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가장 매력적인 팀 중 하나는로 러시아가 꼽힌다. 아르샤빈을 비롯한 유로2008 4강 멤버에 걸출한 신예 자고예프가 가세한 러시아는 공격적인 축구로 8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대표팀과 달리 경기장 밖의 러시아 팬들은 대회 최악의 문제다. 매 경기 조용할 날이 없는 그들의 만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체코전부터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일무리의 팬들이 네 명의 경기진행요원을 집단폭행 해 병원에 실려가게 만드는가 하면, 체코의 흑인 수비수 셀라시에에게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며 인종차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쌍두독수리가 들어간 옛 러시아제국의 깃발로 흔들며 몇몇 국가를 자극시켰다. 러시아제국기는 독일의 나치기나 일본의 욱일승천기처럼 유럽 내에서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기피 요소다.

폴란드전에서는 경기장 밖에서 혈투가 벌어졌다. 경기 시작 전부터 바르샤바 시내 곳곳에서 패싸움을 벌이며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경기 중에는 자고예프의 선제골이 터지자 그라운드 안으로 불꽃을 집어 던져 경기 중단시켰다.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나자 또 다시 패싸움이 벌어졌다. 현지 뉴스에 따르면 50여명이 넘는 팬들이 체포됐다고 한다. 폴란드 당국은 12일 바르샤바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의 가담자들을 엄벌할 것이며 문제의 러시아 팬들을 추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UEFA도 칼을 들었다. 대회 중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중징계를 준비한 것. UEFA는 유로2016 예선에서 러시아에게 승점 6점 삭감 징계를 내릴 계획이다. 또한 러시아축구연맹에 12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UEFA 징계위원회는 “오늘 그 같은 내용은 논의했고 다음 유럽선수권에 적용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에게 메일을 보내 폴란드-러시아전에 벌어진 유혈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강력한 처벌과 대회 기간 내 소요사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UEFA의 징계에 따라 러시아는 유로2016 예선에 승점 -6의 상태로 참가한다. 이번 유로2012 조1위로 본선에 진출한 러시아지만 3위 아르메니아와는 불과 승점 6점차였다.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지는 큰 징계다. 일부 팬들의 행동이 대표팀에까지 불똥을 일으켰다.

바르샤바(폴란드)=서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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