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of the Match]

[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수원블루윙즈와 대한민국의 골문을 지키는 ‘대표 수문장’ 정성룡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 2주 사이 네 차례 공식 경기에서 무려 세 차례의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했다. 4경기에서 단 한 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수비진의 덕을 본 것도 아니다. 최근 4경기 선방횟수에 무려 20여회 다. 페널티킥 선방을 비롯해 골이나 다름 없는 상황을 매 경기 슈퍼세이브로 처리하며 거둔 기록이다.

수원블루윙즈는 13일 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귀저우 런허와 AFC 챔피언스리그 H조 2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선 2연승으로 순항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선 2연속 무득점이다. 날씨는 추웠고, 잔뜩 움츠러든 귀저우의 수비를 상대로 수원 공격진의 발도 얼었다. 90분 동안 헛심 공방이 이어졌다.

개막과 동시에 아시아대항전과 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일정은 버겁다. 시즌이 막 시작된데다 날씨가 풀리지 않아 선수들의 컨디션이 아직 100%에 이르지 못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 쉽지 않은 시즌을 치르기 위해 내린 처방은 로테이션이다. 4번의 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벌써 21명의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유일하게 기복 없는 모습으로 수원을 지키고 있는 것은 정성룡이다. 지금까지 치른 4번의 경기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이론의 여지 없이 정성룡이다.

보스니아 대표 선수 무슬리모비치와 미시모비치로 구성된 귀저우의 공격진은 날카로웠다. 좌우 측면에 포진한 중국 공격수 유하이와 첸지에의 침투도 매서웠다. 수비 라인을 뒤로 물린 채 총공세를 펴는 수원의 배후를 노린 귀저우의 역습을 안정적으로 무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정성룡의 탁월한 판단력과 순발력 덕분이다.

귀저우의 슈팅은 90분 동안 6개로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전반전에 시도된 4번의 시도는 위협적이었다. 전반 11분 순지하이의 로빙패스에 이은 첸지에의 논스톱 슈팅, 21분 미시모비치의 스루패스에 이은 무슬리모비치의 땅볼 슈팅과 전반 40분 첸지에의 크로스 패스 시도는 정성룡이 방어가 아니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서정원 감독은 “정성룡은 우리나라 제 1의 골키퍼답게 아주 경기를 잘해주고 있다. 든든하다”고 말했다. 수비에 특화된 미드필더를 두지 않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시도하는 서 감독에겐 필연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위기 상황을 모조리 막아주고 있는 정성룡이 듬직할 수 밖에 없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정성룡은 “감독님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팀을 위한 희생이다. 선수들 모두가 열심히 해주고 있고, 나 역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이런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최근 전쟁 이야기도 나오고, 전선에 있는 군인 분들이 열심히 나라를 지켜주고 계신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나 역시 전선에 나선 군인의 마음을 본받아 골문을 지키고 있다”며 결연한 정신 자세를 최근 선방의 비결이라 밝혔다.

오랫동안 수원 축구를 지켜본 구단 관계자는 “절정의 기량을 보였던 2008년의 이운재를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이운재는 2008년에 눈부신 선방 행진을 보이며 골키퍼로는 처음으로 K리그 MVP를 수상하며 수원의 통산 네 번째 K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서 감독의 축구는 ‘극단적인 공격’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골키퍼의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 ‘극공’ 수원의 안보는 ‘철책’ 정성룡이 책임진다. 극공이 우승으로 가는 퍼즐조각은 최전선이 아닌 최후방에 있다. 때이른 전망일지 모르지만, 2013시즌의 강력한 MVP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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