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리버풀(영국)] 김동환 기자= 바이엘04레버쿠젠의 손흥민이 팀을 구했다. 2013/2014 분데스리가 마지막 경기였던 베르더브레멘과의 경기에서 10호 골을 넣었다.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후반 7분, 손흥민이 작렬한 결승골은 레버쿠젠에게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을 안겨줬다.

손흥민은 활짝 웃었다. 팀의 승리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 더 기뻤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얻은 상승세는 덤이다. 올 시즌을 유종의 미로 장식하던 순간. 영국 리버풀에서는 한 독일인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손흥민의 활약을 보기 위해 경기를 본 것은 아니다. 그저 마지막 라운드이기에 봤을 뿐이다. 그런데 자꾸 눈이 갔다.

디트마르 하만(42)은 2004/2005 시즌 리버풀 역사상 빛난 순간, 바로 ‘이스탄불의 기적’을 이끈 주인공이다. 그는 현역 은퇴 후 리버풀의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다. '풋볼리스트'는 국제 아마추어 풋살대회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트로피컵 2014 영국 본선’ 환영 리셉션에서 하만과 만났다.

챔피언스리그는 선택 받은 자만 갈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 등 다양한 대회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하만의 눈에 손흥민이 들어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활약하던 시절부터 눈 여겨 봤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기억 때문에 왠지 모르게 한국 선수에게 눈길이 갔다. 하만이 독일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자신이 가장 빛났던 순간이 바로 2002한일월드컵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준결승에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분데스리가를 포함한 유럽 무대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 단연 손(Son)은 눈에 띈다. 올 시즌에도 10골 이상 넣지 않았나?(편집자 주: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10득점을 기록했다) 그가 작렬한 역전골 덕분에 레버쿠젠은 다음 시즌 꿈의 무대를 밟는다. 축하할 일이다”

하만 역시 리버풀에서 활약하던 시절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다. 30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2004/2005 시즌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AC밀란과의 결승에서 후반 교체 투입되어 대역전극에 일조했다. 당시 기억은 하만에게도 특별하다.

“최고의 무대이기에 모든 것을 쏟을 수 있었다. 기적이 현실로 다가온 후 믿을 수 없었다. 전세계 수만 명의 축구 선수 중 선택 받은 자만 챔피언스리그를 밟는다. 그 중 우승의 영광을 누리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손흥민에게도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이미 충분한 능력을 갖춘 팀에서 활약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하만은 벌써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를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을 비롯해 많은 유망주들이 대회에 나선다. 하만의 친정인 리버풀 역시 마찬가지다. 리그 우승 여부는 기적을 기대해야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은 이미 확보했다. 하만은 올 시즌 리버풀의 부활을 이끈 힘은 ‘꿈’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시즌 초에는 우승이 아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목표였다. 하지만 작은 꿈이 현실로 다가오자 더욱 큰 꿈을 꾸게 됐다. 꿈이 바로 원동력이다. 올 시즌 리그 우승 여부와 관계 없이 이미 리버풀이 일군 성적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하다. 다음 시즌 손흥민이 이끄는 레버쿠젠과 리버풀이 맞붙는다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

’쏜! EPL은 어때?’
하만은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기 전 바이에른뮌헨에서도 활약하며 족적을 남겼다. 분데스리가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를 모두 경험한 하만은 언젠가 손흥민이 다양한 도전을 할 것을 권했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데일리스타’는 “리버풀이 손흥민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하만 역시 언론를 통해 리버풀의 손흥민 영입설을 들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분데스리가에서 충분한 활약을 보이는 선수라면 스페인, 잉글랜드 등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도 뛸 수 있다. 손흥민이 리버풀 뿐만 아니라 몇몇 잉글랜드 구단과의 이적설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 현실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만큼 많은 구단이 관심을 가지는 선수라는 증거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이적설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손흥민의 소속팀은 레버쿠젠이다. 이적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전후해 손흥민에 쏟아지는 관심은 높아질 것이다. 하만은 손흥민에게 언젠간 한 번쯤 EPL을 경험할 것을 추천했다.

“EPL은 체력적으로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경기 진행 속도 역시 분데스리가에 비해 빠르다. 유럽에 진출해 생존한 한국 선수들의 공통점은 정신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EPL 역시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레버쿠젠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 손흥민이라면 매우 잘 어울릴 것 같다”

하만은 조심스럽게 리버풀 역시 손흥민에게 잘 어울리는 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EPL은 분데스리가에 비해 프리킥, 크로스 상황이 적다. 크로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스트라이커라면 프리미어리그에 적응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다양한 공격상황에서 창조력을 발휘한다. 리버풀이 올 시즌 보여준 활발하 패스 축구와도 잘 아울린다. 물론 아직은 현실이 아닌 상상의 단계지만, 뭐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마지막으로 하만을 위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하만은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다음 시즌에 손흥민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뛸지 아무도 모른다. 실력도 중요하고, 운도 중요하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잡기 바란다”고 했다. 분데스리가를 마친 손흥민은 조만간 귀국해 홍명보호 소집에 응할 예정이다.

디트마르 하만은?
1973년 8월 27일 독일 출생
1993~1998 바이에른뮌헨(독일) 143경기 10득점
1998~1999 뉴캐슬유나이티드(잉글랜드) 31경기 5득점
1999~2006 리버풀(잉글랜드) 280경기 11득점
2006~2009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71경기 1득점
2010~2011 MK돈스 13경기
1997~2005 독일국가대표팀 59경기 5득점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트로피컵 - 로드 투 안필드 2014는?
영국 안필드에서 축구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제공하는 아마추어 풋살대회이다. 리버풀 FC의 공식 후원사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3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은 2회째 참여 중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트로피컵 2014 대회에는 전 세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영업하는 14개국 1300여개의 팀이 각 나라별 대표 선발전에 참여했고, 선정된 14팀이 영국 안필드에서 5월 13일 개최되는 결선에 참여한다.

한국은 작년 12월부터 한국 지역예선 접수를 시작해 올해 3월 30일 전국 164개팀이 참여한 지역예선을 통과한 총 36개팀이 한국 본선대회에 참여했고, 손흥민의 친형 손흥윤이 이끄는 풋살아카데미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결선에 참여하는 팀들은 이안 러시, 존 반스등 리버풀 레전드들과의 특별한 만남, 제라드, 스털링 등을 키워낸 리버풀FC 아카데미 코치진의 트레이닝을 받는 기회가 주어지며, 프리미어리그 13/14 시즌 리버풀FC의 마지막 홈경기 관람 및 안필드 투어 등 다양한 특전을 경험한다.

참가국은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방글라데시, 유럽연합, 홍콩, 인도네시아, 케냐, 중동연합(아랍에미레이트),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태국, 잠비아, 베트남, 싱가폴, 말레이시아가 참여하며, 작년 우승팀은 태국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리버풀FC는 2010년 파트너십이 시작된 이래 축구를 통한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트로피컵 역시 성공적인 스폰서십 프로그램으로 수상하는 등 지속적으로 탄탄한 파트너십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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