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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현의 오만일기] (4) 김귀현의 오만 별명 ‘안전판’ 된 사연2015/2016 오만프로리그 전반기 베스트11 선정된 김귀현
한준 기자 | 승인 2016.03.23 15:22

[풋볼리스트] 축구 선수가 되면 전 세계에서 일할 수 있다. 미드필더 김귀현(26)은 이 말을 몸소 증명한 선수 중 한 명이다.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지 않은 나라에서 특별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 대구FC를 거쳐 오만 최초의 한국인 선수가 된 김귀현이 오만 스토리를 전한다. 축구가 아니었다면 평생 접하지 못했을 나라 오만 속으로 김귀현과 함께 가보자. <편집자 주>

사실 프로 선수로 데뷔하고 꾸준히 출전 기회를 가졌던 적이 없다. 운 좋게도 오만에서는 매주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감독의 확실한 신뢰를 느끼며 경기장에 나섰다. 첫 경기부터 잘 풀린 것이 계속된 기회로 이어진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다가 첫 경기를 ‘말아 먹은’ 아프리카 선수는 그 뒤로 한 경기도 못 뛰고 방출됐었다. 지금 생각 해보면 나도 첫 경기를 ‘후루룩’ 했다면… 곧장 한국에 돌아와야 했을 것이다.

나와 더불어 알나스르SCSC에 새로 온 선수들 모두 지난 시즌에 좋은 활약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 내용이 시즌 초반부터 좋았다. 그러나 이길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지면서 내용만큼 결과가 따라 주지 않았다. 초기엔 그런 부분에서 힘든 면이 있었다. 하지만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은 있었다. 꾸준히 경기를 나서다 보니 한 경기 한 경기를 할 때마다 나 자신도 몸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알나스르에서 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드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고, 기본적으로는 수비에 치중 하는 편이다. 몸 싸움을 적극적으로 즐기며 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팬들이 아주 좋아하고, 또 높게 평가해준다. 몸싸움을 해서 볼을 빼앗고, 태클을 통해 볼을 따내는 장면이 나오면 관중석의 박수가 귓가에 들릴 정도로 크게 나온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수비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님께서 훈련장에서 내 킥을 보더니 경기 중에 사이드로 벌려주는 킥을 많이 해달라고 주문하셨다. 센터백으로부터 볼을 받은 뒤에 양쪽 사이드로 뿌려주는 내 패스가 우리 팀 공격의 시작이 된다. 가장 많이 받는 주문이다. 내가 킥이 그렇게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우리 팀에 킥을 잘 차는 선수가 없다 보니 팀의 전담 키커 중 한 명으로 나서고 있다. 코너킥 상황이나 측면에서 나오는 프리킥은 내가 도맡아 차고 있다. 차면서 점점 더 킥도 좋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알나스르는 오만 내에서도 명문팀이라 거의 모든 경기가 생중계로 방송된다. 관중석에서 응원해주는 팬도 많지만, TV 중계를 보는 팬들이 많다 보니 얼마 지나서 길거리를 다니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 전반기가 끝날 무렵에는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는 팬들이 확 늘었다. 도파르와의 더비전을 치르고 난 뒤에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팬이 생겨 놀랐다. 경기장에 태극기를 들고와 응원하는 팬들도 생겼다. 
 


1월 무렵에 전반기 일정이 끝났는데 오만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오만 축구 팬들이 선정한 전반기 베스트11에 내가 선정된 것이다. 더불어 알나스르 팀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외국인 선수 투표에서는 내가 거의 몰표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고 했다. 오만 스포츠 신문에 내 기사가 많이 실렸다. 오만 친구들은 내가 정말 잘해서 보도가 많다고 얘기해줬다. 기사 내용이 어떤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매번 물어보기 미안해서 그냥 내 사진만 보면서 뿌듯함만 느끼고 있다.

오만 현지 팬들이 날 위한 별명도 지어줬다. 영어로 ‘더 파이터 킴 킹’이라며 나를 왕이라 불러준 팬도 있었다. 신기한 것은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말로 ‘안전판’이라 불러주는 팬이 있었다. 오만 말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지만, 번역기를 사용해 한국 단어를 찾은 것 같다. 우리 팀의 수비를 맡고 있다 보니 그런 별명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인정을 받는 느낌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고생하고 열심히 한 보람을 느끼는 날들이다. 정말 기분 좋게 축구를 하고 있다. 처음에 많이 걱정도 했고, 고민도 했던 도전이지만, 이곳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렇게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만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축구에 더 열중할 수 있었다.

많은 기회 속에 몸도 좋고 자신감도 붙었다. 이제 경기를 할 때 여유가 생겼다. 경기에 꾸준히 나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만 생활을 하면서 많이 느끼고 있다.

구술=김귀현
정리=한준 기자
사진=김귀현 제공

한준 기자  holazuni@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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