만 크게 지친 기색은 없었다. 김민재는 경기 내내 호흡을 잘 고르다가 후반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역습 기회를 내줄 위기에 처하자 놀라운 스피드로 상대 측면공격 시도를 따라잡아 공을 내보내기도 했다.

김민재가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던 건 상대 공격수가 정면대결을 피하는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상대 원톱은 이탈리아 대표 출신스테파노 오카카였다. 오카카는 탄탄한 체격을 지녔지만 몸싸움을 피하고 침투와 기교 위주로 플레이했다. 김민재를 상대로 등을 지는 플레이나 공중볼 경합을 아예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민재의 특기인 대인방어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김민재는 공중볼 경합을 단 1회 시도해 승리(이하 OPTA 기준)했다. 직접 공을 빼앗는 수비를 전혀 시도하지 않았고, 가로채기도 없었다. 이례적인 기록이다.

대신 바샥셰히르는 오른쪽 측면을 활용한 빠른 속공으로 두 번 효과를 봤고, 김민재를 비롯한 페네르바체 수비는 대응하지 못했다. 전반 16분 에딘 비스차의 땅볼 대각선 크로스를 받은 오카카는 페네르바체 수비라인보다 한 발 먼저 튀어나가며 발을 댔다. 또한 후반 45분 쐐기골 역시 비스차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프레드릭 굴브라슨의 골이었다. 이때 김민재는 왼쪽 스토퍼 설러이 어틸러가 공격에 치중하고 있어 그 공간을 커버하려 달려갔으나, 타이밍이 늦었기 때문에 패스를 저지하지 못했다.

반면 빌드업 측면에서 김민재의 영향력은 컸다. 김민재는 패스 횟수 두 팀 통틀어 2위(77), 성공률 89%, 키 패스(동료의 슛을 이끌어낸 패스) 1회를 기록했다.

뒤에서 짧은 패스만 돌리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전진패스로 공격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몇 번 효과를 봤다. 김민재의 패스 중 롱 패스가 12였는데 팀 전체(61)의 5분의 1에 해당했다. 그 중 찍어서 찬 롱 패스가 5회, 낮게 깔리는 롱 패스가 7회였다. 특히 낮고 빠르게 측면으로 전달하는 장거리 땅볼 패스가 효과적이었다.

전반 24분 김민재의 패스에서 빠르게 슛까지 이어진 플레이가 대표적이었다. 김민재가 측면으로 공을 뿌리고, 사무엘의 크로스를 받아 베리샤가 절묘한 오버헤드킥을 날렸다. 그러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후반 41분 김민재는 참았던 드리블 전진으로도 효과를 봤다. 공을 뒤로 돌리는 게 보통인 타이밍에 상대 선수 두 명을 기습적으로 제치면서 전진, 외질에게 패스했다. 다시 공을 연결 받은 발렌시아가 파울을 얻어내는데서 오버래핑 상황은 끝났다.

페네르바체는 김민재의 넓은 수비범위를 살려 스리백을 적극 전진시키는 운영으로 이득을 챙겨 왔다. 그러나 바샥셰히르 상대로는 공격적인 수비를 할 만한 상황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더 다양한 운영법이 필요해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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