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의 새로운 수장이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결정된다. 권력자의 자리를 놓고 영화 못지 않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FIFA의 최고 권력자 자리에는 1998년부터 17년간 한 사람만이 있었었다. 제프 블래터다. 블래터는 지난해 5월 5선에까지 성공했다 나흘 뒤에 자진 사임했다. 수면 위로 올라온 FIFA의 대규모 부패 스캔들로 인해 견고하던 블래터의 시대도 종말을 고하고 있다.

블래터는 한 코미디언에게 가짜 돈다발 세례를 받아 망신 당했고, 블래터가 떠난 자리에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KFA) 명예회장이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FIFA 윤리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새로운 후보들이 점차 힘을 키웠다. 차기 FIFA 회장 선거와 관련된 이슈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블래터의 뒷모습
2015년 5월 29일 – 블래터 5선 성공
블래터는 FIFA 비리 스캔들로 조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17년을 지켜온 권력과 영향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차 투표에서 블래터는 총 209표 중 133표를 받았다. 경쟁자로 나선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는 73표에 그쳤다. 블래터의 득표는 전체 표 중 3분의2 이상이어야 한다는 당선 요건에 미치지 못해 2차 투표에 돌입해야 했다. 하지만 알리 왕자는 2차 투표 직전 사퇴를 선언했고, 블래터는 5선에 성공했다. 4선 당시 203표 중 186표를 얻어 약 91.6%의 지지율을 보였던 것에 비해서는 떨어진 수치였으나, 가장 많은 표(54표)를 보유한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의 굳건한 지지를 받은 것이 승리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5 6월 2일 – 블래터 사임, 정몽준 기자회견
5선 성공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블래터는 당선 나흘 뒤에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 모든 이들로부터 지지 받지 못했다”며 사임의 이유를 밝혔다. FIFA 비리 스캔들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작용한 탓이다. 블래터는 선거 전 출마 철회 대신, 당선 후 자진 사임을 택했는데, 이는 알리 왕자가 단독 후보로서 새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막고 막후에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래터가 자진 사임한 직후 한국에서는 정몽준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회장이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고, 정 회장은 “고민 중”이라는 말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 회장은 “지금 FIFA는 블래터 회장이 자리를 나눠줬거나 자금 유용을 통해 블래터와 가까웠던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 블래터를 중심으로 한 연고주의와 폐쇄적인 운영, 크로니즘(정실 인사)이 모든 부패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블래터 회장 덕분에 부당한 지원을 받았거나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온 사람은 출마를 자제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친 블래터’ 인사를 경계하기도 했다.

2015년 7월 19일 – 블래터 불출마 선언, 돈다발 굴욕
블래터는 이날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내용보다 더 주목 받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블래터에게 쏟아진 가짜 돈다발이다. 기자회견에 난입한 영국 코미디언 사이먼 브로드킨이 "2026년 북한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왔다"고 말한 뒤, 블래터 회장에게 가짜 돈다발을 던졌다. 브로드킨의 왼쪽 가슴에는 북한의 인공기가 달려있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22 카타르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비리 의혹을 풍자한 것이다. 블래터는 쏟아지는 돈다발 속에서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표정으로 안전요원을 찾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정몽준의 도전, 그러나...
2015년 8월 17일 – 정몽준 출마 선언
정 회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회장은 FIFA가 이토록 부패한 조직이 된 이유는 40년 동안 한 사람이 자기 측근들을 데리고 장기 집권을 했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며 블래터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 회장은 공식 출마 선언에 앞서 “플라티니가 FIFA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 수 있을 지, 아니면 단지 블라터의 꼭두각시가 될 지 알 수 없다"며 플라티니와도 대립각을 세웠다. 정 회장 외에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 브라질의 지쿠,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등이 출마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2015년 10월 8일 – 정몽준, 블래터, 플라티니 자격 정지
FIFA 윤리위원회는 정 회장에게 6년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정 회장이 FIFA 부회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2022년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국제 축구 발전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서한을 집행위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이유였다. 또한 블래터와 플라티니에게는 각각 90일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2011년 블래터가 회장 선거를 앞두고 플라티니에게 준 200만 스위스프랑(약 23억 원)이 문제였다. 징계로 인해 정 회장과 플라티니의 차기 FIFA 회장 선거 후보 등록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015년 10월 26일 – 후보 등록 마감
결국 정 회장은 후보 등록 마감일을 앞두고 출마를 공식 철회했다. 후보로 등록한 이는 5월 블래터에게 패한 알리 왕자, 지아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 제롬 상파뉴 전 FIFA 국제국장,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인 토쿄 세콸레,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표팀 주장 출신인 데이비드 나키드, 무사 빌리티 라이베리아축구협회 회장, 그리고 플라티니까지 총 8명이었다. 이후 자격 심사를 통해 나키드와 빌리티가 탈락했고, 플라티니는 90일 자격 정지가 끝나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격 심사가 보류됐다.

#폭풍이 지나간 뒤
2015년 12월 21일 – 블래터, 플라티니 8년 자격 정지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블래터와 플라티니에게 8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블래터와 플라티니가 주고 받은 돈이 대가성 있는 뇌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해당 금액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플라티니가 기술고문으로 일한 것에 대한 임금이라며 항소했다. 최근 8년이 6년으로 줄긴 했으나 블래터와 플라티니는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계획하고 있다. 중징계로 인해 플라티니의 회장 후보 등록은 불가능해졌고, 플라티니는 FIFA 윤리위원회가 이를 노리고 징계를 내렸다며 분노했다.

2016년 2월 26일 – 인판티노 vs 셰이크 살만
플라티니의 불참으로 최종 후보는 5명으로 압축됐다. 알리 왕자, 인판티노 UEFA 사무총장, 셰이크 살만 AFC 회장, 상파뉴 전 FIFA 국제국장, 남아공 정치인 토쿄 세콸레다. 이번 투표에는 총 209개(아프리카 54, 유럽 53, 아시아 46, 북중미 35, 오세아니아 11, 남미 10)의 FIFA 가입국 중 FIFA의 징계를 받고 있는 쿠웨이트,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207개국이 참여해 각 1표씩을 행사한다. 각 후보자는 투표 전에 15분 간의 연설을 할 수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바레인 왕족 출신의 셰이크 살만이다. 셰이크 살만은 FIFA 조직을 개편해 경영 부문과 상업 부문을 나누는 것이 주요 공약이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강력한 라이벌은 유럽과 중남미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판티노다. 이탈리아계 스위스인으로, 2009년부터 UEFA 사무총장으로 재직해왔다. 인판티노의 주요 공약은 월드컵 출전국 40개국으로 늘리기, FIFA의 수익을 확대해 각국 협회에 분배하는 것 등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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