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한국대표팀이 북한에서 축구 경기를 치른 것은 1990년 10월 11일 국가대표 간 친선전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다. 북한이 '2018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전을 유치했고, 한국 여자대표팀이 북한에 속한 B조에 배정되면서 역사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풋볼리스트’는 뜻 깊은 경기를 기념해 남북 축구의 추억을 시대별로 정리했다. 이영무, 조진호, 최태욱 등 북한 축구와 직접 살을 맞대고 교류한 역대 대표 선수들이 구술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나는 선수 시절에 북한 선수들과 두 번 만났다. ‘1978 방콕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만났고, ‘1980 쿠웨이트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마지막으로 맞대결했다.

 

첫 맞대결은 시대상처럼 거칠고 투박했다. 우리도 그렇고 북한도 매우 경직돼 있었다. 대회가 열리기 전에 한 리셉션 행사에도 북한이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매우 격렬하게 남북이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선물은 물론 팀 간의 선물도 아예 주고 받지 못했다. 숙소도 따로 썼다. 다가갈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

 

경기는 매우 거칠었다. 모두가 알듯이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공동우승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시상식에서 역사적으로 기억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한국 주장이었던 김호곤 선배를 밀어서 떨어뜨렸다. 당시 분위기를 아주 잘 보여주는 일화라고 보면 된다.

 

두 번째 만남은 조금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정적으로 같은 호텔을 숙소로 쓰면서 마주칠 일이 늘었다. 식사 때도 볼 수 있었다. 결과는 한국의 2-1 승리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북한 선수와 친해지려 노력하기도 했다. 미드필더에서 부딪혔던 선수와 이야기를 몇 번 나눴다. 지도원 동무 눈을 피해 그 친구 방에 찾아가기도 했다. 그 분이 내게 몇 번 눈치를 주기도 했다. (감시 때문에) 속을 내놓고 대화하지는 못했다. 다만 서로 마음은 느꼈던 것 같다. 우리는 헤어질 때 안타까워서 눈물을 흘렸다.

 

인연은 이어지는 것 같다. 은퇴 후 17세 이하 대표팀 소속으로 싱가포르에 열린 대회에서 그 친구 소식을 들었다. 선수 생활할 때보다는 더 쉽고 자연스럽게 북측 대표팀 선수, 임원과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그때 그 친구가 북한 어떤 팀 지도자가 됐고, 지도력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 놀라웠던 사실은 그 대회에 그 친구 아들이 선수로 참가했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 아들을 따로 불러 아버지와 친구였다고 말해줬다. 남다른 순간이었다.

 

이후로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남북은 축구를 통해 만났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4번 만나고 본선도 함께 가지 않았나. 남북 간에는 긴장감이 흐르지만 스포츠는 언제나 소통 창구가 됐다. 축구는 좋은 역할을 했다. 축구는 모든 걸 넘어 남북을 하나로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구술= 이영무(전 고양자이크로 감독)

정리= 류청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번 글은 과거 인터뷰를 재구성해 구술 양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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