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윤진만 기자= 카타르를 물리치며 한 고비 넘겼다.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홈에서, 그것도 잔뜩 지친 상태로 경기에 임한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경기 내용이 흡족하지 않다. 한국프로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 이동국(전북), 이근호(경찰 축구단), 김신욱(울산)과 유럽파 이청용(볼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함부르크)이 기대했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간신히 2-1로 이기고 생각나는 선수는 박주영(셀타비고)이었다.

김신욱은 조커가 어울려
이날 최강희 감독은 26일 카타르전에서 김신욱의 컨디션이 좋다고 판단하여 이들을 선발로 투입했다. 김신욱은 기대대로 전반 상대 수비수 1~2명을 끌고 다니는 동시에 위협적인 터닝슛으로 골문까지 두드렸다. 포스트 플레이, 연계 플레이에선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대신 골잡이의 필수덕목인 스피드, 위치선정, 슈팅정확도에선 부족한 면을 보였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후반 ‘조커’의 임무가 그에겐 더 잘 맞는 옷이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이동국 또는 박주영이 선발로 투입해야 공격진에 무게감이 생긴다.

선수들은 박주영을 원한다
카타르전 2선 공격수 이근호, 이청용, 지동원은 모두 이동국, 김신욱보다는 박주영과 밀접하다. 1985년생 동갑내기 이근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부터 박주영과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둘 다 활동반경이 넓어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다양한 공격 전술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청용은 전 소속팀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대표팀에서도 5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사이다. 지동원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역사를 함께 썼다. 곽태휘, 오범석, 정성룡, 기성용, 구자철 등도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에 익숙한 선수들. 대표팀은 눈빛만 봐도 통할 그런 끈끈한 조직력이 필요하다.

박주영을 위한 자리는 있다
이번 경기에서 최 감독은 4-4-2와 4-1-4-1 전술을 두고 고민했다. 상대가 수비 중심적으로 나올 것이 자명하여 어떤 전술이 더 공격적이고 효율적일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의 선택은 김신욱, 이근호를 활용한 4-4-2 전술에 가까웠다. 박주영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이근호 파트너로 박주영을 투입할 시 생기는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박주영은 김신욱, 이동국보다는 신장이 작지만 점프가 좋아 공중볼을 곧잘 따내고,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빠져나가는 침투 능력도 뛰어나다. 좁은 공간에서 공을 주고받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투 톱, 원 톱 가리지 않고 심지어 측면 공격수로도 제 역할을 해낼 멀티 능력도 대표팀 입장에선 큰 자산이다.

사기 충전 완료..기다려라 레바논
최 감독이 박주영을 소집하지 않은 건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보경(카디프시티)도 같은 이유로 이번 명단에서 제외했다. 한국의 대표 축구전문가들인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박주영이 중요한 일전에 나설 컨디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전을 치르고 나서 박주영의 공백을 느끼지 않았을까. 박주영은 지난 16일 데포르티보전에서 시즌 4호골을 터뜨리며 “출전 시간이 부족해도 클래스는 여전하다”는 점을 입증한 터. 6월 4일 레바논전은 원정경기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한 방을 터뜨려줄 골잡이가 필요하다. 지난 7~8년 동안 그랬듯이 그 역할을 할 적임자는 박주영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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