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5라운드 경기가 전국 각지에서 개최됐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수 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샘솟았다. 지난 주말에도 어김없이 현장을 누빈 풋볼리스트의 기자들이 놓치면 아까울 K리그 클래식의 숨겨진 1인치를 모았다.

김동환 기자의 선택: ’운수 좋은 날’ 축구 보러 갔다가 돈 벼락을 맞은 사람들
K리그 클래식 구단들은 홈 경기가 펼쳐질 때면 크고 작은 이벤트를 실시한다. 잘 찾으면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통큰’ 이벤트가 있다. 대전과 포항에서 행운을 잡은 주인공들이 나타났다. 먼저 대전시티즌과 경남FC의 경기에서 1천만원을 잡은 주인공이 탄생했다. ‘차슈’라는 이름의 이벤트다. 관중석에서 공을 차 그라운드 한 가운데 있는 가로 1.5m, 세로 0.7m 크기의 골대 안에 있는 4개의 구멍 중 한 곳에 공을 넣으면 1천만원을 주는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다. 충북 보은에서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는 20대 중반의 남성이 이 미션을 성공시켰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질댄스’로 세레머니를 펼쳤다.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대전 프런트는 사색이 되었다고 한다. 포항 스틸러스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는 엑센트 승용차의 당첨자가 나왔다. 매 경기 같은 이벤트를 하고 있지만 당시 경남 지역의 호우 주의보로 평소보다 적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고 자연스럽게 당첨 확률이 높아졌다. 지난 해 포항에서 경기 진행 아르바이트를 했던 B씨가 경기장을 찾았다가 행운을 잡았다. 그는 “포항스틸러스는 내게 축복이다”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버스를 타고 K리그 클래식을 보러 왔다가 엑센트 몰고 갔다.

한준 기자의 선택: 강원 vs 전남, 1분 만에 난장판 된 춘천의 축제
강원FC와 전남드래곤즈의 경기는 춘천에서 열렸다. 선수도 감독도 올시즌 춘천종합운동장에서 처음 열린 경기에서 축구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잔칫상이 엎질러진 것은 킥오프 후 1분 15초 만이었다. 강원 미드필더 지쿠는 전남 수비가 정비를 마치기 앞서 빠르게 프리킥으로 전진패스를 연결했다. 웨슬리가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을 파고들다 홍진기와 경합 끝에 넘어졌다. 지체 없이 울린 휘슬 소리는 페널티킥을 의미했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격렬한 항의 끝에 지휘봉을 잡은 이래 처음으로 퇴장을 당했다. 하 감독은 경남FC 창단 당시 코치로 일한 바 있어 아이러니했다.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시즌 8차례 페널티킥을 모두 성공시켰던 김은중이 키커로 나서 시도한 슈팅을 골키퍼 김병지가 선방했다. 결국 경기는 두 팀이 사이 좋게 1-1로 비기며 승점 1점을 나눠가졌다.

윤진만 기자의 선택: 제라드로 빙의한 장학영의 수퍼 클리어링
김원동 신임 부산아이파크 사장의 데뷔전, 안익수 성남일화 감독의 옛 팀 방문, 성남의 무승 탈출 여부로 관심이 집중된 부산-성남전. 주인공은 김원동 사장, 안익수 감독도 아닌 장학영이었다. 2012년부터 부산에서 뛰는 장학영은 2004~2010년 머문 친정팀 성남의 발목을 잡는 헤딩 클리어링 작렬. 1-0으로 앞선 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서 골문을 향한 윤영선의 헤딩을 이마로 걷어냈다. 지난달 31일 애스턴빌라-리버풀전에서 나온 리버풀 주장 스티븐 제라드의 극적 클리어링에 비견될 만한 멋진 장면이었다. 성남이 경기를 주도한 시점이어서 이때 실점했다면 경기 결과(2-0 부산 승)가 바뀌었을지도.

정다워 기자의 선택: 다 주는 남자 정대세...축구화, 유니폼 투척
프로축구선수는 일종의 연예인이다.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만 산다. 팬 없이는 선수도 없다. 당연히 팬 서비스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대세(29, 수원블루윙즈)는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선수다. 그의 팬 관리는 언제나 훌륭하다. 관중들의 환호를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손을 들어보이거나 박수를 치며 반응한다. 지난 5라운드 대구FC전에서 그의 존재감은 가장 빛났다. 1골 1도움으로 팀 승리를 이끈 정대세는 경기가 끝난 후 N석으로 달려가 자신이 입고 있던 유니폼 상의와 축구화를 집어 던졌다. 덕분에 방송 인터뷰는 양말만 신은 채 점퍼를 입고 임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정대세도, 팬들도 모두 기쁜 날이었다.

류청 기자의 선택: 득점의 신기원을 연 김승용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고, 어떻게든 골만 넣으면 된다. 울산 현대의 김승용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5라운드 경기에서 보여줬다. 0-2로 뒤지던 전반 36분 마스다의 중거리슛을 무릎으로 완벽하게 돌려놨다. 서울 골키퍼 김용대는 골대 앞에서 망부석이 됐다. 경기장 안에 있는 22명이 모두 속았다. 김승용도 “내 골인지 몰랐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득점을 하고도 “골을 넣은 게 아니라 맞은 거다”라고 멋쩍어 했다. 하지만 그게 축구다. 김승용의 골에 힘입은 울산은 한 골을 더 터뜨리며 서울과 무승부를 거뒀다.

팀장의 선택: 서울의 첫 승을 가로막은 윤성효 부적
지난 3라운드에서 윤성효 감독이 지휘봉을 맡고 있는 부산이 서울을 잡자 풋볼리스트는 당시 기사에 윤성효 부적을 만들어 소개했다. 수원 감독 시절부터 서울에 유달리 강한 윤성효 감독이 부산의 서울징크스마저 깨자 서울 잡는 ‘인간부적’으로 칭송(?)한 것이다. 풋볼리스트는 그 부적을 상업적으로 판매할 계획도 있었다. 만일 윤성효 감독이 부산을 데리고 서울 원정에서도 승리한다면 그 효과는 공인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 부적은 상용화됐다. 5라운드 서울 원정에 나선 울산의 서포터들은 그 부적으로 응원용 게이트기를 만들어 등장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울산은 먼저 2골을 허용하고도 따라잡아 2-2 무승부를 만들었다. 아 위대한 서울킬러 윤성효님이여. 그래서 풋볼리스트는 결심했다. 그 부적의 무단배포를 허용할 테니 아낌 없이 쓰셔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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