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티아고(성남FC)와 레오나르도(전북현대)의 대결은 데자뷰를 부른다. K리그를 대표하는 오른발과 왼발의 대결이 6년 만에 선수가 바뀐 채 벌어졌다. 성남의 왼발 달인 몰리나와 전북의 오른발 달인 에닝요를 잇는 ‘평행이론’이다.

티아고와 레오나르도는 각각 2골씩 넣어 2-2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1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3라운드였다.

티아고와 레오의 승부였다. 권순태의 페널티킥 선방을 포함해 두 골키퍼의 선방쇼로 전개되던 경기는 후반 30분 티아고의 엄청난 프리킥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거리가 약간 멀었지만 속도와 정확성을 겸비한 슛이 골문 구석의 막을 수 없는 자리로 날아갔다.

교체 투입된 레오가 티아고와 한 방씩 주고받았다. 후반 38분 레오가 문전으로 침투하며 동점골을 넣었고, 추가시간 김태윤의 핸드볼 반칙으로 생긴 페널티킥까지 차 넣으며 경기의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추가시간이 5분이나 흘렀을 때 티아고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집념을 갖고 돌진하며 다시 동점골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첫 프리킥을 넣은 티아고는 K리그의 ‘대표 왼발’ 계보에 이름을 올릴 만한 위력을 보였다. 앞선 10골 중 프리킥보다 훨씬 희귀한 직접 코너킥으로 2골이나 넣으며 왼발 킥이 얼마나 크게 휘면서도 날카로운지 증명했다.

레오는 이날 킥력을 딱히 뽐내진 못했지만 이번 시즌 K리그 선수 중 가장 눈에 띄는 프리키커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두 경기에서 프리킥으로만 2골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전주에서 벌어진 올해 첫 성남전에서도 프리킥 골을 비롯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1골에 그친 티아고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두 선수의 대결은 몰리나와 에닝요를 연상시켰다. 앞서 K리그를 대표하는 좌우 프리킥의 달인이었던 이름이다. 몰리나는 FC서울에서 더 오래 뛰었지만 2009년 7월 K리그에 발을 들인 뒤 1년 반 동안 성남에서 먼저 활약했고, 당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0년 올스타전에서 에닝요와 몰리나가 한 팀으로서 프리킥 연습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몰리나와 티아고는 브라질 명문 산투스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평행이론이 성립한다. 몰리나는 성남 이적 직전까지 산투스의 주전 미드필더였다. 네이마르 등 당시 브라질의 간판 유망주들이 몰리나의 플레이를 보며 자랐다. 티아고는 산투스 유소년팀 출신이지만 그리 성공적인 경력을 쌓진 못했다. 네이마르를 비롯한 또래 스타들에게 밀려 임대를 전전하다 2015년 포항스틸러스로 이적하며 K리그에 도전했다.

현재 공격 포인트는 티아고가 11골 4도움으로 압도적(득점 1위, 도움 공동 4위)이다. 대신 레오는 ACL 활약을 비롯해 예년보다 승부처에서 활약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중력이 부족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는 비판을 뒤로 하고 한층 강인한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에닝요가 전북 시절 보여줬던 ‘큰 경기에 강한’ 면모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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