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의 차이가 낳은 결과였다. 원정팀 경남은 경기를 지배하지도, 1대1 상황에서 완벽히 상대를 압도하지도 못했지만 철저한 팀 플레이와 위기에서의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반면 수원은 내용 상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단단한 수비와 골키퍼의 선방을 넘지 못했다. 그 차이는 경남 3득점, 수원 무득점. 수원은 올 시즌 빅버드에서 첫 패배를 당했다. 지난 19라운드 포항 원정에서 당한 0-5 패배에 이은 또 한번의 충격적인 0-3 패배였다. 지난해에도 빅버드에서 2-1 승리를 거뒀던 경남은 최근 세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며 8위 진입을 눈 앞에 두게 됐다.

경남 승리에는 비법이 있었다. 수원의 응원가를 이용한 특훈이었다. 최진한 감독은 경기 전 “수원 원정을 앞두고 두 차례에 걸쳐 훈련 중에 수원 응원가를 크게 틀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최진한 감독은 이번주 초 구단 직원에게 수원이 홈 경기장에서 트는 응원가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구단 직원이 건네 준 응원가는 수요일, 그리고 금요일 훈련에 적용됐다. 경남이 훈련장으로 쓰는 함안종합운동장에는 별안간 수원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최진한 감독은 “수원은 홈 열기가 굉장히 뜨거운 팀이다. 원정 경기에 나서는 우리 선수들이 심리적 압박감과 부담에 미리 적응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지도자 P라이센스 연수 중에 원정 경기에서의 심리 상태를 제어하는 교육에서 착안한 것이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도 앞서 이런 훈련을 실시했고 수원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최진한 감독은 그보다 진일보 한 결과를 낸 셈. 김병지 역시 “선수들이 수원 원정에서 긴장감을 갖고, 경직될 수 있는 데 좋은 시뮬레이션이 됐다. 오늘 경기 중에 선수들 의사소통이 들리지 않았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며 효과를 인정했다.

한편 최진한 감독은 이런 훈련을 위해 있었던 비화도 소개했다. “금요일에도 같은 내용의 훈련을 했는데 30분 만에 응원가가 중단이 됐다. 경기장 근처 주민들이 민원이 들어와서 껐다고 하더라”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제 수원의 응원가를 틀고 하는 훈련은 평균 관중 2만명을 자랑하는 빅버드의 열기에 맞서 원정팀이 할 수 있는 최적의 맞춤 훈련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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