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 포파나(첼시). 첼시 공식 홈페이지
웨슬리 포파나(첼시). 첼시 공식 홈페이지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잉글랜드 구단들이 돈을 펑펑 쓰며 화려한 선수단을 갖춘 것과 반대로 나머지 리그는 긴축 정책이 큰 흐름이었다. 연봉삭감이 속출하는 환경에서 ‘FA 대박’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유럽 구단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 때문에 올여름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 독일과 스페인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인건비 상한선 규정 때문에 곳간에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코로나19는 해당 시즌 스포츠 수입을 크게 감소시키기 때문에 인건비 감축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올여름은 FA(자유계약 대상자) 대박은커녕 오히려 연봉삭감을 하는 선수가 다수 등장했다는 것이 예년과 완전히 달랐던 점이다. FA는 이적료가 들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이 그만큼 연봉을 비싸게 부르거나 에이전트 수수료, 계약금 등을 챙기는 것이 축구판의 생리였다. 올여름은 달랐다.

파울로 디발라가 유벤투스의 연장 계약안을 거부하고 FA가 되었는데 아무도 그 이상의 제안을 하지 않아 오히려 더 낮은 조건으로 AS로마와 계약해야만 했다. 우스만 뎀벨레 역시 바르셀로나의 재계약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FA로 풀렸는데, 어느 팀도 데려가려 하지 않는 바람에 오히려 연봉을 깎고 다시 계약을 맺었다. 폴 포그바는 맨유에서 유벤투스로 FA 이적하면서 연봉을 깎았다.

같은 맥락에서, 에이전트 수수료가 연봉보다 빠르게 상승하던 수 년 간의 흐름에도 제동이 걸렸다. 축구 에이전트들은 한동안 이적료의 5~10% 수수료를 받다가 약 5년 전부터 별도의 계약조건을 통해 수백억 원을 따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엘링 홀란의 에이전트였던 미노 라이올라(지난 4월 사망)는 이적료의 50%를 따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차원에서 문제시될 정도로 상승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눈치 없이 수수료를 요구하던 에이전트들이 하나같이 꼬리를 내렸다. 위에서 본 디발라의 경우도 연봉 못지않게 에이전트 수수료가 문제라 팀을 찾는데 오래 걸렸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당장이라도 영입할 듯 보였던 유벤투스의 아드리앙 라비오는 에이전트 역할을 겸하는 어머니가 수수료를 비싸게 부르는 바람에 이적이 무산됐다고 알려져 있다.

돈이 없다보니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강호들의 이적료 지출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레알마드리드, 세비야, RB라이프치히, 나폴리, 유벤투스, AS로마 등이 오히려 이적료 수익을 남겼다. 돈을 쓴 팀들도 구단 규모에 비하면 소액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세 리그에서 압도적인 지출을 한 팀은 바르셀로나인데 하피냐, 쥘 쿤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등을 영입하면서 총 이적료 1억 1,500만 유로(약 1,557억 원)를 지출했다. 이는 기존 선수들의 연봉삭감과 묘기에 가까운 각종 스포츠 수입 창출로 겨우 메웠다.

이들과 달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의 지출은 압도적이었다. 2억 유로(약 2,709억 원) 이상 이적료를 지출한 올여름 둘 뿐인 팀이 첼시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였다. 1억 유로(약 1,354억 원)에서 2억 유로 사이를 지출한 팀이 다섯이나 되는데 그 중 승격팀 노팅엄포레스트가 껴 있다는 점은 타 리그에 비해 얼마나 많은 선수를 사들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구단이 돈을 썼으며, 이적료를 번 건 같은 EPL 안에서 거액의 수입을 얻어낸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 에버턴 등 일부 구단 뿐이다. 맨시티가 뜻밖에 소폭 흑자를 본 것도 같은 EPL에서 라힘 스털링(첼시), 가브리엘 제주스와 올렉산드르 진첸코(아스널)를 잘 팔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구단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중계권료 등 수입이 다른 리그보다 많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스페인처럼 자국 구단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없어서일 뿐 인건비가 지나치게 치솟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도한 지출이 수년 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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