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리버풀의 레전드 존 반스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의 전망과 더불어 현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손흥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승 여부와 관계 없이 리버풀은 꾸준한 발전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반스는 2014년부터 2016년 까지 매년 ‘풋볼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리버풀의 모습을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봤다. 리버풀은 강력한 라이벌 맨체스터시티와 더불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다투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강에 진출해 포르투와 맞붙을 예정이다. 두 마리 토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리버풀을 감싸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전에서 놓친 것을 고려하면 매 경기 살얼음판 위의 결승전이다. 

3년만에 반스와 가진 인터뷰는 서울에서 마련됐다. 최근 개최된 ‘SC트로피컵 2019’ 한국 예선전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다. ‘SC트로피컵’은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개최하는 국제 아마추어 풋살대회로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8개국에서 국가별 예선이 열리며, 각 국 우승팀은 오는 5월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구장에서 열리는 'SC트로피컵 2019' 본선에 출전하게 된다.

-다시 만나 반갑다. 지난 2016년 인터뷰에서 “곤란하게 하는 질문이 아니라면 무엇이라도 좋다. 리버풀이 마지막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언제 했냐고 물어본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올 시즌 리버풀에게 우승과 관련한 질문은 결코 곤란하지 않을 것 같다. 고공비행이 이어지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다. 팀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꾸준히 보여줬다. 매 경기 투쟁심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더욱 발전했다는 점을 확연히 볼 수 있다. 맨시티 역시 환상적인 스쿼드를 바탕으로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리버풀 역시 환상적이다. 사람들은 모하메드 살라에 집중하고, 그의 득점포가 기대보다 많이 터지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살라는 팀 전체에 긍정적인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언급한대로 지난 시즌은 살라의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은 조금 다른 양상인데? 
많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개인적으로 판 다이크가 올 시즌 가장 눈에 띈다. 조용히 수비에 집중하고 있다. 본인만 조용한게 아니라 수비라인과 골키퍼들이 덕분에 평안을 찾았다. 상대가 역습을 펼치는 상황,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진이 우왕좌왕 하면 경기가 어려워진다. 반다이크는 여러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수비진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감을 줬다. 피르미누 역시 마찬가지다. 리버풀이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에는 피르미누 역시 강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수비 안정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임을 감안하면 확실히 반다이크의 존재가 눈에 띈다. 살라의 득점력 비중이 낮아지는 상황 속에서 사디오 마네, 피르미누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의 차이는 역시 득점력이다. 지난 시즌에는 살라에게 다소 의존했다. 지난 시즌 살라는 40골을 넘게 기록했는데, 당시 1위를 기록한 맨시티와의 승점차는 20점이 넘었다. 올 시즌은 살라의 득점은 줄었지만 팀의 성적은 오히려 좋아졌다. 리버풀은 맨시티와 꾸준히 1위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는 중이다. 다양한 득점포가 가동되는 것이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다. 살라는 팀 플레이어의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 사실 빅 클럽이라면 단 한 명에게 의존하지는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작은 팀들은 단 한 명에게 의존할 수 있다. 그 단 한 명의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경쟁력을 잃는다. 올 시즌 리버풀은 더 많은 선수들이 득점을 했고, 언급한대로 수비도 상당히 안정되었다.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공수의 안정. 단순한 말이지만, 이것이 우리가 현재 리그 1위 싸움을 꾸준히 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지속적으로 전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직접 선수로 활약했기에 아마도 마음이 짐작될 것 같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에 비해 득점이 줄어들면 위축되거나 심리적인 부담이 더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보편적으로 선수 개인을 보면 더욱 많은 득점을 통해 더욱 빛나는 별이 되고 싶을 수도 있다. 특히 현대 축구에서는 더욱 그런 양상이다. 하지만 현재 리버풀에 소속된 선수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개인을 위한 팀이 아니다. 팀을 위한 개인도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팀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바로 리오넬 메시다. 팀을 위해 개인이 빛나고 있다. 올 시즌 살라의 모습은 리버풀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이어지는 리버풀의 철학은 무엇인가?
빛나는 별이 되고 싶어하는 선수가 있다면 먼저 팀과 동료들을 존중해야 한다. 팬들이 어디서나 지켜보고 있다. 상업적인 현대 시대에는 스폰서들 역시 지켜보고 있다.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축구의 모습인지 말이다. 과거 이안 러시, 케니 달글리시가 어떻게 팀을 위해 뛰었는지 기억하고 있다. 살라가 부담과 의욕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클롭 감독은 살라가 득점하지 못해도 팀을 위해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늘 알려주고 있다. 살라가 리버풀의 철학을 이어받아 팀을 위해 뛰고 있어 상당히 흐뭇하다. 더불어 클롭 감독 개인의 철학 역시 리버풀의 오랜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선수가 바뀌고 감독이 변화할 수는 있지만 팀의 철학이 쉽게 변해서는 안된다. 클롭 감독은 특정 선수에게 팀의 명운을 맡기지 않는다. 모든 선수가 팀의 일원이고 모두가 함께 전진하는 것이 축구의 철학이고 리버풀 그리고 클롭 감독의 철학이다. 클롭 감독이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리버풀에는 특별한 사람이 없다. 모두가 평등하고 지역사회와 팬들 모두가 한 가족이다. 클롭 역시 리버풀이라는 거대한 가족의 평범한 구성원이다.

-팀 안팎으로 긍정의 기운이 넘치는 것 같다. 유구한 철학을 기반으로 꾸준히 전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랜 기간 염원한 리그 우승 역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사실 맨시티가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꾸준한 모습을 수 년간 보여줬다. 충분한 스쿼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모든 팀에게 4월이 가장 고비다.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된다. 리버풀의 베스트11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뛸 수 있다면 무서울 팀이 없다. 하지만 시즌은 길고 조금씩 전력에 누수가 생긴다. 리버풀은 베스트 11이 무너지면 대체할 선수가 1~2명 정도다. 하지만 맨시티는 5~6명의 훌륭한 대체 자원들이 있다. 맨시티가 향후 2년간 단 한 명도 영입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스쿼드다. 현재 리버풀과 맨시티의 냉정한 차이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리버풀이 상당히 잘 하고 있지만, 남은 시기를 어떻게 버티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난 시즌 놓친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희망 역시 가지고 있다. 8강에서 포르투와 맞붙게 되었다. 다른 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약스를 원했다. 포르투 역시 나쁘지 않다. 물론 포르투는 강한 팀이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조추첨에서 운이 따른 편이지만, 리버풀은 상대와 관계 없이 같은 자세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클롭 감독은 언제나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상관이 없다.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100%의 집중력을 보여줄 것이다. 축구공은 둥글고, 아약스가 레알마드리드를 잡은 것이 기적이 아니듯, 어떤 일이 펼쳐질 수 있다. 그 다음은 맨유 혹은 바르셀로나와 맞붙겠지만, 포르투가 리버풀을 잡을 수도 있고, 그 포르투가 다시 맨유나 바르셀로나를 잡을 수도 있다. 몇 경기만 더 하면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오지만, 아직은 아무도 그 다음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일단 리버풀은 포르투를 잡아야 한다. 리그, 챔피언스리그와 관계 없이 리버풀에게 결승전은 매주 다가오는 다음 경기가 결승전이다. 

-리버풀이 아닌 주제를 이야기해보겠다. 최근 10년간 한국 선수들이 잉글랜드 무대, 유럽 무대를 많이 노크하고있다. 
2002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에 방문했고, 많은 경기를 봤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박지성이 빛났고 결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입단해 활약했다. 이후로도 한국 축구는 강했고,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다. 특히 최근 3~5년 동안 더욱 그랬다. 손흥민의 존재가 놀랍지는 않은 이유이다. 다만 최근에는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전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수급하고 있기에 더욱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박지성이 현역으로 뛰던 시절에는 주로 잉글랜드와 유럽 선수들과 경쟁해야 했지만, 지금은 진입 자체에 대한 상황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잉글랜드 선수들 역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한국 선수들이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등 많은 유럽의 빅 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매번 월드컵이 펼쳐지면 한국은 16강 이상의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 원하는 성적이 나올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겠지만, 지난 20년을 보면 한국 선수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올 시즌 손흥민의 활약이 한국 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 리버풀의 레전드 반스가 보는 손흥민은 어떤 모습인가?  3년 전 풋볼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손흥민에 대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지금은 조금 다를 것 같다. 냉정하게 평가를 부탁한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다. 리버풀, 맨유, 아스널 등 어느 팀에서 뛰더라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토트넘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두 명을 뽑으라고 하면 단연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다. 일각에서는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한 후 손흥민이 팀에서 보여주는 활약이 줄어들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팀 플레이어로 보인다. 케인이 없을 때에는 손흥민이 득점에 대한 부담이 많았을 것이다. 다행히 결과로 나왔다. 케인이 돌아온 후 득점의 장면은 줄었다고 해도 팀을 위해 뛰고 있고 여전히 가치 있는 활약을 하고 있다. 기회를 꾸준히 만들고, 수비에 가담하는 비중도 늘었다. 살라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케인이 돌아온 후 손흥민은 여전히 빛나고 있으며 팀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케인은 득점을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누가 더 좋은 팀 플레이어인지를 묻는다면 나는 토트넘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손흥민을 뽑을 것이다. 팀을 위해 더욱 중요한 선수다. 팬들은 손흥민이 득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수도 있다. 리버풀에 살라가 있다면 토트넘에는 손흥민이 있다. 살라가 40골을 넣고 팀이 4위로 시즌을 끝내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살라가 20골을 넣고 팀은 우승을 하는 것이 더욱 가치가 있다. 손흥민 역시 토트넘의 전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리버풀이 속한 프리미어리그와 한국은 지리적으로 상당히 먼 거리에 있다. 시차도 있지만 더욱 많은 이들이 리버풀을 응원하고 밤새도록 프리미어리그를 지켜보고 있다. 팬들에게 한 마디?
SC트로피컵과 같은 다양한 기회를 통해 팬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싶다. 경기를 통해 리버풀의 축구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접점을 늘리는 모든 행동이 가치가 있다. 더 많은 팬들이 리버풀을 응원하고, 또 리버풀에 직접 와서 경기를 보는 팬들도 많았으면 좋겠다. 리버풀은 최근 안필드의 메인 스탠드 증축을 포함해 많은 변화를 하고 있다. 팬들이 안필드에 찾아오면 경기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것을 즐기고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안필드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리버풀 선수들이 펼치는 최고의 드라마를 약속한다. 

-리버풀이라는 도시에서 축구 외 다른 볼거리를 추천한다면?
리버풀과 비틀즈의 도시다. 비틀즈 박물관도 있고, 그들이 처음 공연한 공연장도 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쇼핑센터도 잘 갖춰져 있다. 꼭 한 번 방문하길 바란다. 

-구디슨 파크는?
물론 에버턴 역시 리버풀이라는 도시의 역사다. 내 동생이 에버튼 팬이다.에버튼 팬들이라면 구디슨 파크도 추천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리버풀은 트로피 전시장의 문을 열고 새로운 우승컵을 추가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빈손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모두 우승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결승에서 패배하고, 리그에서 1점차로 2위에 머물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실망할 것은 아니다. 리버풀은 꾸준히 전진하고 있고, 매 시즌 승리를 위해 도전하고 있다. 꾸준함이 있어야 우승의 기회도 있다. 우승이라는 거대한 목표 보다 매주 승리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작은 목표들을 이르면 거대한 목표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팬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
 

*존 반스는?
자메이카 태생으로 존 반스는 현역 시절 왓포드, 리버풀, 뉴캐슬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1987년 리버풀에 입단해 1997년까지 활약하며 407경기에 출전해 108득점을 기록하며 1부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를 포함 총 7회의 우승을 견인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으로도 79경기에 출전해 11득점을 기록했다. 은퇴 후에는 잠시 래퍼로 활약하며 '안필드 랩'이라는 음반을 냈다. 당시 무려 UK싱글차트 3위를 차지했다. 지도자로는 셀틱, 자마이카국가대표팀 등을 지휘했으며, 1998년 대영제국훈장을 수훈했고 2005년 잉글랜드 축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최근에는 TV해설자와 리버풀의 레전드로 전세계 팬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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