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으로 가는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의 첫 관문인 카타르전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은 우리의 플레이와 선제골을 강조했다. 원정이지만 정상적인 경기 운영으로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이 관건이다.

박주영이 선발되지 않으며 관심은 이동국 등이 있는 최전방에 몰려 있다. 하지만 실제로 최강희 감독이 선수 선발 과정과 이번 최종예선 1, 2차전의 마스터플랜을 짜면서 공을 들인 쪽은 중원이다. 타 포지션들에 비해 가용 자원이 풍부하지만 어떤 조합을 짜느냐가 고민이었다.

중원에는 현재 한국 축구에서 가장 핫(Hot)한 두 명의 젊은 스타가 있다. 구자철(아욱스부르크)과 기성용(셀틱)이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유럽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선수 중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과 성과를 남겼다. 빠른 89년생 동갑내기인 탓에 경기장 밖에서도 가장 친한, 눈빛만 봐도 아는 절친이다. 남아공월드컵을 치르는 과정에서 대표팀의 핵심 멤버가 된 기성용과 조광래 감독 부임 후 본격 가세한 구자철의 조합은 허리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난 몇 달 간 대표팀이 휘청거렸고 결국 감독 교체라는 강수가 내려진 것은 공교롭게도 구자철과 기성용의 조합이 사라지면서부터였다. 둘이 대표팀 경기에 동시 출격한 것은 지난해 10월 11일 수원에서 열린 UAE와의 월드컵 3차 예선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기성용은 급성 장염으로 11월 열린 3차 예선 두 경기에 결장했다. 구자철이 고군분투했지만 레바논 원정에서 패하며 대표팀은 위기를 맞았고 조광래 감독이 물러나야 했다. 최강희 감독 체제 하에서 치른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최종전에는 구자철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구자철-기성용 조합이 대표팀 허리에 뜨는 것은 약 7개월 만이다.

▲ 업그레이드 구자철, 공격의 숨은 칼
경고 누적으로 인해 대표팀에 호출되지 못한 사이 구자철에게는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1월 이적시장을 통해 볼프스부르크를 떠나 아욱스부르크로 임대를 떠나며 자신의 축구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 구자철은 그 대가로 유럽에서 롱런할 수 있는 인상적인 성공을 얻었다. 후반기 아욱스부르크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15경기 5골 1도움으로 팀을 1부 리그에 잔류시켰다.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가지 않고 임대를 1년 연장하며, 다음 시즌에도 아욱스부르크에서 뛰는 것이 최근 확정됐다.

최강희 감독은 구자철이 아욱스부르크에서 보여 준 활약을 대표팀에서도 그대로 이식할 계획이다. 구자철은 4-2-3-1 포메이션에서 3의 중앙을 맡는다. 2011년 아시안컵에서도 저 자리에 서서 득점왕을 차지한 경력이 있다. 아욱스부르크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와 왼쪽 날개를 오가며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의 결정력은 웬만한 공격수 못지 않다. 최강희 감독은 “자철이를 측면에 세우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대표팀에서는 중앙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쓸 생각이다”라며 자신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역할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강희 감독은 구자철이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처진 스트라이커로서의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공수 밸런스에도 신경을 써줄 것을 요구했다. 이 역시도 구자철에게는 어렵지 않은 과제다. 불과 2년 전 제주에서 구자철은 공격 시에는 과감성 있고 창조적인 플레이를, 수비 시에는 미드필드 컨트롤과 적극적인 압박을 훌륭히 수행했었다.

▲ 부상 회복 기성용, 중원의 기둥
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표팀 중원의 10년을 책임질 기둥으로 성장한 기성용은 허정무, 조광래, 그리고 현재의 최강희 감독 체제 아래에서 늘 중용되고 있다. 평가전을 포함 세 경기를 치른 최강희호에서 기성용이 출전한 시간은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최종전에서의 40여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기성용은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 없이 뽐냈다. 전반에 쿠웨이트를 상대로 미드필드에서부터 밀리며 고전하던 대표팀은 기성용 투입 후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과감한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 강력한 몸싸움과 수비로 허리를 장악한 기성용은 2-0 승리의 숨은 주역이었다.

셀틱에서의 마지막 6개월 동안 기성용은 잦은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도 허벅지 부상을 안은 상태였다. 최강희 감독은 기성용의 몸 상태를 면밀히 확인했고 카타르전, 레바논전에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자 선발했다. 그리고는 스페인전에서 1-4로 패하는 가운데서도 기성용 카드를 철저하게 아꼈다. 당시 부상으로 인해 떨어진 몸 상태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고, 중요한 목표는 스페인전이 아닌 최종예선이라는 실전이었기에 기성용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애초에 기성용의 스페인전 출전은 배제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두 경기에 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행히 기성용은 스위스에서의 훈련과 카타르 이동 후 진행된 훈련 과정에서 몸 상태를 회복했고 현재 카타르전 선발 출전이 예고된 상태다. 4-2-3-1 포메이션에서 포백 앞의 두 명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출전하게 되는 기성용은 수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과감한 공격 가담을 펼칠 것이다. 장기인 강하고 예리한 킥을 활용한 세트피스 플레이도 주도하게 된다.

유럽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기술과 체격조건, 현대 축구의 포인트인 공수 밸런스를 두루 갖춘 구자철과 기성용이 동시대에 등장하면서 한국 축구는 이전에 본 적 없는 미드필드에서의 이상적인 조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7개월 만에 다시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두 선수는 월드컵으로 가는 새로운 관문 앞에서 자신들의 시너지 효과를 시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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