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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토토가’ 후기…누가 이본을 ‘꽃병풍’으로 만들었나
풋볼리스트 | 승인 2015.01.22 15:30


오랫동안 MBC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애청자였다. 최근에는 조금 멀어졌지만, 무려 10년 간 매 주 방영되고 있는 ‘무한도전’이 한 주 간 내가 웃는 시간을 가장 많이 만들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오랜만에 ‘무한도전’을 본방사수하게 된 것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1990년대 가수들과의 재회 때문이다. 나 역시 청소년기에 S.E.S.의 팬클럽으로 활동하며 스타에게 열광했다.

‘무한도전’는 ‘토토가’를 통해 자신들의 기획력과 영향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90년대에 대한 향수의 자극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지만, ‘무한도전’이 진행했기에 더더욱 화제가 되었고, 더 재미있게 구성된 측면이 있다. (실제로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이 제작된 바 있지만 거의 화제가 되지 못했다.)

분량이 적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토토가’는 웃음 보다는 눈물샘을 자극했다. 옛 추억에 잠겨 가슴 뭉클한 순간을 선사했다.

누가 꽃병풍을 만드는가

그런데 보는 동안 눈살이 찌푸려지는 순간이 있었다. MC로 초대된 이본에게 제대로 진행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무대에 오를 가수의 이름을 외치는 것 외에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시쳇말로 ‘꽃병풍’이었다.



‘꽃병풍’이란 미모의 여성 패널이 프로그램에서 그저 옆 자리에 서 있는 것 외에 거의 하는 말이 없는 경우 쓰인다. 이는 여성 패널 뿐 아니라 남성 아이돌 패널에게도 해당된다.

이 같은 현상은 말 주변이 부족하거나, 예능 경험이 부족해 지나치게 긴장하는 패널 자체에고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출연진이 많은 예능에서는 치고 들어가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제작진 자체도 이 문제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어차피 이들은 출연 사실 자체 만으로 시청률에 기여하는 패널이기 때문에, ‘빵빵 터트려 주지 않아도’ 괜찮은 일회성 출연진이기 때문이다.

패널이 누구냐에 따라 재미의 편차가 있다면 위험하다. 결국 진행자와 고정 패널이 안정적으로 재미를 줘야 한다. 그런데 일부 프로그램은 패널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앞서 말했듯 패널이 ‘꽃병풍’이 되는 것은 그 자신의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 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부분은 제작진과 진행자, 고정 패널의 책임이 더 클 수 있다. ‘토토가’의 이본의 경우에는 그런 모습이 확연했다.

이본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섹시 아이콘’이다. 실제로 누드 화보를 찍기도 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당당한 말투, 솔직한 발언으로 자신 만의 매력을 어필했던 연예인이다. 단지 날씬한 몸매와 이국적인 외모 만으로 인기를 끈 스타가 아니었다.

이본은 오랜만의 방송 출연에도 (실제로는 SBS플러스가 2011년 제작한 컴백쇼 톱10, KBS 2TV에서 제작한 시트콤 패밀리, 2013년 MBC TV가 제작한 예능 파이널 어드벤처 등에 출연하며 방송계에 복귀한 상황이었다) 외모와 입단 모두 전성기의 매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치열한 생존경쟁, 듣기 보다 말하기 집중하는 출연진

그러나 섭외 과정을 보여준 회차는 물론 실제 무대가 진행된 회차에서 모두 이본은 하려던 말을 끝까지 하기 어려웠고, 무대 진행 중에도 많은 말을 하지 못했다. 긴 공백 끝에 본 진행자 이본의 진면모를 보지 못한 것은 '토토가'에서 아쉬운 부분이었다.



‘토토가’ 기획을 주도한 공동MC 정준하의 분량 욕심이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지나쳤다. 실제로 이본이 MC로 합류한 과정에서 "멘트를 많이 끊는다"며 이본이 농담을 담은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정준하는 "요즘 MC다 보니"라는 말로 미안함을 표했다. 웃음과 재미를 위한 노력이 부른 현상이다.

매 순간 스스로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치열한 예능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멘트' 자체에 집중한 것이 낳은 부작용이다. 상대방의 멘트를 자꾸 자르고 들어가는 것은 '듣기'보다는 내가 말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해야 이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패널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MC는 그래선 안된다. 유재석이 이들의 대화 도중 투입된 것도 그래서다. ‘토토가’ 기획의 취지대로 라면 이본이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야 말로 이들이 정말 집중해야 할 역할이었다.

MC와 제작진, 개인기가 아닌 팀을 끌어내야 한다

이는 정준하 만의 문제로 몰 수는 없다. PD와 제작진도 이 같은 문제가 느껴졌다면 조정이 필요했다. 당대 최고의 MC로 꼽히는 유재석은 출연진 모두가 자신의 개성과 강점을 끌어 내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이 더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든다. 이것이야 말로 탁월한 진행 능력이다.

스스로의 입담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지만, 개인기에는 한계가 있다. 축구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리블 기술이 좋은 선수는 때로 멋진 플레이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동료 선수들에게 적재적소에 패스를 내주고 받으면서 다 좋은 경기를 만들 수 있다. 더불어 선수에게 이 같은 역할을 지시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함께 뛰는 선수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팀이야 말로 좋은 팀이다.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편집 과정에서 이본의 멘트가 빠져서 일 수도 있지만, 몇몇 장면에서 이본이 말을 하려다가 마는 장면에서 패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점이 눈에 띄었다. 유재석이 투입된 대기실 진행은 매끄러웠지만, 정준하와 박명수, 이본이 함께 한 무대 위에서는 이본의 존재감은 그저 '미모' 하나로 그쳤다.

‘토토가’는 오랜만에 전면에 나선 왕년의 스타들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고정 출연진이 아닌 패널에 포커스를 맞추며 신선한 재미를 줬다. 출연 가수들에겐 그들 만의 무대와 더불어 충분히 자신들의 매력을 어필할 기회가 주어졌다. 다만, 이본이 사실상 꽃병풍에 가깝게 적은 역할을 소화한 것은 옥의 티라 할 수 있었다.

글=한준
사진=MBC TV ‘무한도전’ 캡쳐

:: 축구 기자 한준이 축구만 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축구가 밥을 먹여주지만, 축구 밖의 세상을 통해 자랐다. ‘한준의 이건 아닌데’는 한준 기자의 축구 세상 밖 이야기의 편린이다.

풋볼리스트  noseart@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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