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십 일리치치(아탈란타). 게티이미지코리아
요십 일리치치(아탈란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푸’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알레얀드로 고메스는 아탈란타 전성기를 상징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갑작스런 이적을 앞두고 있다. 아탈란타는 고메스 없는 팀을 준비하는 중이다.

아탈란타는 21일(한국시간) 높은 산을 넘었다. 상위권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해 온 AS로마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뒀다. 에딘 제코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전에만 4골을 몰아치면서 모처럼 아탈란타다운 뜨거운 공격이 몰아쳤다. 두반 사파타, 로빈 고젠스, 루이스 무리엘, 조십 일리치치가 연속골을 터뜨렸다.

이 경기의 특징은 고메스가 라인업에 아예 없었다는 점이다. 고메스는 최근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과 불화설이 일었다. 직접 소셜 미디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적한 뒤 말씀드리겠다. 나는 여전히 팬 여러분의 주장이다’라고 쓰며 이적 의사를 밝혔다.

고메스는 원래 아탈란타의 절대 에이스였다. 선수 한 명의 활약이 팀 순위를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따진다면, 고메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세계 최고라고 봐도 좋았다. 2018-2019시즌에는 세리에A 도움 1위, 경기당 키 패스 1위, 크로스 성공 1위, 스루 패스 성공 위, 드리블 성공 횟수 6위, 반칙 유도 4위였다. 2019-2020시즌에는 도움 1위, 키 패스 2위, 크로스 3위로 기록이 조금 하락했지만 여전히 최상위권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10경기 만에 4골 2도움을 기록 중이었다.

가스페리니 감독과 불화가 생기기 시작한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현지 매체들은 아르헨티나 대표팀 재발탁이 화근이라고 본다. 고메스는 2017년 늦깎이 아르헨티나 대표로 데뷔한 뒤 곧 인연이 끊겼다가, 올해 10월과 11월 연속으로 재발탁됐다. 남미까지 날아갔다 오는 강행군으로 32세 고메스의 체력 관리에 문제가 생겼다. 가스페리니 감독은 탁월한 전술가지만 선수들과 원만히 지내는 편은 아니다. 고메스의 컨디션 유지에 대한 악감정이 표출됐고, 라커룸에서 두 사람이 ‘육체적 충돌’을 하면서 널리 보도됐다.

‘가체타 델로 스포르트’는 로마전 후 아탈란타가 고메스의 이적료로 1,000만 유로(약 135억 원)를 요구한다고 보도했다. 아탈란타 외의 팀에서 똑같이 활약할 지 미지수인데다 167cm 노장이긴 하지만, 현재 실력만 본다면 거저나 다름없는 금액이다. 리그 1위 AC밀란과 2위 인테르밀란이 동시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여러 빅 클럽과 중동 구단이 영입을 원하고 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중동의 러브콜을 물리친 고메스는 반년 만에 뜻밖의 불화로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아탈란타는 고메스 없는 팀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탈란타는 최근 3경기에서 2승 1무를 거두며 시즌 초반의 부진을 씻어나갔다. 무승부 상대는 유벤투스, 승리한 상대는 로마라 의미가 컸다. 3경기 모두 고메스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유벤투스전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고메스를 투입한 뒤에야 겨우 동점을 만들었다. 반면 로마전은 고메스를 아예 소집조차 하지 않은 경기였다. 아탈란타는 ‘감독과 구단의 합의에 따라, 전술적인 이유로 고메스를 제외했다’고 공식 발표까지 했다. 그 없이 4골이나 만들어냈다.

고메스 대신 아탈란타 공격을 이끈 건 돌아온 에이스 일리치치였다. 일리치치는 1골 2도움을 몰아쳤다. 좁은 공간에서 공을 지키며 깔끔한 스루 패스를 내주는 플레이, 왼발 크로스, 그리고 쐐기골 상황에서 수비 4명을 돌파하고 넣은 엄청난 골까지 모두 탁월한 개인 기량이 돋보였다.

일리치치가 세리에A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린 건 무려 294일 만이다. 지난 2019-2020시즌 전반기의 일리치치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엄청난 개인 기량을 보였다. 발렌시아를 상대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대회 최초로 원정 경기 4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우울증에 빠진 일리치치는 시즌 막판 선수단을 이탈할 정도로 힘들어했고, 이번 시즌 초반에도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UCL에서 1골 1도움, 슬로베니아 대표팀에서 1골을 넣은 반면 세리에A 부진이 유독 길었다. 그랬던 일리치치가 로마전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고메스와 동갑이라 장기적인 대안은 아니지만, 당장은 아탈란타 공격을 이끌어줄 수 있는 선수다.

경기 후 가스페리니 감독은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 등 현지 매체를 통해 “일리치치는 최상의 컨디션만 찾는다면 우리 팀 수준을 확 높여 준다. 다들 알지 않나. 한동안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이번 주에는 훈련을 아주 잘 소화했고, 정확하면서도 강한 슛을 날리더라. 이제 그다운 경기력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전 후 고메스에 대한 질문을 또 받자, 가스페리니 감독은 뛴 선수들 이야기를 해 달라고 짜증을 내면서도 “감독이 화가 났다면 나쁜 상황이고, 회장이 화 났다면 더 복잡한 상황이다. 이 이상 대답하지 않겠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한편 두반 사파타는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고메스는 여전히 우리 팀의 일원이다. 우리의 주장이고, 경기장에서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탈란타는 UCL 16강에 진출해 있다. 지난 시즌 8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구단 역사상 두 번째 UCL 역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내년 2월 25일 레알마드리드 16강 1차전이 열리는데, 현재 전망대로라면 이때 고메스는 없을 것이다. 대신 일리치치를 비롯해 루슬란 말리노프스키, 마테오 페시나, 알렉세이 미란추크, 삼 라머스, 마리오 파살리치 등의 2선 자원 중 누군가는 고메스의 자리를 대신해 줘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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