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무리뉴 감독(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주제 무리뉴 감독(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토트넘은 공격수들의 높은 골 결정력을 살려 시즌 초반 선두 경쟁을 펼쳤지만 최근 2연패를 거뒀다. 우승 경쟁을 펼치기에 충분한 전략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토트넘은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다. 9라운드 맨체스터시티, 10라운드 첼시, 11라운드 아스널까지 까다로운 상대를 만났지만 2승 1무를 거두며 고비를 넘어선 결과였다. 

14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토트넘은 6위까지 내려앉았다. 12라운드 크리스탈팰리스전무승부를 시작으로, 13라운드 리버풀전(1-2 패), 14라운드 레스터시티전(0-2 패)까지 내리 내준 탓이다.

최근 3경기 부진한 흐름을 일시적인 문제로 봐야 할까? 사실 9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좋은 결과를 냈을 때와 내용상 큰 차이가 없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의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토트넘은 9라운드 맨시티(2-0 승)전에서 단 4개 슈팅을 시도해 승리했다. 유효 슈팅은 2번이었는데 이것이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다. 전반 5분 만에 손흥민이 득점에 성공하면서 리드를 잡은 뒤 수비적으로 버텼다. 후반 20분 지오반니 로셀소의 골로 쐐기를 박았다. 점유율은 단 33.9%였다.

11라운드 아스널전(2-0 승)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전반 13분 손흥민의 환상적인 감아차기 득점으로 리드를 잡은 뒤,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승리를 따냈다. 슈팅은 5개에 불과했고 점유율은 30.2%였다.

10라운드 첼시전(0-0 무)에선 지지부진한 경기 끝에 무승부를 나눠가졌다. 토트넘은 39.7%의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슈팅 5개에 유효 슈팅도 1개뿐이었다. 첼시가 무리한 공격 대신 방향을 바꿔가며 신중하게 토트넘을 공격한 탓에 역습 기회가 잘 나지 않았다.

3경기에서 공통적으로 40% 이하의 낮은 점유율에, 5개 이하의 적은 슈팅 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맨시티와 아스널을 꺾은 것은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트넘은 맨시티, 첼시, 아스널을 상대하는 동안 각각 '기대 득점(xG)'이 채 1골이 되지 않았다. 만든 찬스의 질을 고려하면 3경기를 통틀어 1.5골 정도 넣을 수준인데, 토트넘은 무려 4골을 넣었다.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이 높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은 노골적으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들고 나올 수 있었다. 특히 맨시티전과 아스널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려, 경기 운영에 유리한 점을 안긴 손흥민의 활약이 돋보였다.

손흥민(토트넘홋스퍼) /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토트넘홋스퍼)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2연패한 경기는 비슷한 전략을 준비했지만 뜻대로 풀려가지 않았다. 토트넘의 '선 수비 후 역습'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버풀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도 전방 압박으로 토트넘의 역습을 제어했다. 레스터 역시 1차 역습은 전방 압박으로 늦추고 밀집 수비를 펼치면서 토트넘의 공격에 대처했다.

골 결정력 부족을 패배의 원인으로 짚어야 할까? 일단 2경기에서 토트넘의 xG값은 2.47이다. 2경기에서 2골 이상을 넣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골 결정력을 탓하기보단 절대적으로 적은 슈팅 시도, 기회 창출을 역시 고민해봐야 한다. 시즌 전체를 두고 보면 토트넘은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xG 통계로 볼 때 토트넘은 지금까지 21.26골을 넣을 만한 찬스를 만들었는데, 25골을 넣었으니 충분히 골 결정력은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토트넘은 155개 슈팅을 시도해 리그 20개 팀 가운데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슈팅을 자주 시도해야 기대 득점이 올라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토트넘의 xG값(21.26)은 20개 팀 가운데 9번째이다. 토트넘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5팀은 모두 토트넘보다 xG값이 높다. 8위 맨시티(22.96), 9위 아스톤빌라(22.58), 14위 리즈 유나이티드(24.07) 역시 토트넘보다 득점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토트넘은 우승 경쟁 상대와 비교해 공격력에 높은 평가를 주기엔 부족하다.

리버풀전에선 24.2%의 점유율만 기록했고 슈팅도 8-17로 크게 뒤졌다. 14라운드 레스터전에서는 점유율은 56.4%로 높은 편이었지만 슈팅이 8개에 불과했다. 반면 레스터는 17개나 슈팅을 퍼부었다.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의 한계일 수도 있다. 중하위권 팀과 경기에서 고전하는 흐름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토트넘은 웨스트브로미치(1-0 승), 브라이턴(2-1 승), 번리(1-0 승) 등을 상대로 모두 1골 차 승리를 거뒀다.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를 두는 상대를 만나면 시원한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역습 과정 역시 케인과 손흥민에게 의존하는 형태다.  하지만 역습에서 공을 지켜내며 시발점이 되는 케인을 묶으면 팀 전체의 공격이 둔화된다는 약점을 이미 노출했다. 레스터의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토트넘을 꺾은 뒤 "이번 시즌 내내 토트넘을 봤다.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상대하기 어려운지를 안다. 토트넘의 위협을 잘 무마했다. 우리의 경기를 펼친 것에 기쁘다"며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익스프레스'는 21일 "무리뉴 감독이 토트넘을 반전시키고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하려면 자신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내려앉았고 주도권을 쥐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역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의 한계를 짚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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