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광양] 서호정 기자= 명감독들이 늘 강조하는 지론이 있다. ‘강팀은 연패가 없어야 한다’고. 이 지론에 근거한다면 FC서울은 강팀이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에서 연패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 가장 긴 기간은 고작 두 경기 연속이었다. 패배 후에는 거의 승리를 거두며 슬럼프를 만들지 않았다.

22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29라운드에서도 서울은 그런 면모를 다시 보여줬다. 나흘 전 서울은 홈에서 수원 삼성에게 0-2 패배를 당했다. 슈퍼매치 6연패(FA컵 포함)의 충격이었다. 다들 그 여파가 분명히 있을 거라 봤다. 하지만 서울은 전남 원정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그런 시각이 잘못됐음을 증명했다.

이날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것은 수원전에서 침묵했던 데얀이었다. 데얀은 전반 12분 에스쿠데로의 선제골을 돕더니 전반 27분과 후반 13분 직접 득점에 나서며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리그 20호골, 21호골을 각각 기록하며 득점순위에서도 여유롭게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특히 팀의 세번째 골 장면에선 전남 골키퍼 류원우가 반응조차 할 수 없는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서울은 18승 7무 4패, 승점 61점으로 한 경기를 덜 치른 전북에 다시 승점 3점 차로 앞서며 리그 1위를 되찾았다. 반면 지난 일요일 경남 원정에서 1-0으로 승리, 11연속 무승의 부진에서 탈출하며 하석주 감독에게 데뷔승을 선물했던 전남은 심각한 수비 불안을 보이며 홈에서 완패했다. 6승 8무 15패, 승점 26점의 전남은 이날 대구에게 패한 강원에 승점 1점 차로 앞서며 최하위는 면했지만 여전히 강등권에 있다.

::: 서울 최용수 감독 인터뷰


- 경기 소감은?
다시 얘기조차 꺼내고 싶지 않지만, 지난 수원전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우리가 가야 할 목표는 제일 꼭대기라고 얘기해줬다. 선수들이 반전을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로 오늘 경기를 준비했고 결과가 나왔다.

- 반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패배의 여파를 남기지 않은 게 좋은 모습인데?
패배의 여파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내부적으로 선수들이 패닉 상태가 됐다. 오뚜기처럼 일어난 건 연패는 있어선 안 된다는 각오가 있어서다. 며칠 간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줬다. 수원전에 에너지를 너무 쏟아서 이틀 동안 편안하게 내버려뒀다. 상위 스플리트제로 들어가면 결정적인 시기에 수원과 두번의 대결이 있다. 그때 반드시 꺾고 말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피력하고 싶다.

- 에스쿠데로가 점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경기에 에스쿠데로가 많은 힘을 쏟았다. 후반에 최태욱과 교체해줬다. 물론 최태욱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에스쿠데로가 들어와서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움직임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든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잘해주고 있다.

- 지난 경기에서 데얀이 교체된 뒤 벤치에 앉지 않고 라커룸으로 간 행동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했다. 혹시 갈등이 있진 않았나?
그쪽 출신의 특성이다. 다혈질이다. 데얀은 지기 싫어한다. 수원 징크스니 뭐니 해서 한풀이를 하고 싶었을 텐데 경험이 적은 내가 그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 후반에 득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았는데, 그때 골을 넣었더라면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내가 조금 더 기다려줘야 했다는 후회를 했다. 지금까지 데얀이 큰 역할을 해줬다. 작년엔 몰리나 극장이 많았지만 올해는 데얀이 마지막에 극적인 골을 넣어주고 있다. 서로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 데얀도, 나도 성격이 급하다. 지기 싫어하는 열정은 둘이 똑같다.

- 전북과의 선두 경쟁이 치열하다. 득실에서 갈릴 수도 있는데?
시즌 44경기를 팬들이 원하는 공격 축구로 늘 선보이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늘 같은 수준으로 득점을 할 수 있는 축구기계는 아니다. 힘든 일정으로 인해 우리가 가진 공격 축구를 늘 못 보여주는 게 아쉽다. 하지만 오늘 경기만큼은 수원전에 나온 무득점의 아쉬움을 털었다. 사실 나는 무실점을 해서 더 기쁘다. 요즘 실점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 2골 1도움 데얀 인터뷰


- 경기 소감
오늘 경기를 이겼다는 게 중요하다. 수원전 패배 후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오늘 매우 좋은 경기를 해 기분 좋다. 이 여세를 몰아서 우승할 수 있도록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 수원 징크스에 대한 생각은?
주심들에 대한 코멘트를 하고 싶지만 하지 않을 것이다. 페널티킥을 분 부분은 유감이다. 수원이 추구한 것은 축구라고 하기엔 힘들지 않나 싶다. 물론 우리가 이기지 못했지만 서울은 수원보다 현재도 승점 7점 이상 앞서 있다. 더 좋은 팀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큰 경기에서 집중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찬스는 많았는데 연결 못해 아쉬웠다.

- 2년 연속 20득점에 성공했다.
그 사실을 몰랐다. 그런 기록을 만들어 나가서 너무 기쁘다. 거의 매 경기 골을 넣어 기쁘다. 팀에 도움이 되는 게 큰 기쁨이다. 이렇게 팀을 도우면 우승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요즘 팬들이 머리 깎으란 얘기를 전혀 안 하는데?
골을 많이 넣어서 그렇지 않나?(웃음) 팬들이 전에 골을 못 넣으면 머리 짧을 때 골을 더 잘 넣었다고 깎으라고 했다. 인터뷰 할 때마다 그런 얘길 들었다. 그래서 지난 번에 트위터로 머리 깎으라는 얘기 하지 말라고 얘기를 했다. 팬들이 머리 깎으라고 하는 건 나를 그만큼 좋아하고 관심을 가져줘서 하는 농담이란 걸 안다. 지금은 머리를 더 기르고 싶다. 조금 다듬어야겠지만.

::: 전남 하석주 감독


- 경기 소감은?
홈에서 굉장히 이기고 싶었는데 완패를 당해 씁쓸하다. 선수들이 서울이나 전북 같은 팀을 이겨본 뒤의 자신감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데 너무 큰 벽이라 생각했는지 자신감이 부족했다. 원하는 만큼 못해줬다. 그래도 희망을 본 부분이 있다.

- 희망은 본 부분이 어떤 점인가?
젊은 선수들이 팀에 많은데 김영욱의 경우는 헌신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조금 미스는 있지만 정준연도 충분히 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다. 서울을 상대로 수비를 내려서서 경기를 할까도 했지만 많은 관중이 오신다고 들었고 선수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 맞닥뜨릴 필요가 있었다. 마음껏 뛰길 원했는데 첫 실점을 너무 어이없게 했다. 실점 후 위축되고 밸런스가 깨지는 걸 또 확인했다. 3주라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때 많은 전술적 실험을 하겠다. 오늘 스리백을 할까도 했지만 안 하던 걸 하면 역효과일 것 같아서 그대로 갔다.

- 세 번의 실점 중 마지막 장면 말고는 해선 안 되는 실점이었다.
예전 경기를 봐도 매 경기 힘 빠지는 실점을 많이 했다. 세번째 골은 워낙 데얀의 슈팅이 좋았으니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첫번째 두번째 골은 주면 안 되는 것들이었다. 특히 강팀과의 경기에선 우리 실수로 빨리 실점하면 급격히 무너지는데 염려했던 것이 현실로 일어났다. 그게 패인이었다. 만회하기도 전에 두번째 실점이 나왔는데 선수들이 공만 쳐다보는 현상에서 비롯됐다. 어린 선수들을 더 급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차근차근 고쳐나가야 한다.

- 처음 홈 팬들 앞에 섰는데?
경남전에 승리를 거뒀지만 우리가 더 좋은 팀으로 가려면 서울에게 홈에서 0-3으로 져선 안 된다. 팬들이 많이 온 경기였기 때문에 져도 다음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열정과 투지를 보여줬어야 했는데 집중력이 갈수록 떨어진 건 아쉬웠다. 전남 드래곤즈가 올 시즌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그 시기에 와서, 걱정 반 기대 반 하시겠지만 나는 선수들과 4개월 간 최선을 다해 강등만큼은 꼭 막을 것이다. 선수들도 더 절박한 심정으로 많은 시간을 축구에 투자를 해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좋겠다. 팬들도 끝까지 선수들을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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