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외길’ 제만, 꼴찌팀 부임하자마자 5-0 대승

2017-02-21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4경기 동안 제대로 된 승리를 한 번도 거두지 못한 팀이 감독을 교체하자마자 5-0 대승을 거뒀다. 거짓말 같은 사연의 주인공은 페스카라와 즈데넥 제만 신임 감독이다.

19일(한국시간) 제만 감독은 페스카라 부임 첫 경기에서 제노아를 상대했다.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로 시작해 잔루카 카프라리의 2골, 아메드 베나리, 알베르토 체리의 골이 이어졌다. 페스카라는 앞선 24경기에서 단 22골 득점에 그친 팀이었다. 성적은 1승 6무 17패였다. 유일한 승리조차 상대팀 사수올로의 선수 등록 문제로 거둔 3-0 몰수승이었다. 경기력으로 이긴 건 이번 시즌 처음이었다.

이 승리가 더 화제를 모은 건 감독이 제만이기 때문이었다. 제만 감독은 실리 축구가 주류인 이탈리아에서 파격적인 공격 일변도 축구로 추종자들을 형성해 온 독특한 감독이다. 전술 성향은 만화 <슬램덩크>로 유명해진 농구식 표현을 빌리면 ‘런 앤드 건’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공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방 압박, 빠른 속공, 속공에 필요한 패스 경로 확보 등 자신이 개발한 이론을 바탕으로 4-3-3 포메이션을 고수한다.

제만 감독은 공격을 선호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망주의 재능을 알아보고 성장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걸로 유명하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90 이탈리아월드컵 득점왕인 살바토레 스킬라치다. 2부 리그에서 제만을 만난 뒤 득점력이 수직 상승해 국가대표가 된 선수다. 쥐세페 시뇨리, 발레리 보지노프, 미르코 부치니치 등 공격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다. 프란체스코 토티 역시 유망주 시절 제만 감독을 만나며 실력이 늘고 생애 첫 시즌 10골을 넘겼다.

제만이 가장 최근 업적을 남긴 팀이 바로 페스카라다. 2011/2012시즌 2부 리그에 있던 페스카라를 맡아 폭발적인 공격 축구로 한 시즌 만에 승격시켰다. 이때 발굴한 마르코 베라티는 현재 파리생제르맹에서 뛰고 있고, 로렌초 인시녜는 원소속팀 나폴리에서 맹활약 중이다. 치로 임모빌레는 세리에A 득점왕을 차지했다. 세 선수 모두 이탈리아 대표로 성장했다.

페스카라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제만은 이후 AS로마, 칼리아리, 루가노(스위스)를 거쳤으나 순탄하지 못했다. 올해 70세인 노장 감독의 고집스런 지도법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시각이 뒤따랐다.

페스카라 부임 직후 대승을 거둔 건 의외의 결과다. 제만 감독 특유의 축구는 체력 훈련에서 시작되는데, 페스카라에선 그럴 시간이 없었다. 훈련을 세 차례 지도하며 전술적 요점 두세 가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했을 뿐이었다. 승리 후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 등 현지 언론을 통해 “여전히 나 자신이 젊다고 느낀다”고 말한 제만은 “우리 팀보단 다른 팀, 예를 들어 엠폴리(17위)의 성적에 우리 운명이 달려 있다. 우린 한 번에 한 경기만 생각할 것”이라며 매 경기 승리를 거두며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제만 감독이 이번엔 어떤 공격수를 성장시킬지도 관심사다. 페스카라는 비교적 어린 팀이다. 이탈리아 청소년 대표로 기대를 모았던 카프라리, 한때 맨체스터시티 유소년팀 소속이었던 베나리, 이번 겨울에 임대된 유벤투스 유망주 공격수 체리 모두 성장 가능성이 있다. 특히 체리는 이 경기가 생애 첫 선발 출장 경기였다. 제만 감독은 2부 리그에서도 통산 8골 득점에 그친 유망주 공격수를 선발로 기용해 대승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공격 축구의 복귀를 바라본 유럽 각국 언론들이 제만 감독에게 환호하고 있다. 하위권 팀을 맡았을 때 더 좋은 성적을 거둬 온 제만 감독이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하위 페스카라와 잔류권 엠폴리의 승점차는 10점이다.

사진= 2011/2012시즌 치로 임모빌레를 지도하는 즈데넥 제만, 제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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