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박주영의 유럽 도전기가 험난하다. AS모나코로 진출해 프랑스리그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유럽 무대에 안착했지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연착륙은 쉽지 않았다. 아스널에서 등번호 9번을 달았으나 시즌 내내 벤치를 지켰고, 셀타비고 임대 이후에는 성대한 입단식과 빨리 터진 데뷔골에도 출전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11일 새벽(한국시간) 홈 경기장 발라이도스에서 열린 ‘2012/2013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7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전은 박주영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경기였다. 1-2로 패했지만 경기 종료 10여분 전에 교체 투입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주영의 헤딩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린 뒤 골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으로 떨어졌다면 셀타비고는 승점 1점을 얻을 수 있었다.

축구 경기에서 남는 것은 결국 결과다. 공격수에겐 골이 곧 자신감이고 결과물이다. 박주영의 헤딩 슈팅은 지난 해 11월 알메리아와 코파델레이 경기에서도 크로스바를 맞췄다. 이때는 골문 안으로 떨어져 셀타비고의 극적인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16강전 상대도 레알 마드리드였다. 박주영은 레알 마드리드 전에 날렵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골이라는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이후 출전 기회는 차츰 줄어들었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내 운명을 결정해버린 것만 같았다. 그 때 공이 골대를 맞고 왜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튕겨 나갔을까.” 박주영의 말이 아니다. 국가 대표팀의 선배이자 유럽 도전 선배인 이동국이 자신의 자전 에세이 <세상 그 어떤 것도 나를 흔들 수 없다>에 남긴 말이다.

잉글랜드 미들즈브러에 진출했던 이동국은 레딩과 데뷔전에 발리슈팅으로 골대를 맞췄고, 에버턴과 리그 경기에서는 결정적인 헤딩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렸다. 리그컵과 FA컵에서는 득점했지만 결국 프리미어리그 무대 경력은 무득점으로 마쳤다.

박주영은 라리가에서 2골, 코파델레이에서 1골 등 현재까지 총 3골을 기록 중이다. 본인이 입단 당시 설정한 15골에 도달하기 위해선 아직 12골이 더 필요하다.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리그 종료까지 두 달, 11경기가 남은 가운데 박주영이 얼마의 출전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기회의 장은 열렸다. 레알마드리드전은 아벨 레시노 감독 부임 이후 3경기 연속 벤치만 지켜온 박주영의 첫 번째 출전 기회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골에 근접한 기회를 만들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다음 기회에선 골대 강타가 아닌 골이 필요하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골대를 맞춘 슈팅이나, 골대를 넘긴 슈팅이나 결과는 똑같이 ‘무득점’이다. ‘골대의 불운’이나 ‘골대의 저주’란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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