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나이를 먹으면 하루가 멀다하고 새 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프란체스코 토티(39)도 그렇다. 토티는 AS로마 소속으로만 300골을 넣어 지난 주말 특별한 경지에 올랐다.

대기록을 세운 날 이모저모 : 토티의 기록은 20일(한국시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수립됐다. 전반 36분 미랄렘 퍄니치가 사수올로 수비진의 패스를 끊었고, 이 공을 토티가 즉시 받아 오른발로 툭 밀어 넣었다. 오심으로 그냥 넘어갔지만 오프사이드였다. 그래서인지 요란한 골 세리머니는 없었다. 손가락으로 슬쩍 ‘3’을 만든 것이 전부였다. 아들 크리스티앙과 딸 샤넬이 “고마워요 아빠”와 “300”이라고 써 있는 티셔츠를 입고 난간 위에 올라가 응원 중이었는데, 토티는 두 자녀 쪽으로 손 키스를 보낸 뒤 중앙선으로 향했다. 전광판에는 토티의 300골 달성을 알리는 화면이 떴다.

이날 토티는 72분을 소화했고, 로마는 2-2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후 토티는 “300골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오늘 나는 사수올로를 꺾고 승점 3점을 따고 싶었다”고 말했다. 뤼디 가르시아 감독도 “주장 토티는 며칠 뒤 39세가 되는 선수다. 그런 나이에 공격에서 꾸준히 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300골은 대단한 기록이다. 우리 모두 기다려 왔다. 다만 승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며 비슷한 소감을 밝혔다.

기록에 도달하기까지 : 토티는 9월 27일이 생일이다. 39번째 생일을 약 일주일 앞두고 300골에 도달했다. 1994년 9월 4일(현지시간) 포지아와 1-1로 비긴 경기에서 왼발로 데뷔골을 넣은 뒤 300골까지 20년 16일이 걸렸다.

로마 토박이, 로마 유스 출신인 토티는 어린 시절 AC밀란과 라치오에 스카우트될 뻔 했으나 결국 AS로마에서만 축구를 배웠다. 1993년 3월 데뷔한 뒤 1994/1995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도약했다. 1997/1998시즌 ‘괴장’ 즈데넥 제만 감독 아래서 처음 리그 10골을 넘긴 뒤 24시즌 중 13시즌 동안 리그 10골 이상을 기록했다.

세리에A에서 2000/2001시즌 우승했고 8번 준우승했다. 2006/2007시즌엔 리그 26골로 세리에A 득점왕을 넘어 유러피언 골든슈(유럽 전체 득점왕, 주요 빅리그 득점엔 가산점 부여)를 수상했다. 테크니션답게 이탈리아 ‘올해의 골’도 두 차례 넣었다. 2005년엔 인테르밀란을 상대로 3명을 제치고 중거리 로빙슛을, 2006년엔 오른발도 아닌 왼발로 슈팅 각도가 약 8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발리슛을 넣어 상식을 뒤집었다.

토티는 축구 발전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5/2006시즌부터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 아래서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됐는데, 공격수인 동시에 플레이메이커로 뛰는 토티의 특이한 스타일에서 ‘가짜 9번’ ‘제로톱’ 등의 용어가 생겨났다. 최전방이라는 위치에 아랑곳 않고 미드필더처럼 뛰는 선수는 역사상 여럿 존재했으나 근대 축구에서 가장 강렬하게 이 역할을 소화한 선수가 토티였다. 이 아이디어는 웨인 루니, 리오넬 메시 등의 활용법으로 계승됐다.

토티에게 남은 기록, 남은 도전은 : 토티의 300골은 모든 대회를 통산해 집계한 것이다. 정규리그 골만 계산하면 244골이다. 실비오 피올라의 세리에A 역대 최다 274골에는 30골 부족하다. 지금의 득점 추이로 볼때 1위 등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올라는 26시즌에 걸쳐 이 기록을 세웠는데 라치오, 토리노, 유벤투스, 노바라 등 4팀을 거쳤다. 한 팀에서 넣은 골 기록으론 당연히 토티가 1위다. 3위는 군나르 노르달(225골)이며, 현역 선수 중엔 안토니오 디나탈레(우디네세)가 207골로 6위에 올라 있다.

토티는 원클럽맨의 역사도 계속 써나가고 있다. 데뷔한 팀에서 24시즌 째 줄곧 뛰는 건 전세계의 현역 선수 중 최장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최장 원클럽맨으로 알려진 사이트 알티노르두(터키 알티노르두SK)의 27년에도 근접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볼때 알티노르두를 넘을 가능성은 낮고,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2위 등극이 유력하다. 역시 2위의 상징답다.

지금 토티의 상황은 : 토티는 1994/1995시즌 주전 자리를 차지한 뒤 한 번도 후보로 밀리지 않았다. 부상으로 아예 빠지지 않고서는 대부분 선발로 뛰었다. 이번 시즌엔 상황이 바뀌었다. 초반 두 경기 연속으로 벤치에 앉은 채 교체 투입조차 되지 않았다. 토티로선 처음 겪는 상황이다.

사수올로전에서 토티 대신 명장면을 만든 선수는 모하메드 살라였다. 토티 이후 로마 공격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 받는 살라는 왼발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가르시아 감독은 “살라의 골이 토티 같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경기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에딘 제코가 선발 출장 중이다. 토티가 벤치에 앉을 때 주장 완장은 참 오랫동안 부주장이었던 다니엘레 데로시가 찬다. 여러 명의 선수가 토티의 역할을 분담해 계승하고 있다. 비록 주전에선 멀어졌지만, 지난 8월 기사에 따르면 로마는 토티와 재계약을 준비 중이다.

사진= AS로마 트위터, 토티의 300골로 만든 얼굴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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