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대회 탈락, 험난한 EPL 대진… 남은 목표는?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거스 히딩크 첼시 감독의 ‘단기계약직 전설’은 지금 위기에 처했다. 팀을 그럭저럭 잘 추슬렀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하나도 내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날 분위기다. 히딩크 감독이 “최선의 순위”가 목표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5/2016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가 30라운드까지 진행된 지금, 첼시가 유럽대항전에 나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맨체스터시티와는 승점 10점차가 난다. 유로파리그 진출권인 6위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승점 9점 위에 있다.

강한 이변이 작용한다면 뒤집을 수 없는 점수차는 아니다. 이론상 4~9위팀이 지금과 같은 승점 획득 속도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고 첼시가 8경기에서 전승을 거둔다면 마지막 경기에서 첼시가 4위에 오를 수 있다. 이 가정에 따르면 맨시티의 기대 승점은 64.7점, 첼시는 65점이다.

문제는 첼시의 남은 일정이 EPL 모든 팀을 통틀어 가장 험난하다는 점이다. 33라운드에서 맨시티, 35라운드 토트넘홋스퍼(2위), 37라운드 리버풀(9위), 38라운드 레스터시티(1위)가 기다리고 있다. 1, 2, 4위팀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맨시티와 리버풀을 직접 꺾고 순위를 끌어올릴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남은 일정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첼시는 UCL과 FA컵도 모두 탈락했다. 남은 일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히딩크 감독은 나태와 안일함을 경계한다. 히딩크 감독은 첼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식 인터뷰에서 “순위표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우선이다. 최선의 순위를 얻을 것이다”라고 했다.

주제 무리뉴 전 감독이 경질되고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시점부터 첼시는 ‘지지 않는 팀’이 됐다. 14경기 동안 무패 행진 중이다. 그러나 6승 8무로 무승부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게 문제였다. 무패 행진에도 불구하고 순위를 크게 향상시키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무패 행진의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넌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차근차근 회복 중인 빅 클럽의 일원이다’라고 말했다. 우린 리그에서 오랫동안 지지 않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플레이를 했다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동기부여와 별개로 첼시가 직면한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순위는 낮지만 스타군단인 첼시는 스페인 대표팀에 3명, 세르비아와 브라질 대표팀에 각각 2명 등 10명 넘는 주전 선수를 각국 대표팀으로 보냈다. 긴 이동과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느라 선수들이 지칠 수 있다. 겨울 이적시장에 추가한 공격수 알렉산드르 파투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브라질로 돌아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히딩크 감독은 2008/2009시즌 첼시에서 처음 임시 감독을 맡아 리그 3위와 FA컵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 우승 가능성은 모두 사라졌고 유럽대항전 진출도 기적에 가까운 승점을 쌓아야 가능하다. “최선의 순위”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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