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은 ‘선배’ 차두리에겐 한 없이 따뜻하지만, ‘절친’ 기성용에겐 더 없이 차가운 남자였다. 분데스리가로 복귀한 선배에겐 기쁜 마음으로 환영했지만 분데스리가 이적설이 있는 친구는 애써 외면했다.

구자철은 24일 아디다스 메가샵 동대문점에서 가진 ‘all jacheol’ 행사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분데스리고 복귀하게 된 두리 형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최근 셀틱과의 계약이 종료된 뒤 2012/2013시즌 분데스리가로 승격한 뒤셀도르프로 이적하며 2년 만의 분데스리가 복귀를 알렸다. “분데스리가에서 일본 선수들의 활약이 많은데 한국 선수들이 더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게 구자철이 차두리의 복귀를 반긴 이유.

하지만 분데스리가 이적설이 있는 절친 기성용에겐 장난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기성용 선수 인생엔 관심이 없다. 알아서 하겠지”라며 짓궂은 웃음을 지었다. 차두리가 분데스리가로 떠난 상황에서 기성용은 분데스리가를 비롯해 잉글랜드, 러시아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구자철(아욱스부르크), 손흥민(함부르크), 차두리(뒤셀도르프)에 이어 기성용 또한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을 지에 관심이 모이는 상황.

유럽 개막은 아직 2개월여가 남았지만 구자철은 25일부터 개인 훈련에 돌입한다. 그는 소속팀이 아닌 올림픽대표팀에 당분간 집중한다. 2009년 U-20 대표팀 시절부터 꿈꿔 온 올림픽 본선을 위해서다. 올림픽을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차원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개인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 반포레 고후로 건너가 개인 훈련 중인 선배 박주영과 동반 훈련이다. 사비를 들여 훈련에 돌입하는 구자철은 “올림픽은 3년 간 함께 한 친구들과 하는 마지막 무대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올림픽에서 꿈을 이루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다음은 구자철과의 인터뷰.


Q. 최근 근황과 앞으로 계획은?
구자철: A대표팀에서의 레바논전이 끝나고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휴식도 취했다. 어제부터 기초 훈련을 시작했다. 내일 일본으로 출국해 주영이 형과 함께 훈련하려고 한다. 올림픽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다.

Q. 박주영과 함께 훈련을 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
구자철: 미리 조율이 된 건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 있으면서 개인 훈련 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만나고 싶은 친구도 많고, 훈련에만 집중할 여건이 안 된다. 일본이 한국보다 집중하긴 나을 거 같아서 자발적으로 사비를 들여서 간다. 주영이 형과는 연락을 해 봤는데 혼자 훈련 중이지만 강도가 굉장히 높은거 같더라. 함께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될 거 같다. 7월 2일에 올림픽 대표팀 훈련이 시작하는데 거기에 맞춰 정상적인 몸 상태를 맞추려고 한다.

Q. 다른 선수들도 가는가?
구자철: 내 개인적인 스케줄로 가는 거다. 다른 선수는 안 간다. 주영이 형과 연락을 하고 훈련 스케줄과 내용을 듣고는 꼭 같이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미리 해놔야 기초 체력을 준비할 수 있다.

Q.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대단한 것 같다. 아욱스부르크 합류가 늦어질 텐데 조율은 됐나?
구자철: 올림픽에 대한 내 강한 열망을 아욱스부르크에 전달했다. 아욱스부르크에서 팀에 돌아왔을 때 미련이나 후회를 남기지 않고 팀을 위해 뛰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올림픽을 뛰면 더 상쾌한 마음으로 갈 거라고 얘기했고 그걸 구단이 받아들였다. 앞으로 2달 간은 아욱스부르크 선수가 아닌 올림픽대표팀 선수로서 긴 여정을 소화하려고 한다.

Q. 유로2012는 보고 있나? 독일이 선전하고 있는데?
구자철: 독일 대표팀의 강세가 굉장한 거 같다.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선수로서 독일 축구의 수준이 높다는 걸 대표팀이 보여주고 있어 기쁘다. 독일과 스페인이 결승에서 만나는 시나리오가 된다면 보고 싶다. 중계가 새벽에 하니까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는데 유럽에서 뛰는 선수로서 설레일 것 같다.

Q. 올림픽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구자철: 정이 많이 가는 팀이다. 청소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까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추억이 생겨도,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다. 그 친구들과의 마지막 대회가 런던 올림픽이란 건 알고 있다. 그 중요한 시기가 이제 펼쳐진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홍명보 감독님이 내게 원하는 부분이 있고 거기에 충실하고 싶다. 후회 없이 준비하겠다. 오래 꿈꿔왔던 마지막 시간이니까 런던에서 그 꿈을 이루고 싶다. 그걸 위해 지금 일본에 간다.

Q. 기성용의 분데스리가 이적설이 있다. 권유할 생각은? 차두리가 분데스리가에 복귀했는데?
구자철: 기성용 인생에 나는 관심이 없다. 알아서 잘할 거다.(웃음) 두리 형이 분데스리가 온 데 대해 너무 기쁘다. 일본 선수들이 지금 분데스리가에서 많이 활약하고 있는데, 한국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 분데스리가에 복귀한 걸 진심으로 축하하고, 우리 집에 김치냉장고가 없는데 도움을 받고 싶다. (웃음) 내가 김찌찌개를 좋아해서 자주 끓여먹는데 한국에서 올 때 김치를 한통씩 가져와도 독일 집에 김치냉장고가 없어 금방 쉰다. 그런데 기성용 선수는 CF를 찍어 유럽에 김치냉장고가 있더라. 그래서 나도 CF를 찍고 싶다. (폭소) 아무튼 안타깝게도 뒤셀도르프는 기차로 4시간 거리다. 함부르크의 손흥민 선수와도 거리가 멀어 아쉽다. 이동 시간에 관계 없이 독일에서 만나면 굉장히 기쁠 거 같다. 혼자 있으면 외로운데 자주 봤으면 좋겠다.

Q. 김치냉장고에 집착하는 이유가 뭔가? 전에 CF도 찍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는데?
구자철: 김치찌개를 굉장히 좋아한다. 독일 집에서도 자주 만들어 먹는다. 한국에 왔다가 독일로 들어갈 때면 늘 집에서 김치 한통씩을 싸서 가는데 김치냉장고가 없다 보니 일반 냉장고에 두면 금방 쉬더라. 그런데 성용이는 전에 김치냉장고 CF를 찍어서 그런지 스코틀랜드 집에 김치냉장고가 있다. 솔직히 조금 부럽다.

글=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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