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무리뉴 AS로마 감독(왼쪽)과 티아구 모타 볼로냐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주제 무리뉴 AS로마 감독(왼쪽)과 티아구 모타 볼로냐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는 4위 싸움이 치열하다. 최상위권은 큰 변화가 없다. 선두 인테르가 16라운드 승점 41점으로 독주 중이고, 유벤투스가 승점 4점차로 추격 중이다. 3위 AC밀란은 유벤투스와 승점차가 5점인데 다소 불안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승률은 유지하고 있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를 놓고 무려 5팀이 1경기 격차 안에서 경쟁 중이다. 현재 4위는 승점 28점인 볼로냐다. 그 뒤를 승점 27점 나폴리와 피오렌티나, 승점 26점 아탈란타, 승점 25점 AS로마가 잇는다.

화려한 강팀들을 모두 발아래 둔 볼로냐의 돌풍이 눈에 띈다. 볼로냐는 7승 7무 2패로 상위 10개팀 중 무승부가 가장 많지만, 대신 패배를 최소화하는 끈끈한 축구를 통해 승점을 쌓았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 토리노전 2-0 승리, 레체와 1-1 무승부, 살레르니타나전 2-1 승리, 로마전 2-0 승리를 거뒀다. 비교적 쉬운 상대를 셋 잡아낸 뒤 로마와 가진 맞대결까지 승리하면서 순위를 확 끌어올렸다.

지난 18일(한국시간) 로마를 상대한 홈 경기는 볼로냐의 저력을 잘 보여줬다. 두 팀은 빌드업과 공격전개 속도에서 차이가 났다. 전반 37분 골 장면을 보면 레모 프로일러의 스루패스를 받은 단 은도예가 문전으로 꺾어준 공을 쇄도하던 니콜라 모로가 마무리했다. 볼로냐 선수들의 움직임이 로마보다 더 짜임새 있었고, 수비수들은 우왕좌왕하다 모로를 놓쳤다.

후반 4분 라스무스 크리스텐센의 자책골도 로마의 실수라기보다 볼로냐 공격이 좋았기 때문에 나왔다. 볼로냐가 공격 방향을 크게 바꾸면서 오른쪽 측면의 루이스 퍼거슨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노마크 상태인 퍼거슨이 문전으로 낮고 빠르게 붙여준 공을 따내려 양팀 선수들이 뒤엉켜 경합하는 과정에서 공이 골대로 흘러들어갔다.

로마도 창의성은 부족했지만 스트라이커 안드레아 벨로티가 고군분투하며 득점 기회를 몇 차례 만들어냈다. 그러나 페데리코 라발리아 골키퍼를 뚫을 수 없었다.

볼로냐의 역대급 성적이다. 세리에A가 승리시 승점 3점을 주기 시작한 1994-1995시즌 이래 16라운드 승점 28점은 팀 최고 기록이다. 볼로냐는 세리에A 우승을 7회 기록한 먼 옛날의 강호지만 마지막 우승은 1964년이었다. 1970년 이후로는 세리에A 6위 이내에 든 적이 없다. 오히려 3부까지 떨어진 적이 두 번 있었다. 가장 최근 강등은 2014년 2부로 떨어진 것이었는데 1년 만에 승격해 꾸준히 세리에A 중하위권에 머물러 왔다.

반전은 지난 시즌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여름 티아구 모타 감독이 부임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9위에 오르며 11년 만에 최고 성적을 냈고, 이번 시즌은 유럽대항전 진출을 노리고 있다.

모타 감독은 선수 시절 브라질 태생이지만 오래 활약한 이탈리아 대표로 합류, 좋은 기량을 보여줬던 스타 미드필더였다. 제노아, 인테르밀란, 파리생제르맹(PSG)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2020년 이탈리아 감독 최상위 양성과정에서 수석 졸업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친정팀 제노아에서 첫 감독 도전은 실패에 가까웠으나 약팀 스페치아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볼로냐에서 만개하고 있다. 이번 로마전 승리는 인테르 선수시절의 은사라고 할 수 있는 주제 무리뉴 감독을 꺾으며 세대교체를 선언한 셈이기도 했다.

볼로냐는 지난 시즌 핵심 선수였던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가 인테르로, 무사 바로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타원으로 이적하며 전력 공백이 우려됐다. 그러나 이들을 대체할 자원이 효과적으로 영입됐다. 미드필더 프로일러, 좌우 측면의 알렉시스 살레마키어스와 은도예, 미드필더 모로 등이 합류하자마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스트라이커 조슈아 지르크제이다. 한때 바이에른 유소년팀의 간판 유망주였던 지르크제이는 장신에 유연한 기술까지 겸비한 네덜란드의 흑인 스트라이커로 큰 기대를 모았다. 바이에른 1군에서 가끔 번뜩였을 뿐 정착은 하지 못했고, 파르마와 안데를레흐트 임대를 거쳐 지난해 볼로냐로 합류했다.

이번 시즌 만개하기 시작한 지르크제이는 리그 7골 2도움으로 득점 순위 4위에 올라 있다. 팀이 매 경기 한두 골 차 아슬아슬한 승부 중이라 공격포인트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하다. 지르크제이의 골과 도움 중 팀 승점으로 직결되지 않은 게 하나도 없을 정도다.

조슈아 지르크제이(볼로냐). 게티이미지코리아
조슈아 지르크제이(볼로냐). 게티이미지코리아

특히 강팀 상대로 눈에 띄는데, 선두 인테르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거둘 때 넣은 골은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다. 롱 패스를 받아 최전방에서 달려간 지르크제이는 상대 수비 3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런데 퍼스트 터치를 침착하게 뒤쪽으로 하면서 수비수들과 순간적으로 거리를 벌렸다. 부랴부랴 달려온 이탈리아 대표 알레산드로 바스토니가 페인팅에 벗겨지고, 프랑스 대표 벤자맹 파바르가 블로킹을 시도했지만 간단한 심리전으로 파바르가 막지 못하는 쪽으로 정확하고 느린 슛을 차 넣었다.

이런 활약을 통해 모타 감독은 전소속팀 PSG 등 명문 구단들의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고 있다. 지르크제이는 AC밀란과 나폴리 등의 영입목표로 거론되고 있으며, 바이에른은 우선협상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즌 돌풍부터 장차 유럽축구의 중심에서 활약할 수 있는 감독과 스트라이커까지, 볼로냐를 주목할 이유는 다양하다.

※ 김정용 기자가 연재하는 '오늘의 파스타'는 세리에A를 비롯한 이탈리아 축구 소식을 다룹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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