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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현의 오만일기] (3) 밥 먹듯 감독 교체, 오만에서 배운 것
풋볼리스트 | 승인 2016.03.15 15:01

 


[풋볼리스트] 축구 선수가 되면 전 세계에서 일할 수 있다. 미드필더 김귀현은 이 말을 몸소 증명한 선수 중 한 명이다.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지 않은 나라에서 특별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 대구FC를 거쳐 오만 최초의 한국인 선수가 된 김귀현이 오만 스토리를 전한다. 축구가 아니었다면 평생 접하지 못했을 나라 오만 속으로 김귀현과 함께 가보자. <편집자 주>

내가 입단한 알나스르SCSC는 오만 프로페셔널 리그(OPL)에서 명문팀으로 꼽힌다. 오만리그는 1976년 출범해 올해로 마흔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알나스르가 연고로 하는 오만 제2의 도시 살라라가 우승 트로피를 가장 많이 챙겼다. 수도 무스카트가 가져간 우승한 것은 4번뿐이다.

살랄라 지역 라이벌 팀 도파르(Dhofar)가 9회 우승으로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알나스르는 다섯 번 우승 했다. 통산 기록에서 세 번째로 높지만, 알나스르가 마지막으로 리그 우승을 이룬 것은 2003/2004시즌이다. 10년 넘게 우승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팬들이 많이 떠난 상태라고 했다. 성적이 좋아야 관중들이 경기를 찾는다. 그 책임은 분명 선수들에게 있다고 나도 생각한다.

올해는 다행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서 팬들이 조금씩 경기장에 나오는 분위기다. 내가 뛰고있는 2015/2016시즌도 그리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직 한 시즌을 치르지도 않았는데 다섯 명의 감독님을 만났다. 감독 교체가 잦은 오만 내에서도 가장 많이 감독을 바꿨다.

처음 만난 감독은 튀니지 출신의 로프티 림 감독이다. 나의 플레이를 영상으로 확인하시고 뽑아주신 분이라 일단 감사함이 크다. 나를 직접 데려와서 인지 정을 많이 준 감독이었다. 항상 한국 축구에 대해 아주 높게 평가해 주셨다. 한국 선수들이 성실하고 부지런한데다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며, 나를 선발할 때 그런 점을 모두 알고 선택했다고 설명해줬다.

아랍어를 쓰지만 영어로 잘 하셨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된 감독이었다. 다만 선수들을 너무 자유롭게 해줬던 부분이 선수단이 조금 나태해지도록 만든 게 아닌가 싶었다. 성적도 그렇고, 건강까지 안좋아 지시면서 그만두고 고국으로 돌아가셨다.

 

 

 

 


두 번째로 부임한 감독은 벨기에 출신의 루크 에이말 감독이다. 항상 팀 전체가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유럽 출신 지도자답게 훈련 프로그램이 아주 좋았다. 다만 자기가 원하는 선수를 기용하는 과정에서 구단 사람들과 마찰이 자주 있었다. 에이말 감독 부임 이후 연승 가도를 달렸고, 그제야 사람들이 믿기 시작했다.

건강 문제로 떠난 림 감독에 이어 에이말 감독도 잘하다가 팀을 나가게 된 경우다. 수단에서 가장 유명한 팀이라는 알메리크에서 바이아웃 조항에 달하는 금액을 내고 데려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이별이었다. 그래서 세 번째로 온 감독은 우리 팀의 U-23 팀을 맡던 분이다. 아주 잠깐 같이 했기 때문에 특별한 기억은 없다. 직전 감독이 짜놓은 틀에 맞춰 진행했다.

그 다음으로 온 네 번째 감독은 프랑스 출신 드라간 크베트코비치 감독이다. 마찬가지로 훈련 프로그램도 좋고 경기 준비 과정이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새로운 감독이 오고 나서부터 연패를 당했다. 오신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구단에서 내보냈다.

사실 선수들은 감독이 바뀐 줄도 모르고 운동장에 나갔었다.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갔는데 다른 분이 계셨다. 정말 많이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던 날이었다.

다섯 번째로 온 감독은 우리 지역을 연고로 하는 라이벌 팀 중 하나인 살랄라에서 데려온 분이다. 보스니아 국적의 세나드 크레소 감독이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는데, 시즌 도중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살라라는 연고지가 같은 팀이라 연습 경기도 자주하고 컵대회에서도 자주 만난데다, 이미 리그 경기에서 상대팀으로도 만났던 팀이다. 자주 만났다고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다. 만날 때마다 내게 시비를 걸고 싸우는 일이 많았던 것이 그 팀이고, 크레소 감독이었다. 그런데 그런 팀의 감독이 우리 팀 감독으로 왔다니. 이제 올 시즌 나는 경기는 다 뛰었구나 생각했다.

처음 인사하는 데 나한테 크레소 감독이 윙크를 했다. 솔직히 “넌 이제 끝났다”는 의미로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크레소 감독이 “과거는 다 잊고 우리 한번 잘 해보자”며 먼저 다가와줬다.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기회였다. 나를 중용 해주셨다.

솔직히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토록 많은 감독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결과가 어떻든 모든 분들이 잘해 주셨고, 나를 인정해 주셨다. 모든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모든 감독들이 원하신 것은 중원에서 수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잘하는 부분이었기에 문제 없이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 경기력도 결과도 좋았다.

다만 감독이 자주 바뀌는 상황은 물론 선수들에겐 힘든 일이었다. 나 같은 경우 감독 교체 속에도 경기를 계속 뛰었지만 동료 선수들은 경기 마다 선발 선수가 바뀌는 일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감독님이 바뀌는 과정에 정신적으로도 더 집중했고, 배운 것도 많았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자는 과정에서 내 역할도 커졌다. 프로 선수로, 또 한 명의 사람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인연도 어쩌면 더 많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자주 하고 있는 감독 분들이 있다. 앞으로 프랑스나 벨기에, 아프리카로 여행을 가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분들이 언제든 오라고 했다. 일단 가면 머물 곳은 있는 해결된 셈이다.

구술=김귀현
정리=한준 기자
사진=김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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