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레바논전서 7연속 무실점 승리

[풋볼리스트=안산] 한준 기자= 울리 슈틸리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미션을 달성했다. 24일 밤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G조 7차전에서 레바논을 1-0으로 꺾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무실점 전승으로 돌파했다. 완전무결한 기록을 남겼다.

이날 승리로 한국 대표팀은 A매치 7연속 무실점 승리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는 역대 한국 A매치 사상 최다 연속 무실점 승리다. 최종 예선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동기부여’가 화두로 떠오른 대표팀은 3월 A매치의 포커스를 ‘신기록 수립’에 뒀다. 27일 태국 원정 친선 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승리할 경우 8회 연속으로 새 역사를 쓴다.

#기록과 정신력, 슈틸리케호가 지킨 것

기록보다 인상적인 것은 정신력이다. 후반 추가 시간 2분에 결승골을 넣었다. 쌀쌀한 날씨 속에 훈련 기간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주장 기성용이 경기 말미에 팀을 이끌었다. 적재 적소에 패스를 찌르며 빌드업 중심 역할을 한 기성용은 수비수 세 명을 현란한 드리블 돌파로 제친 뒤 이정협의 결승골을 도왔다.

슈틸리케의 남자는 이번에도 이정협이었다. 공식 A매치로 인정 받지 못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득점포를 가동했던 이정협은 2016년에도 대표팀의 첫 일정에 골을 넣었다.

후반 24분 교체 투입된 이정협은 투입 후 잠잠했으나 마지막 순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기성용의 돌파와 패스가 이어지는 순간 레바논 수비가 순간적으로 비워둔 공간을 포착했고, 절묘한 원터치로 골문 구석에 마무리 슈팅을 연결했다.

경기 전 구자철은 “홈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 만으로도 동기 부여가 된다”고 했고, 기성용도 “국가 대표 경기라는 것 자체가 동기부여”라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말의 진정성을 입증했다. 대표 선수들은 경기에 확실하게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쉬웠던 마무리, 영점 못 맞춘 황의조
 
냉정히 말해 추가 시간 결승골이 나오기 전까지 상황은 부정적이었다. 선수비 후역습 자세로 나온 레바논 수비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전방 파괴력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결과적으로 세 명의 원톱 자원을 모두 기용해야 했다. 항공사 파업으로 입국 일정이 늦어져 출전 예정이 없었던 석현준까지 후반 36분 투입했다. 여기에는 선발 출전한 황의조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 있다.

전반 33분 발리 슈팅, 후반 1분 문전 슈팅, 후반 18분 골문 바로 앞에서의 기회 등 세 차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황의조는 경기 직전 웜업 훈련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슈팅을 연습하며 강한 득점 의지를 보였다. 마지막에 시도한 슈팅을 골문 안으로 보내지 못해 아쉬운 모습으로 떠났던 황의조는 실제 경기에서도 미션을 이루지 못했다.

황의조는 올 시즌 개막한 K리그클래식 초반 2경기에서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김학범 성남FC 감독도 “실망스럽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대표팀의 부족한 마무리가 황의조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경기 내내 시도한 슈팅 상당수가 골문 안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볼 점유율에서 압도적이었고, 경기 내내 공격을 주도했지만 마침표를 찍는 과정에서 여러 선수들이 슈팅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손흥민이 떠나자 측면 파괴력이 실종됐다

여기에는 그 동안 대표팀 공격을 이끌던 손흥민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 올림픽 대표팀 와일드 카드 선발로 이번 A매치 일정에 소집하지 않은 공격수 손흥민의 공백이 여실히 느껴졌다.

한국 공격은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겨주는 패스, 측면을 파고 들어 문전으로 올려주는 크로스 패스 연결 과정, 2선 지역에서 선수들이 활발하게 위치를 바꿔가며 공간을 만들기 위한 플레이를 시도한 부분에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밀집 수비를 확실히 와해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전 아시아 예선 경기 양상도 비슷했다. 상대 팀은 라인을 내리고 후방 공간을 없애려 했다. 손흥민은 이런 밀집 수비를 무너트리는 열쇠가 되는 선수였다. 과감하고 저돌적으로 문전 중앙 지역으로 밀고 들어가 판을 흔들었다. 이날 공격진은 이런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골이 나온 배경에도 기성용의 폭발적 드리블 돌파가 차이를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전을 마친 뒤 “더 과감하게 상대를 밀어 붙이라는 주문을 했다”고 했다.

손흥민이 사라진 왼쪽 측면을 담당한 선수들의 침묵이 전방 공격수들의 발을 무겁게 했다. 측면 공격을 이끈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과 김진수(호펜하임)는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치르지 못한 상황으로 감각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청용은 2선과 후방으로 내려와 다른 방식으로 경기에 기여했지만, 김진수는 몇 차례 기술적 실수가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수에 대해 “안정감이 떨어져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볼을 잘 키핑 못하거나 패스 미스가 나오는 등 불안 요소 보였다”고 했다. 기성용과 이청용이 후방으로 내려오면서 까지 좌우 풀백을 윙어 자리까지 전진시키는 등 전술적 해법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답은 선수가 찾아야 한다.

레프트백 포지션의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고 있고, 라이트백 포지션은 센터백 장현수가 보직을 바꿔 뛰고 있다. 장현수는 이날도 라이트배 자리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는 6월 유럽 원정 A매치에서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나야 하는 9월 A매치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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