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의 '거울론'에 대처하는 부산의 자세

[풋볼리스트=부산] 윤진만 기자= 거울은 빛의 반사를 이용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구다. 웃으면 따라 웃고, 울면 따라 운다. 그런데 이 거울이 지금 내 모습과 전혀 다른 것을 표현하려한다면 어떠하겠나? 동화 <백설공주>에서 왕비가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라고 마술 거울에 물었을 때, “왕비님도 아름답지만, 백설공주가 더 아름답습니다”라면서 백설공주를 띄우는 것처럼.

성남일화 안익수 감독은 7일 전 소속팀인 부산아이파크전에서 <백설공주>의 왕비의 침통함을 경험했다. 경기 전 “올해 부산을 분석하다보니 여전히 저의 팀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장점과 단점이 비슷하다”며 “성남도 25세 이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두 팀도 여러모로 닮았다”고 했다. 2011~2012년 지휘한 전 소속팀 부산과의 경기이기 때문에 준비가 용이했다는 뉘앙스. 당시에 뛰던 주축 선수들이 여전히 팀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두 팀의 경기 스타일, 집중력은 달랐다. 경기 전 부산 윤성효 감독이 “상대를 잘 안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줘야 한다”고 말한 것이 떠오른 경기 내용이었다. 부산은 안익수 체제의 선수들이 중심이 되어 전혀 다른 축구를 했고, 성남은 아직 안익수 감독의 축구 스타일이 입혀지지 않은 모양새다. 안익수 감독의 ‘거울론’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한 축구인은 “안익수 시절의 부산과 지금의 부산은 전혀 다른 팀”이라고까지 했다. 눈에 띄게 증가한 슈팅수가 그 증거다.

선수들도 안익수의 부산과 윤성효의 부산을 다른 팀으로 여기고 있다. 윤성효식 동계훈련을 경험한 임상협은 지난 2월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서 “예전과는 다르게 훈련량이 적고 자율적인 분위기다. 선수들이 편안해한다"라고 말해 동석한 안익수 감독을 당황케 했다. 시즌 개막 후 한 달여가 흐른 시점. 여전히 ‘안익수호’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흔적이 여기저기에 묻어있다. 수비수 이정호는 ”안감독님이 있을 때는 정해진 틀 안에서 경기를 했다. 올 시즌에는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스스로 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조직력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선수 개개인의 창의적인 부분으로 메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은 안익수 감독의 성남을 맞아 윌리엄의 선제골, 상대 자책골로 2-0 승리했다. ‘질식수비’의 틀에서 벗어난 모습을 안 감독에게 여실히 보여주었다. 백설공주처럼 ‘더’ 아름다워졌다는 평을 들었다. 부산 관계자는 “팀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선수들이 팀 훈련 후에도 삼삼오오 모여 개인 훈련을 한다. 안 감독님 시절에는 쉽게 볼 수 없던 장면이다. 선수들이 스스로 의욕을 갖고 있는 점이 긍정적인 것 같다”고 했다. 풀어줄 땐 풀어주면서 중요한 경기에선 선수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시크남’ 윤 감독의 존재도 팀이 변한 이유 중 하나다.

안 감독의 부산은 2011년 5위, 2012년 7위의 호성적을 냈다. 갖고 있는 자원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낸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율을 중시하는 현대축구의 흐름상 지금의 부산이 성적을 떠나 선수들이 원하고,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5라운드 현재 최하위로 처진 부진을 씻으려면 강도 높은 훈련, 강압적 주문, 정해진 패턴의 전술 운용 등 기존 부산에서 하던 방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승점 3점을 선물할 백마 탄 왕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사진=부산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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