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윤진만 기자=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전에서 0-1 충격패하고 첼시 라파엘 베니테스 ‘임시’감독은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느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부임 후 줄곧 안티팬들의 퇴진 구호, 영국 언론의 감독 교체설이 이어질 때마다 “믿어 달라. 나는 비난해도 선수들에게는 응원을 해달라”는 의젓한 말로 상황에 대처했다. 종종 독설을 퍼부은 리버풀 시절과는 사뭇 다른 표정, 말투다.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딸 수 있는 리그 4위(8일 기준), FA컵 8강, UEFA 유로파리그 16강에 안착한 성적표를 보면 손가락질만 할 수 없다. 현지 분위기는 베니테스에 대한 불신이 줄어들고 있다.

거부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생각이 같을지 의문이다. 구단 인수 후 거스 히딩크(2009) 감독을 제외하곤 불화설이 일었던 전례를 베니테스 감독도 따르고 있다. 여지없이 영국 언론에선 “인내심 없는 아브라모비치가 시즌 중 감독을 교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마누엘 페예그리니 말라가 감독, 구스타보 포옛 브링튼 호브 알비온 감독, 지안프랑코 졸라 왓포드 감독 등을 후보군에 올려놓았다. 베니테스 감독이 계약만료되는 시즌 ‘후’ 떠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웨스트 브롬미치전에서 뎀바 바의 득점에 의해 1-0으로 승리하면서 잠잠해진 비난의 목소리도 7일 부쿠레슈티전에서 패하고 나서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두 달 남짓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또 한 번 소방수를 투입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준 셈이다. 베니테스 감독은 체력 안배차원인 듯 이날 선발명단에 공격을 풀어주는 후안 마타와 수비의 핵 애슐리 콜을 벤치 대기시키고 다시 침묵하는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와 잊혀진 미드필더 요시 베나윤을 선발로 투입시켜 비난을 피할 도리가 없다. 웨인 루니를 벤치에 앉혀두고 레알 마드리드에 역전패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같은 꼴이다.

베니테스 감독의 운명은 남은 두 경기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FA컵 8강전과 슈테아우아와의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가끔씩’ 바쁜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과 같은 베테랑 지도자가 임시 감독 자리를 꿰찰 수 있다. 두 달 아르바이트에 쥐어질 돈이 막대하기 때문에 아무리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까탈스럽더라도 그 자리를 탐할 감독들은 널렸다. 아브라함 그랜트 전 첼시 감독도 그 중 한 명이다.

사진=라파엘 베니테스 첼시 감독/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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