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마 다르보에(AS로마). 게티이미지코리아
에브리마 다르보에(AS로마).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감비아의 14세 소년 에브리마 다르보에는 축구를 하기 위해 국경선을 넘고 밀항을 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오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뛰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7일(한국시간) 맨유가 AS로마와 치른 20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 2차전에서 2-3으로 패배했지만 1차전 6-2 승리를 바탕으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아스널을 꺾고 올라간 비야레알이다.

로마는 지독한 불운 속에 패배했다. 지난 1차전에서 전반전 만에 주전 3명이 부상으로 빠졌다. 2차전에서도 전반 30분 주전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 후반24분 윙백 브루누 페레스가 부상 당했다.

스몰링이 이탈하자 투입된 선수가 다르보에였다. 다르보에는 4일 전 이탈리아 세리에A 경기 막판 교체 투입돼 프로 선수로 데뷔했고, 맨유 상대로는 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경기 후 파울루 폰세카 감독은 “경기에 투입된 직후부터 1군 선수처럼 경기하더라. 아주 잘 해줬다”고 호평했다.

다르보에의 모험 1장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감비아에 살던 다르보에는 친구들에게 “넌 여기 있기엔 너무 잘 해”라는 말을 듣던 소년이었다.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감비아를 떠나 난민의 삶을 택했다. 북아프리카의 리비아까지 간 다음, 밀항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 시칠리아에 도착했다.

보호자 없는 미성년 난민은 위탁가정으로 보내진다. 다르보에는 로마 근교 리에티 지역에 배정됐고, 근처 작은 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미리암 페트루치라는 여성 스카우트를 만나 가족처럼 지내며 실력을 키우다 2017년 로마 유소년팀 입단에 성공했다. 입단 테스트에서 단 15분 만에 합격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이후에도 난민 신분 때문에 대회 참가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학교 졸업장을 받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끝에 정식 등록된 뒤에는 빠르게 성장, 지난 시즌부터 가끔 1군 벤치에 앉았다. 명문팀 유망주인데도 청소년 대표 경력이 하나도 없는 건 이런 인생역정 때문이다.

맨유전을 마친 다르보에는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이런 꿈을 꿨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수준 높은 축구를 할 수 없다. 비자를 내주기 위해 부모님이 노력하셨지만 (밀항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신께 감사드리고, 이탈리아에도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다르보에는 지금 연간 8만 유로(약 1억 원) 연봉을 받는 어엿한 고액연봉자다. 수입은 감비아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고 있다. 돈을 더 벌고 완전히 자리잡아 부모님까지 유럽으로 모셔오는 것이 지금 다르보에의 목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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