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톤스(맨체스터시티)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전 히트맵. '더 선' 인터넷판 캡처
존 스톤스(맨체스터시티)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전 히트맵. '더 선' 인터넷판 캡처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설적인 수비수였던 제이미 캐러거였지만, 요즘 존 스톤스가 맡는 역할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다.

지난 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27라운드를 치른 맨체스터시티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3-1 승리를 거뒀다. 맨시티는 선두 리버풀을 승점 1점차로 바짝 추격하며 선두 싸움을 이어갔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3관왕의 원동력이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 특유의 3-2-4-1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맨유가 마커스 래시퍼드의 속공 마무리로 앞서갔지만, 잠자던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꼴이었다. 맨시티가 압도적인 경기 끝에 필 포든의 2골과 엘링 홀란의 쐐기골로 승리했다.

이 경기를 분석한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캐러거는 스톤스의 움직임과 역할에 주목했다. 스톤스는 지난 시즌부터 본업인 센터백이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가 뛰었다. 선발 라인업을 보면 원래 포지션이 센터백인 선수 4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중 미드필더에 가까운 역량을 지닌 스톤스가 올라가 뛰면서 공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는 선수 배치였다. 그런데 지난 시즌 막판 들어 오히려 전문 미드필더 로드리보다 스톤스가 더 앞으로 올라가는 장면들이 나왔고, 스톤스는 이마저 매끄럽게 소화해 왔다.

이번 맨유전에서는 “스톤스가 아예 10번(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가기도 했고, 경기를 운영했다”는 게 캐러거의 설명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축구를 본 내가 잉글랜드에서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다. 그 시절 공을 잘 다루는 수비수라면 리버풀의 앨런 핸슨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프랑코 바레시가 굉장히 비슷했고 공을 몰아 수비진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리오 퍼디난드도 그런 부류였다. 다 돌아봤을 때, 스톤스와 비슷한 선수로 기억나는 건 유로 1996 당시 독일 대표팀의 마티아스 잠머뿐”이라고 했다.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의 경계를 허문 걸 넘어 아예 공격형 역할까지 맡은 선수는 스톤스가 처음이라며, 캐러거는 흥분한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 맨유가 준비한 수비 방식에 균열을 내기 위한 묘수로 스톤스가 전진 배치된 것이며, 개인 최다인 39회 패스 성공을 기록했다는 점도 거론됐다. 또한 과르디올라 감독이 에릭 턴하흐 맨유 감독을 상대할 때는 보통 중앙 미드필더를 측면으로 벌리고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을 후방으로 내리는 한편 로드리가 공간으로 파고들도록 허를 찔렀는데, 이번엔 한 번 더 꼬아 스톤스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에릭 텐하흐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에릭 텐하흐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는 전 포지션 선수가 유연하게 위치를 바꾸고, 바뀐 위치에서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포지셔널 플레이에 기반을 둔다. 이를 위해 미드필더급 지능과 기동력을 갖춘 센터백을 여럿 수급해 그 중에서도 특출난 스톤스를 아예 전진 배치해 왔다. 이제 상대의 허를 찔러야 될 때면 스톤스를 더욱 올려 아예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과르디올라 축구의 진화는 계속된다.

사진= ‘더 선’ 인터넷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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