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보루시아도르트문트가 기적적인 뒤집기로 UEFA챔피어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했다. 8강전 대진 추첨 결과가 나왔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말라가를 만난 도르트문트가 가장 수월한 대진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오산이었다 말라가는 안방에서 도르트문트에 원정골을 내주지 않았고, 도르트문트의 안방에서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갔다. 축구의 신은 언제나 섣부른 예상을 경계한다.

2012/2013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8강전 대진표는 화려했다. 빅매치의 풍년이었다. 레알마드리드와 갈라타사라이는 무리뉴 감독과 드로그바, 스네이더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고, FC바르셀로나와 파리생제르맹(PSG)의 스타군단 대결도 볼거리다. 바이에른뮌헨과 유벤투스는 유럽클럽축구의 클래식 매치로 주목 받았다. 도르트문트와 말라가의 대결에 쏠린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두 팀이 펼친 경기야 말로 8강전 최고의 명승부였다.

말라가는 호아킨 산체스의 전반 25분 멋진 중거리슈팅으로 앞서갔다. 도르트문트가 전반 40분 레반도프시키의 동점골로 따라왔지만 경기 종료 시점이 다가오던 후반 37분 엘리세우의 골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추가 시간을 포함해도 10여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동점골을 내줘도 원정골 우선원칙에 따라 말라가가 4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도르트문트가 추가 시간에만 두 골을 넣으며 3-2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BVB 슈타디온은 카타르시스의 도가니였다. 말라가 선수들은 순식간에 천국에서 무저갱으로 떨어졌다.

199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렸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독일 축구가 기적의 희생양이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캄노우에서 결승 대결을 펼친 바이에른뮌헨은 90분 동안 1-0으로 앞서가다 추가시간에 2골을 허용하며 우승컵을 놓쳤다. 독일 축구에 남은 상처가 컸다. 도르트문트의 기적은 독일 축구 전체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유했다. 도르트문트의 승리는 독일 축구의 부활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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