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우즈베키스탄을 잡고 예선 2위를 탈환했으나 숙제는 그대로였다. 한국은 3-2 역전승을 거둔 카타르전과 마찬가지로 김신욱 투입 이후 분위기를 바꾸며 우즈베키스탄에 2-1로 승리했다. 플랜B는 성공적이었으나 플랜A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의 1의 자리에 기성용을 투입했다. 그 앞에 남태희와 구자철을 배치했다. 수비 지향적인 미드필더를 한 명도 두지 않았다. 손흥민과 지동원을 좌우 측면에 배치하고 이정협을 원톱으로 세웠다.

기성용을 뒤로 내려 전개한 후방 빌드업의 효과는 두 가지다. 먼저 상대의 압박 라인을 높여 배후 공간을 만든다. 원톱 이정협이 두 센터백 사이에 자리를 잡고 풀백과의 간격을 벌린다. 박주호와 김창수를 전진시켜 중앙 지역의 패스 코스를 연다. 이를 통해 상대 2선 미드필더의 견제로부터 손흥민과 지동원을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우즈베키스탄의 선발 구성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최종예선 4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던 세르베르 제파로프 대신 중앙 미드필더로 뛰던 오딜 아흐메도프가 이고르 세르게예프의 공격 파트너로 전진배치됐다. 우측면 미드필더로 주로 나서온 오타벡 슈쿠로프가 미드필더 바딤 아포닌의 파트너로 중앙에 배치됐다. 슈쿠로프를 우측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한 것은 한국의 좌측면 공격수 손흥민을 제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우즈벡 두 줄 피한 한국, 세밀함 부족했던 플랜A

격전지는 측면이었다. 한국은 두 센터백이 좌우로 넓게 벌리고 기성용이 그 뒤로 내려가 좌우 측면 공격수를 향해 롱패스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빌드업을 전개했다. 손흥민과 지동원은 사이드 라인에 가깝게 자리했다. 후방에서 좌우로 공을 전개하며 순간적으로 자유로워지는 선수를 택해 기성용이 롱패스를 뿌렸다.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분석하기도 했지만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현대 축구에서는 특히 지역 방어 수비 체제에서 한쪽 측면에 볼이 몰리면 반대 측면은 어쩔 수 없이 좁혀 들어와야 한다. 측면에 공간이 많이 생긴다. 우즈베키스탄이 아니라 어떤 팀을 상대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50미터 거리의 방향 전환 패스를 할 수 있는 기성용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기성용을 그 자리에 투입해 측면을 활용한 플레이를 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

이 전략은 1차적으로 효과를 봤다. 우즈베키스탄의 조밀한 두 줄 수비를 직접 겪지 않고 상대 문전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손흥민과 지동원은 상대 풀백 다브로벡 하시모프, 비탈리 데니소프와 일대일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특히 손흥민이 공을 잡고 돌진할 때 우즈베키스탄의 전열을 여러 차례 흔들렸다. 후방에서 단번에 질러준 패스를 받아 1차 돌파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돌파 성공 이후다. 이중 삼중으로 이뤄진 우즈베키스탄의 수비 커버까지 무너트리기는 버거웠다. 우즈베키스탄은 수비 리더 안주르 이스마일로프가 침착하게 위기 상황을 커버했다. 한국 공격을 차단한 이후 우즈베키스탄의 공격 전환도 기민했다. 김창수가 전진한 뒷 공간을 집요하게 노렸다. 전방 압박 상황에서 볼 관리 안정성에 약점을 보인 김기희의 방향을 공략했다.

결과적으로 플랜A를 가동한 전반전에 앞서 나간 쪽은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비 전환 속도가 빨라 이정협이 활동할 배후 공간이 많지 않았다. 손흥민과 지동원의 개인 돌파를 통한 공격 전개도 패스 코스를 열지 못하며 상대 역습의 빌미가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김기희와 김승규 사이의 불안감은 결국 전반 25분의 선제골 실점으로 이어졌다. 데니소프가 길게 지른 공을 김기희가 헤딩으로 연결한 백패스의 세기가 약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비우고 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 공격의 압박에 노출됐고, 뒤로 빠진 공을 비크마에프가 먼 거리에서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그 이후 우즈베키스탄은 더욱 안정적인 선수비 후역습 체제를 갖췄고, 전반전 내내 한국의 플랜A는 활로를 찾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카타르전과 마찬가지로 플랜A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인정했다. 

“수비 뒷 공간으로 빠져가는 움직임과 그쪽으로 볼을 투입하는 플레이를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이 선제골을 넣으면서 뒤로 내려섰고, 공간이 많지 않았다.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하면 우선 공간을 많이 확보하기 어렵다. 라인과 라인 사이에 공을 투입하며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등을 지고 플레이하는 점에 대해서도 더 적응해야 한다. 이런 패스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다. 마지막 30미터 지역에서 세밀함이 부족했다. 이를 위해 패스와 기술에 대한 훈련을 계속 하고 있다.” 

 

#해법은 김신욱 통한 플랜B, 알고도 당한 우즈벡

경기 흐름이 바뀐 것은 후반 12분 두 번째 교체 카드로 들어간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었다. 김신욱 투입 직후 박주호의 크로스 패스에 이은 남태희의 헤딩 동점골이 나왔다. 김신욱의 직접 관여는 없었으나 김신욱 방어에 대한 부담, 박주호의 크로스 패스가 우즈베키스탄 수비를 맞고 튀어 오른 행운, 남태희의 번개 같은 침투라는 삼박자가 맞아 들었다.

경기 종료를 5분 남기고 나온 한국의 역전골은 홍철의 긴 크로스 패스를 김신욱이 헤딩 패스로 떨궈주고 구자철이 달려들어 밀어 넣었다. 손흥민이 우즈베키스탄 수비를 끌고 가는 움직임을 통해 구자철이 자유롭게 슈팅 상황을 맞을 수 있게 했다. 역전골이 들어가기 3분 전에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를 빼고 홍철을 투입했다. 홍철의 장거리 크로스 정확성은 김신욱에 대한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적중한 교체 카드였다.  

“(김신욱 투입은) 당연히 알고 있었고 준비했다. 우리 팀에서 가장 공중전을 잘하는 선수가 김신욱과 투쟁에서 졌다. 그 선수의 실수 뿐 아니라 세컨드볼을 집중하고 찾아가야 하는 데 그 점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카타르 역시 그런 식으로 한국에 실점을 했다.” (삼벨 바바얀 우즈베키스탄 감독)

#슈틸리케, 비효율성 지적에도 플랜A 고집하는 이유

전반전에 뛰어난 수비 규율을 보인 우즈베키스탄은 후반전에 급격한 체력 저하를 경험했다. 특히 김신욱이 투입되며 받은 부담이 컸다. 김신욱을 처음부터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따랐다. 플랜A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는 비효율성에 대한 의구심도 이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플랜B는 플랜A가 있어야 작동할 수 있다”며 김신욱을 선발 카드로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플랜A를 통해 공을 많이 주고 받고 움직여서 상대를 지치게 한 뒤에 김신욱이 들어가야 한다. 김신욱이라는 다른 유형의 공격수에 상대 수비는 적응하기 힘들게 된다. 김신욱이 시작부터 들어간다면 우리가 전반전에 한 것처럼 공을 원활하게 돌리지 못했을 것이다. 상대 수비도 김신욱에 대한 적응을 초반부터 할 수 있게 됐을 것이다. 경기 시작 후 한 시간 가량 공을 주고 받는 플레이를 한 뒤에 직선적인 롱볼 축구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처음부터 롱볼 축구를 하다가 주고 받는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는 이 방식이 더 용이하다.” (슈틸리케)

플랜A의 대결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이 앞섰으나 교체 카드를 통해 변화를 준 플랜B의 대결에서는 한국이 이겼다. 바바얀 감독은 “한국이 강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선수도 강하고 감독도 강했다”고 인정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후반전 첫 번째 교체 카드로 공격수 게인리히를 투입했으나 측면의 체력이 떨어져 활용하지 못했고, 이어서 들어간 소히보프와 라시도프도 아흐메도프가 받는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다. 

아흐메도프를 전진배치하면서 중앙 지역의 볼 지배력은 오히려 떨어졌고, 공격진 사이의 연계 플레이 밀도가 부족했다. 제파로프와 아흐메도프가 동시에 뛸 때 원활하던 우즈베키스탄의 패턴 플레이가 실종됐다. 바바얀 감독은 제파로프를 투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기 계획에 의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여전히 플랜A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플랜B의 효과적 작동 뿐 아니라 경기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측면에서도 플랜A를 시도하고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랜A냐 플랜B냐가 아니라 승점 3점을 얻은 것이 중요하다. 예선 내내 논쟁이 있겠지만 볼을 통제해야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롱볼을 계속하고 얼리 크로스만 한다면 볼을 빼앗기는 상황이 늘어나 공을 지배하기 어려워 진다. 우리는 70~75%의 볼 점유율을 가져가며 플레이하고 있다. 개선할 것은 마지막 30미터 지역의 세밀함과 결정력이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경기를 지배하는 플레이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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