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진, 권창훈 활약으로 승리… 그러나 "경기력 부족"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이천] 김정용 기자= “2-0으로 이긴 건 선수들을 축하하지만 경기 내용은 크게 만족하지 못했다. 경기를 꾸준히 나가는 선수와 못 나가는 선수의 경기력이 확연히 눈에 보여 가슴이 아팠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과 경기 후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25일 경기도 이천의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알제리와 친선경기를 가진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알제리에 2-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신 감독은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를 90분 동안 확인했을 뿐이라고 했다.

 

화려한 득점, 흐뭇한 30분

한국은 단 3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박용우의 롱 패스를 받은 권창훈이 수비 뒤쪽으로 침투했고, 트래핑 후 수비가 달라붙기 전 곧장 날린 왼발 슛이 골키퍼 옆을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30분, 이번엔 오른쪽 측면으로 나간 권창훈이 패스를 밀어줬고, 문창진이 왼발로 강하게 찬 슛은 앞에 있던 수비수를 살짝 스치며 절묘한 궤적으로 골문 구석에 안착했다.

한국이 일찌감치 앞서며 화끈한 경기를 하자 11,752명 관중은 흐뭇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일사분란한 응원 대신 떠들썩하고 유쾌한, K리그 팀이 없는 도시에서 A매치를 할 때 보이는 특유의 분위기였다. 보통 한두 바퀴에서 끝나는 파도타기가 3바퀴나 돌았다. 기자석 옆에 앉은 중년 남성은 “기자들도 동참해야지!”라고 유쾌한 소리를 질렀다.

이후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득점 기회도, 실점 위기도 많았기 때문에 관중들의 들뜬 분위기는 계속 유지됐다. 알제리는 전반전에 직접 프리킥으로만 김동준의 선방을 두 번 이끌어내는 등 주도권을 잃은 가운데서도 날카로운 역습을 시도했다. 후반전에도 한국은 우세한 경기를 했고 교체 투입된 박정빈, 이창민, 최경록 등이 돌아가며 슛을 날렸다. 최종 슈팅 기록은 13대 9로 한국이 근소한 우세를 남겼다.

 

문창진과 권창훈, 감각 좋은 두 왼발

신 감독에게 이번 2연전의 화두는 경기 감각이었다. 아직 K리그 클래식이 겨우 2라운드까지 진행된 상황이긴 하지만 올림픽대표 중 후보로 밀린 선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신 감독은 이번 멤버 소집 때부터 감각에 대한 우려를 거푸 밝혔고, 경기 후에도 이 말을 반복했다. “비록 골은 넣었지만 원하는 축구가 되지 않았다. 패스미스가 많았고 유기적이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이 팀에 돌아가면 적극적으로 경기를 많이 뛰어야 한다.”

신 감독의 말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선수들이 문창진과 권창훈이었다. 두 선수는 올림픽대표팀의 주축 미드필더이자 각각 포항스틸러스와 수원삼성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하기 때문에 특히 실전 감각이 날카롭다.

신 감독은 두 왼발잡이 미드필더에게 “역시 권창훈 문창진이 꾸준하게 경기를 뛰기 때문에 상대가 강하게 나와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단 걸 보여줬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은 경기 못 나가니까 패스미스와 위치선정 실수가 내 눈에 확연하게 보였다. 권창훈, 문창진은 부상 없이 이 상태만 경기 뛰며 유지해 주면 앞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 낼 수 있다”며 부상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수비에 대한 고민, DMF를 두 명으로

신 감독의 두 번째 화두는 수비 불안이다.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실수를 저지른 연제민을 이번 명단에선 제외했다. 대신 연세대의 김민재를 주전으로 발탁해 기존 주전인 송주훈의 짝으로 출장시켰다. 경기 후 신 감독은 김민재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고, 김민재는 “수비는 괜찮았는데 빌드업 할 땐 긴장해서 앞이 안 보였다. 긴장만 안 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러나 김민재가 연제민보다 모든 면에서 믿음직한 선수라고 하긴 힘들다. 수비를 강화하기 위한 신 감독의 조치는 전술 변화였다. 4-1-4-1, 4-1-3-2 등 포백 앞에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만 배치하던 신 감독이 이찬동과 박용우를 동시에 기용해 4-2-3-1 포진을 들고 나왔다.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던 두 선수를 비롯해 모두의 예상을 뒤집은 선발 명단이었다.

수비 실험이 성공했는지는 미지수다. 두 선수는 번갈아 실수를 저질렀다. 패스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일단 신 감독은 “무실점으로 갔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고 칭찬해줘야 한다”고 했다. 박용우는 “한 명이 올라가면 나머지 한 명이 지키라고 지시하셨다. 내가 좀 더 공격적으로 했다. 체력적으로 편했다”고 이야기했다.

 

공격축구 신봉자 신태용, 본선은 수비적으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본선을 준비하는 신 감독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신 감독은 올림픽대표를 맡은 이후 늘 공격 축구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도 흔들리던 수비가 본선에서 탄탄할 거라 기대하긴 힘들다. 와일드카드를 센터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에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신 감독은 “세계 대회에 나가면 아시아 팀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공격축구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며 최근 고민을 털어 놓았다. 여전히 공격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상대의 역습에 대비할 수 있는 인원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후반에 이찬동 대신 이창민이 투입됐을 때도 비슷했다. 이창민은 미드필드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포진은 4-1-4-1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창민은 전방에 머무르기보다 자주 후방으로 내려가며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동선을 보였고, 여전히 4-2-3-1이 유지되는 시간도 꽤 길었다.

올림픽대표팀은 지금 소집된 멤버 그대로 28일 고양에서 두 번째 알제리전을 치른다. 신 감독은 2차전에서 어떤 멤버,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기 감각 저하와 수비 불안이 두 가지 화두다. 신 감독은 두 경기가 모두 끝난 뒤 화두에 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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