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객관과 이성만 따지면 재미가 없다. 피치 위의 열정을 이해하는 데엔 감정에 호소하는 쪽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평행선처럼 팽팽한 줄다리기,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모호한 결론을 내리기 보단 확실하게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그래서 <풋볼리스트>가 ‘슈퍼매치’를 맞아 K리그 클래식에 ‘편파 프리뷰’를 준비했다. 수원 담당 한준 기자와 서울 담당 류청 기자가 확실하게 슈퍼매치를 전망했다.

::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6라운드
-수원삼성블루윙즈(4승1패, 리그 1위) vs FC서울(3무2패, 리그 10위)
-일시, 장소: 4월 14일 일요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
-중계: KBS1(생), KBS N(녹, 18시 30분), 네이버(생), 다음(생)

:: 주목할 기록
하나, 수원은 최근 서울과 홈 경기에서 6연승을 기록 중이다.
둘, 서정진과 정대세는 최근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셋, 데얀은 최근 2경기 연속 골을 넣었다.

:: 대결: 한준 기자와 류청 기자의 편파 전망

류청 “서정원 감독님, 슈퍼매치는 처음이죠?”
감독의 존재는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난다. 수원이 서울을 상대로 최근 8경기에서 7승 1무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윤성효 감독이다. 윤 감독의 전략과 전술이 최용수 감독에게 잘 먹혀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 윤 감독은 부산으로 떠났다. 슈퍼매치를 처음 치르는 초보 서정원 감독에겐 버거운 짐이다. 윤 감독이 그려진 부적으로는 서울을 이길 수 없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최 감독은 큰 경기에서 선수들의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번에는 최 감독이 서 감독에게 ‘슈퍼매치 개론’을 가르칠 차례다.

한준 “징크스는 단순히 미신이 아니다. 어제 내린 눈, 아직 녹지 않았다.”
서정원 감독이야 말로 슈퍼매치의 역사다. 선수로도 이겨봤고, 지난 시즌에도 코치로 슈퍼매치 승리에 일조했다. 물론, 어제의 승리를 가지고 오늘의 승리를 자신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하지만 수원은 무려 8경기 동안 서울에 지지 않고 있다. 어제 내린 눈이 워낙 많이 쌓여 있어서 아직 녹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매번 경기는 개별적이다. 하지만 징크스가 무서운 이유는 선수들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서울은 지난 몇 시즌 동안 수원 징크스에 시달린 선수들이 팀의 핵심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최용수 감독도 지도자로 부임한 이후 아직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수원전에 부담이 클 것이다. 부담감은 조급증을 부른다. 차분히 풀어가면 쉽게 할 수 있던 일도 실수가 생긴다. 상대의 전력이 어떻든, 징크스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도 첫 승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술적인 문제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크다. 포항전과 가시와전 참패에도 일어선 수원의 정신력이 더 강한 것 같다.

류청 “국가대표급 측면 풀백, 서울의 폭발 이끈다.”
서울은 수원전을 앞두고 수비진 ‘강제 수술’을 받았다. 김주영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면서 불가피하게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일 벌어진 베갈타 센다이와의 ‘2013 AFC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그 변화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왼쪽 풀백인 아디가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좌우에 최효진과 김치우가 섰다. 최효진과 김치우는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이다. 그리고 고요한-아디 조합보다 공격력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은 최근 공격진에서 답답한 모습을 보였는데 두 선수의 가세는 ‘완전 연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치우는 프리킥과 코너킥을 소화할 수 있고, 결정력까지 갖췄다. 2010년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극적인 동점골로 서울이 우승컵으로 가는 다리를 놓기도 했다. 두 선수가 수원의 부실한 측면을 부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준 “서울은 지쳤다. 수원은 체력관리를 확실하게 했다.”
서울이 19명으로 K리그 클래식 경기를 치르는 동안 수원은 25명으로 충분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 수원은 올 시즌 가장 많은 선수를 활용하고 있는 팀이다. 반면 서울은 두 번째로 적은 숫자의 선수들로 시즌을 치러왔다. 주전 선수들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AFC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는 수원보다 서울이 더 많다. 이제 막 센다이 원정에서 돌아왔다. 수원의 휴식 시간과 준비 시간이 하루 더 길다. 게다가 6연승을 달리고 있는 수원의 홈에서 열린다. 구리챔피언스파크에서 출발하든 서울합숙호텔에서 출발하든 주말 수도권 교통체증도 서울의 무릎을 고생시킬 것이다.

류청 “허리띠는 역시 서울산이 최고”
도끼 날이 아무리 벼려져 있어도 자루가 없으면 소용없다. 축구도 미드필드진을 제대로 구축해야 힘을 낼 수 있다. 미드필드에서는 서울이 수원보다 낫다. K리그 클래식 최고 미드필더인 하대성을 중심으로 고명진과 한태유를 때에 따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고명진이 나오면 전체적으로 좀 더 공격적인 진용을 갖출 수 있고, 한태유가 나오면 하대성의 공격적인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두 조합 모두 수원의 박현범과 오장은 조합보다 무게감이 좋다. 박현범과 오장은은 공을 따라다니다 지칠 것이다.

한준 “허리를 쓸 여력이 없을 것, 정대세 압박과 정성룡 무적 선방”
현대 축구에서 압박의 기점은 허리가 아니라 머리다. 김두현이 빠진 수원 중원의 무게감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원의 수비지는 최전선에 있는 정대에서의 무지막지한 활동력에서 시작된다. 정대세는 “지금까지 이틀 간격으로 경기를 하면서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팀에 피해를 줬다. 이제는 충분히 쉬었기 때문에 최고의 컨디션을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대세는 서울 수비 라인을 압박해 허리로 쉽게 볼이 넘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게다가 요즘엔 라돈치치와 스테보도 전방에서 열심히 뛰어준다. 서울의 데얀, 몰리나, 에스쿠데로의 전방압박은 그리 신통치 않다. 슈팅 능력이 탁월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성룡의 올 시즌 선방 능력은 물이 오를 만큼 올랐다. 서울에 찾아올 간헐적 기회는 모두 튕겨져 나갈 것이다.

:: 축구, 그리고 또?
‘피겨여제’ 김연아가 빅버드에 뜬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스포츠스타 김연아는 삼성에어컨 광고 모델로 이날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승리를 응원할 예정이다. 경기 전 시축은 물론 하프타임에 관중들과 가위바위보 이벤트를 진행해 풍성한 선물도 준다.

:: 승부의 신
김동환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라. 무승부.
한준 기자: 수원이 체력 관리를 잘했지만 서울의 독기도 만만치 않다. 무승부.
류청 기자: 징크스는 깨지기 마련이다. 간절한 서울 승!
윤진만 기자: 수중전이 변수. 패스플레이가 안된다면 공격수의 안방에 의해 갈릴 것이다. 서울 승!
정다워 기자: 무승부로 끝날 경기는 아니다. 정대세를 앞세운 수원 승!
풋볼리스트 팀장: 순전히 직감이다. 이번엔 징크스가 깨질 것 같다. 서울 승!

사진=수원삼성, FC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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