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월드컵보다 화려하다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가 오는 6월에 개막한다. 개막을 100일 앞둔 시점에서 ‘풋볼리스트’는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유로 2016’를 착실히 준비할 수 있는 연재를 시작했다. 각국의 준비상황과 화두 그리고 문제점을 언급한다. <편집자주>

2014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한 벨기에는 공격수 크리스티안 벤테케(26)를 부상으로 선발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벤테케는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애스턴빌라 소속으로 29골을 넣었다. 한참 주가를 높이던 와중에 대회를 두 달 앞둔 4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쓰러졌다.

그런데 유로2016 대회에는 몸 상태에 문제가 없음에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2015/2016시즌 리버풀로 이적한 벤테케는 애스턴빌라 시절보다 득점력이 둔화됐다. 리그 24경기에서 7골을 넣는데 그쳤다. 32차례 공식 경기에서 아직 두 자릿수 득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본인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FIFA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벨기에는 공격 자원이 풍부하다. 에버턴에서 뛰고 있는 로멜루 루카쿠는 18득점 6도움을 몰아치며 현재 EPL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루카쿠의 나이는 이제 겨우 23세다. 벤테케보다 젊지만 A매치 경험도 많고, 소속팀에서 실적도 좋다.

벤테케는 소속팀 리버풀에서 벨기에 동료 디보크 오리기(21)에게 주전 자리까지 내줬다. 벤테케는 지난 1월 2일 웨스트햄유나이티드와 리그 경기에서 0-2로 진 이후 8경기째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맨체스터시티, 크리스털팰리스를 연파한 두 경기에서 오리기가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고, 벤테케는 후반전에 오리기 대신 투입되었다.

벤테케의 경쟁자는 루카쿠와 오리기 만이 아니다. 프랑스리그1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올랭피크마르세유 공격수 미시 바추아이(23)의 기세도 무섭다. 13득점 7도움으로 20개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30라운드까지 마르세유가 기록한 마흔 골 중 절반을 바추아이가 만든 것이다.

3월 A매치 일정을 앞두고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은 벤테케의 부진에 우려를 표했다. 벨기에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에게 힘든 상황이다. 월드컵에 이어 유로도 못 나간다면 상처가 클 것이다.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대표팀 선발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은 빌모츠 감독의 말을 자극적으로 보도했다. 빌모츠 감독은 발언은 질책성이나 경고성이 아니었다. 분발을 촉구하며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벤테케에겐 수모스러운 상황이다. 아직 리버풀에서 더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난 선수의 프로필을 통해 선수를 선발한다. 지금 상황처럼 최근 두 달간의 모습만 두고 뽑지는 않는다. 바추아이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뛰어난 골잡이 유형이다. 루카쿠는 강하고 빠르다. 벤테케는 머리를 더 잘쓰고 콤비네이션이 좋은 선수다."

대표팀 선발은 득점 기록 순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공격수 선발은 누가 골을 많이 넣었는지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어떤 유형과 장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균형적으로 선발됐다. 대표팀의 전술에 어떤 선수가 적합한지에 더 큰 기준이 있다.

벨기에 대표팀은 유로 예선전에서 루카쿠, 벤테케, 오리기, 드푸아트르 등을 원톱으로 세웠다. 벤테케가 4경기, 루카쿠가 3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오리기는 2차례, 드푸아트르는 1차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바추아이는 키프러스전에 한 차례 교체로 나선 것이 전부다.

스트라이커의 득점은 많지 않았다. 최전방에서 골이 나온 것은 도합 네 골이다. 루카쿠는 득점이 없었고, 나머지 세 선수가 한 골씩을 기록했다. 득점은 주로 2선에서 나왔다. 벨기에 대표팀에는 에덴 아자르, 마루안 펠라이니, 케빈 더브라위너, 드리스 메르텐스 등 원톱이 만들어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2선 공격수가 많다.

현 벨기에 대표 원톱 후보 중 A매치 득점이 두 자릿수에 도달한 선수는 없다. 아자르가 62경기에서 12골, 더브라위너가 34경기에서 11골을 넣은 것이 최고 기록이다. 오히려 2선과 조화를 잘 이루고, 이들의 경기력을 살려줄 수 있는 공격수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벤테케가 지금처럼 자신감과 경기감각이 모두 떨어진 상황이라면 유로에서 출전 기회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빌모츠 감독의 입장에서 벤테케는 쉽게 저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루카쿠와 오리기, 바추아이는 모두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다. 보다 경험있는 선수도 필요하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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